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초등자녀와 12월 나기(선물 편)

by 한사랑

캐나다의 12월은 모두가 바쁜 달이다. 카드 및 선물 리스트를 만들고, 물건을 구입하고, 포장하고, 전달하느라 한 달 내내 분주하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밝혀지고, 트리 아래는 선물이 쌓여간다. 우리 집 크리스마스트리 아래도 여기저기서 받은 선물, 또 우리가 자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들을 하나하나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장난감을 사주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 생일이 아니라 예수님 생일이니까.ㅎㅎ 우리 집은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 집이라, 평소에 필요했던 물건들과 크리스마스 당일에 가족이 함께 할 액티비티를 사서 선물로 주는 편이다.(쿠키 만들기 세트, 진저브레드 하우스 만들기 세트 등)


특히 캐나다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에 세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평소에 필요하거나 내년에 필요한 학용품, 미술도구, 책, 옷, 신발 등을 사두었다가 예쁘게 포장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선물로 둔다. 특히 학용품이나 그림도구들은 엄마가 당연하게 사 주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허투루 쓰지 않나. 선물 개수가 많아서 그런 건지 다행히 아이들도 대만족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12월 한 달 내내 하나하나 추가되는 선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트리 아래 쌓여있는 선물을 하나하나 풀어보는 것이 큰 놀이고 재미가 된다.


IMG_2531.jpg 우리집 작년 크리스마스 아침풍경


그러다 문득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올해 크리스마스 때는 십일조만큼의 돈(수입의 10분의 1)을 어딘가에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실천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조금 줄이고, 아이들과 함께 기부를 해 보기로 했다.




0. 기부 내용 정하기

수입에서 10분의 1만큼의 돈을 사랑이 필요한 곳에 나누기

아이들도 기부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돈을 직접 기부하지 않고, 물건을 함께 구입해서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1. 기부할 곳 탐색

아이들과 함께 기부할 곳 정하기(지금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일까?)

가족회의를 통해 여러 장소를 생각해 냈다. 노숙자(캐나다 길거리에 홈리스들이 많이 있다), 각종 자선단체, 코로나 때문에 더욱 외로운 연말을 보낼 요양원 혹은 병원에 있는 있는 사람들, 동물 보호소 등.


2. 기부할 곳 정하기

아이들이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서 처음에는 동물 보호소에 기부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우리 가족은 강아지 관련 물품에 대해 잘 모르니 구입이 망설여졌다. 필요 없는 물품을 구입해서 기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아이들이 기부물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지역에 있는 어린이 병원으로 정했다. 장난감을 직접 고르라는 말에 다행히 아이들도 찬성해 주었다.


3. 기부할 물건 고르기

각 기관 홈페이지를 가 보면 기관마다 '도네이션 위시리스트'가 있다. 이걸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 게, 기관별로 기부받는 물건과 받지 않는 물건을 잘 구분해야 하고, 특히 물건의 브랜드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위생과 안전을 위해 이것저것 조건이 많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하지 않도록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4. 도네이션 위시리스트에 따라 쇼핑하기

시국이 시국인지라 온라인 쇼핑으로 하되, 아이들이 직접 고르게 했다. 아이들이 물건을 골라 담는 것도 큰 공부가 됐다. 하나하나 따질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십일조만큼의 돈이 모일 때까지만 살 수 있음, 하나를 너무 비싼 걸 사면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없음, 병원에 있을 친구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것으로 사기, 도네이션 위시리스트에 있는 물건이 맞는지 확인하기, 그 기관에서 원하는 브랜드의 장난감이 맞는지 체크하기, 병원에 있을 어린이들의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고르기(신생아부터 10대까지)


5. 기부 스케줄 잡기

기관에 연락해서 기부 방법과 날짜 문의하기.


6. 아이들과 함께 기부물품 전달하러 가기

IMG_2530.JPG 코로나 때문에 올해 특히 외로웠을 어린이들에게 산타가 되어 준 아이들 :)


기부를 하러 갔다가 너무 놀랐던 건, 도네이션을 하기 위해서 길게 줄 지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삼삼오오 가족끼리 선물을 들고 서 있었다. 도네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름 착한 일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지금까지 도네이션 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게 되는 날이었다. 그 날 하루만 해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왔으니 12월 한 달간 얼마나 많은 따뜻한 마음들이 전달되었을까!


예전에 캐나다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부=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책임감'으로 가르치던 것이 생각났다.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았던 '사업가 프로젝트'도 떠올랐다. 모든 프로젝트가 끝난 후, 각자 수입의 10프로씩을 모아 학급 이름으로 기부를 했었다. 그리고 교사는 그것을 책임감 있는 사업자의 마인드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번 만큼, 다시 사회의 필요한 곳에 환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인생 첫 기부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배웠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마음을 전하고 나니 우리 주변에 감사한 사람들도 떠올랐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한 지인들이 많았다. 얼굴 보고 인사도 할 겸, 감사와 사랑의 마음도 전할 겸, 작은 선물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아이들과 직접 배달하러 가기로 했다.


IMG_2490.JPG 직접 배달하러 갈 수 없는 선생님,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 친구들에게는 예쁘게 사진으로 찍어 전달했다.


마음을 모두 전달하는데 이틀 동안 꼬박 2시간이나 걸렸지만 그만큼 감사할 사람이 많다는 것에 더 감사했다. 또 비록 마스크를 쓰고 멀찍이 떨어져 인사하는 것이지만,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고 외로운 시기에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을 보고 반가워했다.


부모가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12월이 되었기를! 우리 자녀들이 작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은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래본다.



커버 이미지 출처: usa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