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되찾기 위한 매일 '글 쓰/적는' 습관 실천하기
지은이/ 이시무라 유키코, 이누바시리 히사노, 시마다 스미코, 오하라 치즈루, 다니 마사코
Chapter1. Living
이시무라 유키코
'호두나무'를 오픈한 것은 1984년 7월, 제가 서른 살이던 때였습니다. 그때까지 나라 현에는 여성들이 편하게 들러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할 수 있는 가게가 거의 없었어요. 가게를 연 곳은 관광지도 아니고, 역과도 멀리 떨어진 장소인데다 저 역시 가게를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요. "이런 장소에서 가게가 되겠어?" 하고 반대한 사람들도 많았고, 오픈 직후 손님도 뜨문뜨문해 매상이 잘 오르지 않았는데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질 만큼 무리를 해서, 참 힘든 시절이었어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기분에 한없이 빠져드는 것 같았던 어느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들었던 "참고 견디면 복이 온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자"하며 고심하는 동안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의 요구를 반영해 케이크와 런치 메뉴를 보강했어요. 모담이 적은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찾아서 디스플레이에도 공을 들였고요.
가게에 있는 동안만큼은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제철 꽃을 꽂아두고 청소도 철저하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해나가는 동안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 덕분에 어찌어찌 30여 년을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이러이러한게 좋아', '이러이러한게 갖고 싶어', '이런 장소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들을 자주 생각하곤 하는 사람이었어요. '호두나무'도, 1994년에 오픈한 '호두나무 필데이즈점'(한정 기한으로 임대한 토지였던 까닭에 2007년에 폐점했습니다.)도, 2004년에 문을 연 호텔, 레스토랑, 갤러리, 숍의 복합공간 '가을대숲'도 모두 그 땅을 봤을 때 '나라면 이 자리에 이런 공간을 만들텐데' 하는 강한 마음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명확할수록 해보자는 결정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실현하는 것도 빨라졌습니다.
저는 '마당에 핀 꽃을 내일 마음에 드는 꽃병에 꽂고 싶다.' '가게 벽에 새 선반을 달고 싶다' 같은 소소한 일상이나 업무상 아이디어도 모두 여엿한 '꿈'이라 생각합니다. 밤에 침대에 누워 그러한 생각들을 해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내일이 오는 것이 기다려집니다. 그런 '꿈'들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가게의 이미지는 그런 '꿈'의 집약체입니다. 그렇게 저는 (이것은 제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한창 꿈꾸는 것에 몰두해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중략)
마당의 은총을 누리기
온통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코쿠 다카마쓰의 풍부한 자연 환경 속에서 자라온 저에게 풀이나 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인 저는 매일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비가 오지만 않으면 밖으로 나가 마당 손질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길고 좁은 마당이지만 블루베리며 으름덩굴 같은 과실나무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들장미, 참회나무, 크리스마스 로즈 등 좋아하는 식물들을 심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도록 해두었답니다.
(중략)
하나 더, 저에게는 식물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부지 면적이 1000평 정도 되는 '가을 대숲'입니다. (중략) 운 좋게 인연이 닿아 2004년 칠석날에 '가을 대숲'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쉰을 넘긴 나이였습니다. 설마하니 그 나이에 새로운 일과의 만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그렇지만 이곳의 토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녹음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공간에 작은 호텔이 있으면 좋을 텐데', '전망이 끝내주는 커다란 창문을 살려서 레스토랑으로 만들면 멋지겠다'하고 차례차례 이미지가 떠오르는 겁니다. 이 공간이 가진 힘을 살려서 어디에도 없는,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제 안에서부터 에너지가 솟아났습니다. '숲 만들기'는 완전히 무(無)에서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주 분재 가게에 가서 묘목을 구입해서는 차에 싣고 돌아와 저만의 방식으로 심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여름밀감, 블루베리, 카나덴시스 채진목, 클레머티스, 서향........ 체력적으로 힘이 부치긴 했지만, 커다란 식물을 좋아하는 저는 완성된 숲을 상상하며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중략) 5년쯤 지났을 때였을까요. 가자기 '숲'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풍경이 되어서, 지금은 방문해주시는 분들마다 "여기에 있으면 호흡이 깊어져요.", '한 걸음 걸어 들어가는 순간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하고 좋아하며 얘기해주시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집도 가게도, 다 누릴 수도 없을 정도의 커다란 녹음의축복을 받게 되었답니다.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되는 날을 떠올리며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다.
20년 가까이 매달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글을 쓰고, 페이지를 편집하고, 출판을 하는 에디터란 직업을 가졌었다. 매거진을 그만 둔 이후 약 5년 간은 난필증 또는 난독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쓰거나 양껏 읽는 일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감각을 언어화 하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글쓰기가 뇌운동과 내면 챙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초심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글을 써/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30일 동안 매일 필사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필사하는 책은 그때그때 마음가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