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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운 우리 곱슬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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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한사랑 Aug 19. 2022

탈매직 3년 차, 귀국 그 후

여름 한국에서 컬리 헤어가 되기란 녹록지 않은 것이다!

귀국 후 8년 만에 복직한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우당탕탕 문 선생'이 따로 없다. 가끔 캐나다에 있는 지인들이 "한국생활은 어때?"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세탁기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라고 대답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야말로 열심히 빙글빙글 굴러보는 중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미리 계획하고 실천할 새도 없이 당장 터지는 문제를 땜질하듯 메우며 하루를 살고있다. 밤에는 오늘도 무사히 넘겼음에 안도하며 곯아 떨어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탈매직'은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일단 이 바쁜 일상에서 쥐어짜듯 짬을 내어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예전에는 한국에 오면 무조건 제일 먼저 들러야 하는 통과의례로 여겨지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아침에 머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출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역시 곱슬머리!'를 여러 번 외쳤다.

그러나 한국에 여름이 찾아오면서 문제가 조금 생겼다. 한국의 습한 여름 날씨는 결코 녹록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머리를 감은 날이 문제였다. 캐나다에서는 CGM(Curly Girl Method)에서 배운 대로 머리카락을 다 말리지 않고 외출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직 CGM을 모르신다면 아래 글로!)

09화 악성 곱슬 말고 컬리 헤어로 사는 법 (brunch.co.kr)

그런데 여름 한국에서는 캐나다에서 했던 것과 동일한 루틴은 뚜벅이 출근러에게 쥐약이었다! 머리카락이 물 먹는 스펀지가 되어버렸다. 안 그래도 많은 숱에 곱슬곱슬한 컬에 갇혀 두피가 습기로 가득 찼다. 마치 정수리 위에 습기 가득한 사우나 한 칸을 이고 지고 다니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두피와 머리카락이 완전히 다 마르지 않는 현상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ㅜㅜ 다행히 두피 건강까지 해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한국의 습기 가득한 더위를 이겨낼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한국에서 곱슬머리 전용 미용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곱슬머리는 CGM에서 드라이 컷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드라이 컷을 해 주는 미용실이 없으니 머리는 속수무책으로 길었다. 특히 머리 모양(shape)을 잡을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이 쉐잎도 없이 커튼처럼 드리워지니 작은 키를 더 작아 보이게 했다. 캐나다 곱슬머리 전용 미용실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셀프 정돈으로 몇 번의 위기를 넘겼지만 일정 길이를 넘어서고 나니 그마저도 수습이 되지 않았다.

세 번째, 그렇게 사랑스럽던 나의 컬이 지금 한국에서 사는 '사회적'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는 내 하루 일과가 자유분방했기 때문에 헤어스타일도 자유분방한 것이 어울렸다. 그러나 매일 출퇴근하는 교사가 되자, 앞머리부터 꼬불꼬불한 컬이 거추장스러웠다. 때로는 TPO에 맞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니 결국 나는 좀 더 단정해야 하는 날, 혹은 날이 너무 더워서 도저히 복슬복슬한 머리를 늘어뜨릴 자신이 없는 날은 머리를 질끈 묶었고 앞머리도 실핀으로 야무지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니...?'

이것은 정말 컬리 헤어를 위한 컬리 헤어 일 뿐이었다!! 악성 곱슬이 아닌 컬리 헤어로 살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하고 CGM을 시작한 것인데, 현실은 매일 야무지게 넘긴 앞머리에 틀어 올린 똥머리라니! 본연의 머리를 고집할 일이 아니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