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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Jul 29. 2022

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투자의 중요성

1998년 겨울, 미국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뭔가 큰 뜻이 있어 유학을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6년도에 본 수능 시험을 제대로 말아먹은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한국에서 보낸 12년간의 시간이 너무 숨막혔던 것이 두번째 이유였습니다. 우리는 이를 전문용어로 도피유학이라고 합니다.


수능 시험을 망친 날 저는 ‘집안의 자랑’에서 ‘집안의 수치’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에게 기대가 컸던 어머니는 시험 망친 저를 굉장히 부끄러워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친구분들이 "아들래미는 수능 잘 봤어?"라고 물어보면, 어머니는 대답하기를 회피하거나 당혹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능 잘 봤느냐?”는 질문을 들은 날에는 항상 이렇게 소리치셨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서 밖에 나가질 못하겠다.”


재수하고 싶지는 않아서 미국 유학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학교를 찾을 수 있었고 부모님의 은퇴 자금을 가지고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이후로는 부모님께 부담 드리기 싫어서 허리 띠를 최대한 졸라매고 살았습니다. 한 봉지에 20센트(240원) 하는 라면을 주식으로 먹었습니다. 빵이 먹고 싶을 때는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빵 끝(Bread Ends)을 사다 먹었습니다. 단돈 3달러만 내면, 한 봉지 가득 담긴 빵 끝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한식이 먹고 싶을 때는 주말마다 한인 교회에 가서 성가대 단원으로 봉사하고, 예배가 끝난 후에는 공짜 점심을 얻어 먹었습니다. 교회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다음 날에도 먹고 싶어서, 사모님께 애교(?)를 부리고 남은 음식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습니다.


돈을 아낀다고 지질하게 살았던 저와 달리 LA에서 전학 온 동갑내기 친구는 돈을 물쓰듯하며 살았습니다. 그 친구는10만 달러는 넘을 것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뚜껑 열리는 일이 많았는데, 친구에게 뚜껑이 열리는 것은 빨간 색 스포츠카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요리와 설거지가 귀찮아서 냄비에 라면을 끓여 냄비채로 먹었는데, 친구는 요리와 설거지가 귀찮다며 끼니 때 마다 밖에서 밥을 사 먹었습니다.


친구는 오프 캠퍼스(Off Campus)에 소재한 방 4개 짜리 저택에서 일본인 여자 친구, 고양이와 함께 살았습니다. 반면 저는 온 캠퍼스에 소재한 방 3개 짜리 집에서 지저분한 남자 5명과 함께 살았습니다. 크고 깨끗하며, 차고까지 있는 친구 집에 처음 놀러간 날, 친구 집 화장실이 제 방 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나게 우울했던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재미도 없고 오래된 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친구가 그렇게 돈을 펑펑 써도 재산이 계속 불어났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친구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대학 입학할 무렵, 캘리포니아에 집을 한 채 구매해 놓았습니다. 친구가 졸업할 때 즈음엔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서 4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제하고도 돈이 남았습니다.  반면 저는 학창 시절 내내 라면만 먹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귀국할 즈음엔 부모님 은퇴 자금만 축낸 불효자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서도 오히려 돈을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를 보고 "인생 참 거지 같다"고 한탄하면서 살았다면 지금 제 인생도 여전히 거지 같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친구 덕분에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돈을 쓰는 속도보다 빨라지면, 돈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깨달음을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돈을 쓰는 속도보다 빨라질 때 까지 자산을 계속 모았습니다. 14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자산 증가 속도가 쓰는 속도 보다 빨라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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