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독일 - 티티제(Titisee)

by AquaviT

프라이브루크의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본 다음날, 나는 호스트의 추천으로 프라이브루크 근교의 티티제(Titisee)라는 작은 마을을 들러보게 되었다. 호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호스트는 자기 집에 들르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추천해준다고 했기에 한 번 믿고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근교였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차도 자주 다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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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한적한 마을을 예상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관광객들이 꽤 많다. 날씨가 좋았던 만큼, 사람들이 피크닉을 꽤 많이 온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거의 다 독일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인 듯했다. 왠지 알짜배기 여행지를 한 군데 더 들러보게 된 것 같아 괜스레 뿌듯했다.







기념품점과 관광객들이 즐비한 거리를 조금 더 걸어나가니, 티티제의 상징인 넓은 호숫가가 눈에 들어온다. 보트를 타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산에는 독일답게 진한 녹색 잎의 침엽수가 빼곡하게 꽂혀있었는데, 새하얀 하늘과 햇빛과 어우러져 꼭 동화 속 마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은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독일에 머무르는 동안은 언제나 날씨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쨍쨍했던 것 같다. 헤헷.





사실 티티제라는 곳은 말 그대로 피크닉에 딱 걸맞은 정도의 작은 마을이니만큼, 눈에 띄는 관광지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냥 독일의 자연 그 자체가 관광지라고나 할까. 동화 속 같은 마을의 분위기에 걸맞게 아담하지만 분위기 있고 예쁜 성당이나 건물이 몇 개 서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었다. 그렇다고 오자마자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일단은 호숫가를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햇살은 쨍쨍하고, 하늘은 파랗고 풀밭은 초록색. 이대로 드러누워서 낮잠이나 한 숨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씨였다. 겨울이 되면 저 호수가 다는 아니지만 얼기도 한다던데, 하얀색으로 얼어있는 호수와 마을도 그 나름대로 장관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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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별 건 아니고, 그냥 길을 걷다가 내가 군생활 한 강원도 느낌 나는 곳이라서 한 번 찍어봤다. 왠지 저 길로 올라가서 나무 사이를 찾아보면 군인들이 호를 파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강원도에서 군생활한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가벼운 PTSD를 앓고 있지 않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며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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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정말이지 넓었다. 그리고, 새삼 놀랐던 점은 어딜 봐도 쓰레기가 없었다는 것과, 방치된 시설물 같은 것도 없었다는 것. 우리나라의 지방 명소도 사실 관리만 잘 하면 유럽 도시에 그렇게 크게 뒤지겠냐마는, 갈 때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과 방치되어서 황량한 느낌을 주는 시설물들 탓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곳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한다면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티티제의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던 술들. 생각해보면 유럽은 어딜 가나 이런 지방의 술을 판매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뭐 전국 각지마다 소주가 다르고, 전통주 양조장도 있긴 하지만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은데 이렇게 모아서 파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이 티티제의 특산주(酒)는 아무래도 체리(?)를 이용해서 만든 증류주인 듯했었는데, 예전에 먹어봤던 느린 마을 복분자 아락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좀 놀라웠다. 사진으로는 찍지 못했지만 피크닉 나온 사람들을 노린 것인지 자그마한 칼과 도마, 그리고 포장된 삼겹살과 작은 병에 든 술을 세트로 팔았던 게 기억난다. 혼자이긴 하지만 피크닉 기분이라도 내보려고 하나 사봤는데, 삼겹살이 무슨 염장 삼겹살이었는지 정말 입에 댈 수도 없을 만큼 짜서 그냥 술만 마시고 말았다.









티티제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혼자 다니는만큼 조금 외롭기는 했지만, 호수와 숲, 그리고 운치 있는 분위기가 있는 마을.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혼자인데. 혼자 유럽을 온 게 그다지 후회되지는 않고, 오히려 더 편했던 적이 많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혼자 있노라면 아무래도 쓸쓸해지는 건 사실이다. 언젠가는 꼭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와보고 싶은 마을, 티티제를 그렇게 뒤로 하고 이제는 언젠가 꼭 육안으로 보고 싶었던 쾰른 대성당이 있는 독일의 쾰른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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