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아이들과 굳나잇 인사를 하며 축복기도를 한다. 밤새 평안하기를, 자는 동안 키와 지혜가 자라고, 생각과 마음이 자라기를.
그런데 가끔 아이들이 직접 기도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 날은 완전 '아싸!' 다. 아이들의 기도를 엿듣는 일은 꽤 재미있다. 어딘지 모르게 정형화되어있는 어른의 것과는 다른 맛이 있다.
요즘 가장 자주 하는 기도는 옆집 개를 위한 기도다.
얼마 전 내가 옆 집 개에게 물려서 그렇다.
‘카야(개 이름)가 빨리 훈련 되게 도와주세요.’
엉덩이에 난 상처나 생각했지, 정작 개에게 물린 나는 생각도 못 해본 기도제목이다. 어찌 보면 상처 회복을 위한 나의 기도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공익적인 안목을 가진 기도 같기도 하다.
자매의 기도가 주렁주렁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도 재미있다. 남의 떡도 아닌데 남의 기도를 그렇게 탐낸다. 언니가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내 머리카락도 절대 까먹지 마세요’ 하는 동생의 기도가 꼭 따라붙는다. 언니의 모든 것을 따라 하다 못해 기도까지 따라서 복사 붙여 넣기다.
그러다가 어떤 날은 유야무야 기도를 퉁쳐버린다. "하나님, 내가 기도하고 싶은 거 뭔지 알지요? 그거 기도합니다. 아멘." 그러면 다른 한 사람도 “나도 그거요. 아멘.” 하고 자매의 초간단 기도가 완성된다. 하나님과 이심전심이니 믿음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에는 7살 첫째 아이가 근사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살면서 큰 문제는 없게 해 주세요."
마음이 뜨끔했다. 아무 문제가 없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큰 문제는 없게 해 달라니. 7살 어린이도 문제없는 인생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나 보다. 7살 마음에 얼마큼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나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밤 내가 축복하며 기도했던 말처럼,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점점 내가 엿들을 수 있는 기도가 줄어들겠지. 생각만 해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