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초등자녀와 12월 나기(크리스마스 편)

by 한사랑

매 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팟틀럭 파티도 하고, 지역 교회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연극이나 뮤지컬도 보러 갔었다. 또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빛(light) 페스티벌에 가서 나름 시끌벅적 크리스마스를 즐겼었다. 그런데 올해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체가 아예 4주 동안 폐쇄(lock down)되었다. 주소지가 다른 사람은 가족끼리도 모일 수가 없게 되었으니, 캐나다 사람들도 생전 처음 맞는 고요한 크리스마스다.


문 앞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받은 선물들ㅜㅜ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덕분에 따뜻할 따름이다.


우리 집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시작은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집에 쌓여가는 택배 박스였다. 복작복작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튼튼한 택배 상자는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것을 처리도 할 겸, 아이들과 집을 만들어봐야겠다고 큰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구간을 만들겠단다. 이유는? 크리스마스니까!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마구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시간도 많은 이 긴긴 연휴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돈은 안 들고 시간은 많이 들고 아이들은 좋아하고 의미도 있고. 크리스마스 놀이로 딱이다.ㅎㅎ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함께 택배 상자로 Nativity scene(예수의 탄생 모습)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도안 같은 건 없다. 그저 높이만 맞춰 자른 후 네모나게 모양을 만들어 테이프로 붙여준 게 전부다. 바깥에서 상자 무늬가 보이면 안 예쁠 테니, 상자를 뒤집어 붙였더니 꽤 마구간스러운 마구간이 탄생했다. 지붕은 지붕모양을 만들어서 스테이플러로 박아준 후 마구간 틀 위에 테이프로 붙여주었다. 바깥을 좀 더 꾸미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마구간이라며 창문도 뚫지 못하게 했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작은 창문만 뚫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에는 마구간이 아니라 집으로 바꾸면 아이들이 장식하고 꾸밀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엉성하지만 완벽할 필요 전혀 없는 마굿간! ㅎㅎ


마구간을 완성한 후에는 아이들 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성탄 동화책을 가져와 읽어주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장면을 힌트 삼아 동방박사로 변장해보라 했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동방박사로 변신! 스카프를 두르고 아기 예수님을 위한 선물도 손에 들었다. 아기 인형을 작은 택배 상자에 넣어 말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도 표현했다. 이렇게 Nativity scene 만들기 완성! 서로 역할을 바꿔 가며 한참을 깔깔 대며 놀았다. 동화책에 나온 대사를 활용해서 약간의 연극을 더할 수 있게 도와주면 더욱 재미있다. 사진을 찍어 한국에 계신 어른들께 보내드렸더니 '밖에 못 나가니 별 걸 다 한다고 논다'며 약간 불쌍해하시는 것 같았지만ㅋㅋ 아이들에게는 재미도 있고 유익했던 놀이였다.


Nativity scene 만들고 Nativity play 하기. 성탄의 의미에 딱 맞는 놀이였다 :)


Nativity scene 만들기는 박스를 이용한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진저브레드 쿠키를 이용할 수도 있고, nativity scene을 만들 수 있도록 나온 어린이용 보드북도 있다. 이 책은 주변 곳곳에 선물하기도 했을 만큼, 토들러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쉽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도 예쁘고 견고해서 강력 추천이다.

아마존에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샀던 푸시 아웃 보드북, 강추!


여느 때처럼 북적대지 않아 아쉬운 크리스마스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맞이한 성탄이 된 것 같다. 평소 같은 크리스마스였다면 이렇게 성탄의 진짜 의미와 관련된 활동을 생각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고요하고 특별한 2020년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또 지나갔다. 내년에는 모든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기를!



커버 이미지 출처: narc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