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주식을 샀습니다.
원래 우량주 위주로 골고루 담고, 장기투자 하면서 일 년에 한 번 리밸런싱(많이 오른 것 팔고, 저평가된 것 사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에 모든 주식을 정리하고, 그냥 한 바구니에 몽땅 다 담았습니다.
엄청난 리스크가 있음을 알지만, 딸아이가 점점 커가니 들어가는 돈도 점점 늘어나서, 보수적 투자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군요.
제가 매수한 주식이 앞으로 더 많이 오르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매수 이유를 적어봅니다.
이렇게 마음먹고 브런치에 로그인했는데,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엔비디아 성공요인을 기사로 작성했길래, 해당 기사 내용을 토대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주주이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편향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매수 추천글이 아닙니다! 자료 참고용으로 읽어주세요!)
1. 경쟁사보다 우수한 네트워킹 기술
유튜브를 보다 보면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AI 칩이 개발되었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뉴스를 접하면, 엔비디아 투자자인 제 가슴은 콩닥 거립니다.
'이러다, 엔비디아 반토막 나는 거 아냐?'
하지만, 반도체 공부를 해 나가면서, 이는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개별 칩 성능만 놓고 보면, 타사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칩이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지만, 칩이 수천 개가 모였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칩이 수천 개가 들어가면 칩 간의 네트워킹이 개별 칩의 성능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회사에서 서울대 출신의 똑똑한 사람들을 수천 명 뽑았는데, 서로 협업하지 못하고 따로 놀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뿐만 아니라, 업무 분장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소수 사람들에게 업무가 몰리기 시작하면, 회사의 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기서, 적절한 업무분장과 협업이 네트워킹 기술입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칩 간의 네트워킹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관련 기술 보유 업체 (멜라녹스)를 5년 전에 인수했습니다. 그들의 칩은 현재 네트워킹 부분에서 가장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하드웨어(인공지능칩)가 아무리 좋아도 사용방법이 어려우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제가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카톡과 전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지요.
엔비디아는 2006년부터, 인공지능 칩 사용의 용이성을 위해, 앱 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을 구축했습니다. 쿠다를 통해 개발자들은 어떻게 인공지능 연구를 하면 좋은지 정보를 공유합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들도 뒤늦게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우리나라 메신저 앱의 표준이 된 것처럼, 엔비디아의 쿠다 플랫폼도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표준 플랫폼이 되어버렸습니다. 쿠다 플랫폼을 쓰려면 엔비디아 칩을 써야 합니다.
3. AI가 학습할 것들이 아직도 많다.
엔비디아 투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은
'지금의 성장세를 엔비디아가 지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일주일 전에 젠슨황(엔비디아 CEO)은 CNBC 인터뷰에서, 이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AI가 학습한 것들은 텍스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진, 음악 등을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오픈 AI가 출시한 SORA의 경우 사운드가 없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앞으로는 영상에 사운드도 포함되고 긴 동영상이 생성되는 시기가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학습을 위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슨황의 인터뷰 링크를 공유해 드립니다.
https://www.cnbc.com/video/2024/02/22/nvidia-ceo-jensen-huang-speaks-to-cnbcs-jon-fortt.html
4. 미래에는 국가별 인공지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일부 빅테크 기업과 일부 국가들만이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돈을 쏟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안 이슈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가 인공지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작년에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챗 GPT 사용을 금지했던 이유"도 보안 때문이었습니다. 챗 GPT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일부 정보들은 보안 등급이 높아 "정보누출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자체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AI 민족주의(Nationalism)가 태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4/01/01/welcome-to-the-era-of-ai-nationalism
인공지능 개발은 국가 안보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국 기업과 국민들을 위한 인공지능이 필요해집니다.
아무리 챗 GPT의 성능이 좋더라도,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챗 GPT사용을 꺼릴 것입니다.
중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온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5. 비싼데 아직도 싸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향후 월가의 EPS 성장률을 감안하면 아직도 저렴해 보입니다. 3월 1일 기준으로 PER가 35로 높아 보이지만, PEG은 1이 안됩니다. (제 책 44쪽 참조, 책이 없으신 분들은 브런치에 PEG관련 글을 읽으세요 :)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엔비디아의 PEG은 AMD나 Intel 보다 낮습니다.
리스크
좋은 점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첫 번째 리스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중국 제재가 더 심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국 이외 국가들의 매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중국 매출 상실 부문을 현재 잘 메꿔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한 타기업들의 연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쿠다에 익숙한 개발자들의 편리를 위해 "쿠다" 언어를 번역해 주는 기술도 나왔습니다.
세 번째 리스크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 칩이 출시되는 것입니다. 현재 반도체는 "폰노이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반도체가 출시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양자컴퓨팅입니다.
네 번째 리스크는 빅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한 자체 칩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은 이미 자신들만의 인공지능 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도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엔비디아는 기업들의 자체칩 개발을 도와주는 부서를 만들었고 이러한 흐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4/01/01/welcome-to-the-era-of-ai-nationalism
https://news.skhynix.co.kr/post/rino-choi-column-6
<이미지 출처>
Microsoft 코파일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