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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Sep 15. 2021

플랫폼 기업의 미래와 카카오 주식 매수

<최근 이슈>

최근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정부는 몇 년 전만 해도 핀테크 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규제 샌드 박스도 마련하고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었는데, 플랫폼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국내 여러 산업들을 잠식해 나가자 노선을 바꾸어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및 네이버 주가가 규제 발표 후 며칠간 하락했다.


<플랫폼 기업의 성격>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공간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중간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우선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는 온라인 메신저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유튜브는 콘텐츠를 제공해 주면서 플랫폼 기업이 되었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게 되고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 플랫폼 기업은 태생적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필수이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의 문제점>

플랫폼 기업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잘 비교해서 보여준다. 이번 규제 대상이 된 카카오 페이 같은 경우 여러 금융사에서 판매되는 금융 상품을 한곳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아울러, 금융사 간 경쟁을 부추겨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혜택이 사업 초반에는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만, 독점적 지위가 강화될수록 플랫폼 기업은 폭리를 취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사진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이용자 수가 늘어나자 유료로 전환했다. 애플의 경우 앱 개발사들이 무조건 앱스토어 내에서만 결제하도록 했으며, 지키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우리가 구매한 유료 앱 금액의 30%를 애플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가져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미래>  

이번 카카오 사태를 보면서 과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떠올랐다.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있었던 사회 운동이다. 당시 산업혁명과 함께 섬유 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국 섬유 산업의 생산성은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기계 보급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은 섬유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밤에 공장을 습격하여 섬유 기계를 부순 사회 운동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일자리를 놓고 항상 충돌했다. 증기선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도 뱃사공 조합(Guild)이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해 증기선에 올라타서 난동을 부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지만, 기존 인간의 일자리 또한 앗아갔다.


최근까지만 해도 과학기술은 인간의 근력과 관련된 일들을 대체해 나갔기 때문에 그나마 인간이 서 있을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지성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도 쓴다. 음악도 작곡하고 특정 화풍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암 진단과 수술은 이미 인공지능이 대체한 지 오래되었다.   


어찌 보면 인터넷 등장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등장도 예견된 일이었다. 인터넷은 적은 비용으로 세상을 연결시켜준다. 과거에는 생산자가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야 했다. 시간적 공간적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오프라인과는 달리 규모를 확장하는 데 드는 한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프라인 시장과 백화점은 규모를 늘리려면 어마 어마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서버만 늘리면 된다.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지 200년이 지났고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섬유 기계는 지금의 빅 테크 플랫폼 기업(카카오)이고 당시 노동자는 기존 업체(국민은행 같은 금융사)들이다. 과거를 통해 알 수 있듯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와 독점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규제를 통해 시간을 늦출 수 있을 줄 몰라도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게다가,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국내 토종 플랫폼 기업만 잡는 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뚜들겨 맞고 있는 동안 아마존 같은 다국적 플랫폼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아마존은 최근에 11번가와 손을 잡고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정부가 규제하기 전에 플랫폼 기업들이 알아서 너무 높지 않은 수수료를 매기고 코스피 평균 영업이익을 초과한 이익은 사회에 환원하여 국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주식회사의 최대 목표는 주주이익 극대화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실천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을 철수하고 소상공인 상생기금 3천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니 불행 중 다행으로 보인다.  



<결론>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1%가 카카오와 같은 빅 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빅 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지속해서 발의 중에 있고 이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세계 최초로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여당과 야당 후보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책 차이는 명확히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플랫폼 기업 규제 쪽을 지지하고, 윤석열 후보는 신자유주의 성향에 가깝다. 지금처럼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주식을 선뜻 매수하기 힘들 것 같다. 물론 10년 이상 장기 보유할 생각이라면, 플랫폼 기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에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국민 정서를 반영한 여러 플랫폼 기업 관련 규제가 예상되기에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매수하기에는 리스크가 커 보인다.     


<오늘 배운 시사 경제 용어>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 :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톡이 맨 처음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별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국민(96%)이 사용하기에 효용성이 아주 높다.  


플랫폼 (Platform) : 기차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는 사람과 내리는 사람이 모이듯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서 거래가 이뤄진다. 빅 테크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래 수수료를 중간에서 받아간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 신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놀이터 모래 박스(Sandbox)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핀테크 (Fin Tech) : Finance와 Technology가 결합된 말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 페이, 앱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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