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스의 과일 시장
"저는 열여섯 살이에요. 여섯 형제 중 막내이고요.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저와 형들을 돌보느라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구요. 다른 형들은 이미 오래전에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났습니다. 학교에는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대신 매일 이 에페소스의 시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장사는 솔직히 쉽지 않아요. 큰형과 함께 말린 무화과와 올리브유를 파는데, 여기서 이윤을 남기기가 정말 힘들어요. 향신료나 비단 같은 고급 물품들은 우리랑 상관도 없고요. 아침 일찍 일어나 어두워지기 전까지 매대에 물건을 진열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게 저의 일이에요. "달콤한 무화과! 올리브유!" 가끔은 며칠 동안 팔리지 않아 무화과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기도 하고, 암포라에 담긴 올리브유가 변색되기도 합니다. 시장 관리인이 시도 때도 없이 가격 단속을 하는가 하면, 시비를 걸거나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죠.
그래도 저는 이 도시가 좋습니다. 아고라에서 만나는 지중해 상인들이나 갈리아 용병들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게 즐겁거든요. 언젠가 저도 이들처럼 넓은 세상을 누비는 무역상이 되고 싶어요. 아직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요. 제 꿈은 로도스 섬으로 건너가 직접 올리브유를 거래하는 작은 무역 회사를 차리는 거예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 드리고, 제 이름을 붙인 배로 바다를 누비는 거죠.
그저 꿈일 수도 있겠죠. 지금 형과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여기 무화과 더미와 낡은 천막뿐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이 모든 어려움이 훗날 저에게 밑거름이 되어 줄 거라는 걸요. 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느리지만 저도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저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죠."
작가노트
[1] 1화의 주인공 소년 디오메데스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신화 속 디오메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아르고스(Argos) 왕국의 왕이자 튀데우스(Tydeus)의 아들입니다.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그리스 전사로 꼽히며, 트로이 전쟁에서 탁월한 전투 실력을 발휘해 수많은 트로이 영웅들을 물리쳤습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총애를 받아 그녀의 도움으로 신들조차 공격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까지 다치게 할 정도로 대담했으며,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 목마 작전의 주요 인물이었습니다. 어원적으로 그의 이름은 '제우스'를 의미하는 '디오스(Διός)'와 '생각' 또는 '조언'을 의미하는 '메도마이(Μέδομαι)'의 결합입니다.
[2] 에페소스(에베소)는 고대부터 에게 해 연안의 주요 항구도시로, 로마 제국 시대 소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와 긴밀한 무역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비잔틴 제국 시대에도 중요한 속주였으나, 6세기부터는 무역도시로서의 영광이 점차 쇠퇴하며 종교와 행정 중심지로 그 기능이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여생을 보냈다고 하거나, 사도 요한의 무덤이 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3] 올리브유는 주요 교역품이자 생계 수단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소아시아(아나톨리아) 지역 중 에게해 방면 주민들은 면화, 담배, 포도, 올리브, 무화과와 같은 시장용 환금 작물을 주로 생산했습니다. 이곳은 곡물 재배와 목축을 주 업으로 하던 내륙 언덕 지역과 기후나 생활 방식에서 크게 달랐습니다. 올리브가 중요한 수입원이었다는 사료적 증거로, 622년 페르시아의 샤 호스로 2세가 비잔틴 황제 헤라클리우스에게 항복을 권유하며 영지, 포도원, 올리브나무를 주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4] 암포라(Amphora)는 두 개의 손잡이와 뾰족하거나 둥근 밑부분, 좁은 목을 가진 용기로, 주로 액체 식품, 특히 와인과 올리브유를 운송하고 저장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5] 당시 시장 관리인들은 가격을 자주 통제했습니다. 비잔틴 정부는 상업 활동 통제를 위한 칙령을 여러 차례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가격상한제' 칙령(Diocletian, Edict on Maximum Prices)은 상인들의 "무한하고 열광적인 탐욕"을 억제하기 위해 단호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습니다.
[6] 갈리아(Gallic)는 로마 시대의 지리적 용어입니다. 비잔티움은 용병 활용과 다양한 민족과의 교류로 유명했습니다. 특히 후기에는 '바랑기안'(Varangian)이라 불리는 노르만, 프랑크족 출신 용병이 제국 주요 도시에 흔했지만, 막상 갈리아 용병에 관한 고전시대 사료는 많지 않은듯 합니다. 작중에서는 단지 고전 로마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사용했습니다.
참고문헌
이 브런치북은 브랜든 스탠턴(Brandon Stanton)의 [Humans of New York]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Edward Luttwak, The Grand Strategy of the Byzantine Empir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2009)
'Diocletian, Edict on Maximum Prices, preamble' in Naphtali Lewis and Meyer Reinhold (eds), Roman Civilization: Selected Readings, vol. II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0)
John F Haldon, The Palgrave Atlas of Byzantine History (Palgrave Macmillan 2010)
위키피이다(영문), ’Amphora’ https://en.wikipedia.org/wiki/Amphora
사진: Wikimedia commons, 'amphora' author: Ad Meskens, CC BY SA 3.0
이미지 출처: AI Gemini 생성 (세부 프롬프트) 모든 인물 이미지는 여기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