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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an 19. 2022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투자의 중요성

1998년 겨울, 부모님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아서 미국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천하의 불효자식이 없습니다. 뭔가 큰 뜻이 있어 유학을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1996년도에 본 수능 시험을 제대로 말아먹어서 도망치듯 유학을 갔습니다. 전문용어로 도피유학이라고 합니다. 시험을 망친 날, 집안의 희망에서 역적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시험 망친 저를 부끄러워하셨습니다. 친구나 친지분들이 "아들은 수능 잘 봤냐?"라고 물어보면 얼버무리셨습니다.


재수하고 싶지는 않아서 미국 유학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학교를 찾을 수 있었고 부모님의 은퇴 자금을 가지고 유학을 갔습니다. 부모님께 부담드리기 싫어서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고 살았습니다. 한 봉지에 200 원하는 라면을 주식으로 먹었고 주말마다 한인 교회에 가서 성가대원으로 봉사하며 공짜 점심을 얻어먹었습니다. 남은 음식은 그날 저녁에 먹으려고 항상 싸왔지요.

유학 시절 즐겨 먹던 Top Ramen, 물론 맛은 탑이 아닌 게 함정. Sources : nissinfoods.com


지질하게 살았던 저와는 달리 LA에서 전학 온 동갑내기 친구는 돈을 물쓰듯하며 살았습니다. 1억 원은 넘을 것 같은 뚜껑 열리는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면서, 요리하기 귀찮다며 끼니때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 먹었습니다. 친구는 오프 캠퍼스(Off Campus)에 소재한 방 4개/화장실 2개짜리 집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살았습니다. 저는 백만 원짜리 중고차 살 돈이 아까워서 월마트에서 파는 89불짜리 자전거를 몰고 다녔는데,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온 날이면 친구 화장실 보다 작은 방에서 살고 있는 제 자신이 참으로 비참해졌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없고 오래된 개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친구가 그렇게 펑펑 써도 재산이 계속 불어났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입학할 무렵 캘리포니아에 구매해 놓은 집의 가격이 졸업할 때 즈음 크게 올라 지난 4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커버하고도 남았습니다.  


반면 저는 학창 시절 내내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참으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한국에 돌아갈 때 즈음엔 부모님 은퇴 자금만 축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친구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서도 오히려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간 사실을 보고 "인생 참 거지 같다"라고 한탄하면서 세상을 저주하며 살았다면 지금 제 인생도 거지 같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친구 덕분에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내가 쓰는 돈의 속도보다 빠르다면, 먼 훗날 나이를 먹었을 때 돈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자산이 모였고 사회생활을 한 지 15년 되었을 때 퇴사를 했습니다.    




20대 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가난한 아빠가 저희  아빠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 속 가난한 아빠의 삶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평생 월급생활자로 사는 삶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서 월급생활자로 살고 있었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을 보면 돈 버는 방법 4가지가 나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월급생활자(Employee)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월급생활자는 자신의 노동력, 즉 시간을 투입해서 돈을 법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자영업자(Self-employed)로 돈을 버는 것이다. 자영업자들 또한 월급생활자처럼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해서 돈을 법니다. 대표적인 자영업자들이 치킨집 사장이고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사업가(Business Owner)로 돈을 버는 것이다. 자영업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업가의 경우 사업체가 시스템화 되어 있어서 사장이 없더라도 사업체가 잘 굴러갑니다. 즉, 월급생활자(Employee)의 노동력으로 돈을 법니다.


네 번째 방법은 투자가(Investor)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주식, 부동산, 채권 등에 투자하여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입니다.  


눈치 빠른 분은 아셨겠지만, 월급생활자(E)와 자영업자(S)는 자신의 노동력, 즉 시간을 투입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큰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물론 요즘 투잡 쓰리잡을 뛰시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사업가(B)와 투자가(I)는 본인의 노동력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없더라도 월급생활자(E)의 노동력과 돈이 스스로 알아서 돈을 벌어다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장성이 좋습니다. 내가 투잡, 쓰리잡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직원들과 돈이 스스로 알아서 돈을 불려줍니다.  


사업가(B)와 투자가(I)들은 정부에 내는 세금도 훨씬 적습니다. 똑같이 1억을 벌더라도 월급생활자와 자영업자가 세금을 가장 많이 냅니다. 월급생활자는 연간 8,800만 원 이상 버는 구간부터 세율이 35%로 증가하지만, 투자가가 미국 주식으로 1억을 벌면 파는 시점에서 양도소득세 22%만 내면 됩니다. 이것도 내기 싫으면 배우자나 자식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절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success resources

자본주의 사회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가(Business Owner)와 이들에게 돈을 지원하는 투자가(Investor)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사업가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애를 씁니다. 미국의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잘 나가는 기업인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미국에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매년 Forbes에서 발표하는 The Richest People In the World만 보더라도 순위에서 월급 생활자와 자영업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두 사업가 이거나 투자가입니다.

(출처 : https://www.forbes.com/billionaires/)

세계 부자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0명 중 8명이 미국 사람이고, 8명이 모두 주식부자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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