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머리카락은 언제나 매끈하다. 자연스러운 잔머리 하나까지 잘 세팅되어 결코 변하지 않는 레고 피규어의 머리처럼. 집에 가면 휴식용 머리로 바꾸어 끼울 수 있는 건지, 원.
배우 한소희는 예쁘다. 작품에서나 일상에서나 예쁜 것을 말하자면 입만 아프다. 예쁘게 생겨서 좋겠지만 그 얼굴에 차르르 흘러내리는 생머리까지 가져서 더 좋겠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녀의 여신급 미모는 분명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생머리 덕도 보는 것 같다.
한소희가 곱슬머리였다면 어땠을까? 얼굴은 예뻐가지고 엉뚱해, 털털해, 한소희니까 소화 가능. 지금처럼 모두가 따라 하고 싶은 핫걸이 아니라 그냥 개성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되지는 않았을까?
여전히 포스 넘치는 비욘세는 컬리 헤어(곱슬머리)다. 무대 위에서 그녀의 머리가 얼마나 그녀를 진취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도록 만드는지 모른다. 해외 MZ세대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젠다야도 시상식에서 멋진 드레스에 그녀의 곱슬머리를 매치한다. 그녀의 일상 속 머리는 더더욱 그렇다. 곱슬머리가 틀어 올린 똥머리, 곱슬이 갖는 특유의 부스스함, 꼬부랑거리는 헤어라인 등등. 아마 나처럼 탈매직하고 곱슬 본연의 컬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머리에 200%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의 컬리 헤어 스타일링을 찾아보고 따라 하고 싶어 진다.
한국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에어랩으로 여신머리 만드는 장면 말고, 곱슬머리 여주인공이 곱슬머리를 감고 나와 컬크림을 바르고 스크런치-스퀴지하는 모습도 보는 날이 올까.ㅎㅎ
세상이 알았으면 좋겠다. 동양인, 한국사람에게 생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고. 비욘세 같은, 젠다야 같은 컬리 헤어도 있다고.
그리고 한국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꽝에 당첨된 악성 곱슬이 아니라 곱슬인 우리도 ‘원래’ 그렇다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