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30일 문장채집 프로젝트_2

초심을 되찾기 위한 매일 '글 쓰/적는' 습관 실천하기

by Life Farmer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지은이 와타나베 이타루


경제를 부패하게 하자


사표를 던지고 빵을 굽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의 '밖'으로 탈출할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밖이라고 생각했던 빵집에서 수련 시절 목격한 현실은 오히려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가운데'였다. 나는 내 발로 그 중심에 뛰어든 셈이었다.

그래도 그러기를 잘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번화한 도심지의 빵집과 동네 빵집을 거치면서 나는 부패하지 않는 돈을 탄생시킨 자본주의의 모순을, 뼛속 깊이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속속들이 눈으로 보는 사이에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해졌다. 이 사람들이 하는 것과 정반대로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골빵집을 내기 위한 크나큰 양식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시골빵집은 단순함을 지향한다. 만드는 자에게는 직업으로서, 소비하는 자에게는 먹거리로서의 풍성한 즐거움을 지키고 키워가기. 그러기 위해 비효율적일지언정 더 많은 정성으로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손길을 거쳐서 공 들인 빵을 만들고, 이윤과 결별하기. 그것이 부패하지 않는 돈을 탄생시킨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때로는 직감에 따르고, 때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상을 현실로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균을 만났다. 순수 배양 이스트가 아닌 인류가 오래전부터 가까이에 두고 이용해온 발효라는 신비한 작용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 속에서 유지된다. 가끔 환경이 변해 균형을 잃을 때도 순환은 자기회복력을 작동시켜 균형 잡힌 상태를 되찾게 한다.

그 같은 자연의 균형 속에서는 누군가가 독점하는 일 없이도, 누군가가 혹사당하지 않고도 생물이 각자의 생을 다한다. 부패가 생명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자연의 섭리를 경제활동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 각자의 생을 다하기 위한 배경에 부패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면 부패하는 경제는 우리 각자의 삶을 온화하고 즐겁게 만들어주고, 인생을 빛나게 해주지 않을까?

자연계의 부패하는 순환 속에서는 때로 균들이 빵이나 맥주, 전통술 등 고마운 먹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당화)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말이다. 균이라는 생명의 작용이 인간에게 선물한 발효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균이 했던 것처럼 사람이나 지역도 부패하는 경제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발휘하면 삶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오카야마 현 북쪽의 가쓰야마라는 작은 마을. 주고쿠 산지의 중턱에서 만난 시골빵집, '다루마리'에서 머리에 번개가 번쩍하는 영감을 받았던 때가 벌써 7년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그 사이 내가 바꾼 것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바뀐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균형을 만드는 효모의 '부패와 순환'의 원리가 작동하는 이롭고 건강한 삶을 나는 이제 살고 있을까?

오래되어 종이 색깔이 누렇게 변한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오랫만에 펼쳐들었다. 고소한 빵냄새와 다루마리가 자리한 깊은 숲 속의 흙냄새가 훅 불어오는 것 같았다.




20년 가까이 매달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글을 쓰고, 페이지를 편집하고, 출판을 하는 에디터란 직업을 가졌었다. 매거진을 그만 둔 이후 약 5년 간은 난필증 또는 난독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쓰거나 양껏 읽는 일이 유난히 어렵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감각을 언어화 하고, 생각을 체계화하는 글쓰기가 뇌운동과 내면 챙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초심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글을 써/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30일 동안 매일 필사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필사하는 책은 그때그때 마음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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