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0.사랑이 하늘에서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노라

-막스 뮐러, <독일인의 사랑>

by 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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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사랑’이란 한마디로 계시이다. ‘나’의 머리 위에 마리아의 손이 떨어졌을 때부터 그와 같이 마리아를 사랑한다. 이해나 동정이 아니라, 그저 하늘로부터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병약한 마리아의 말동무가 되기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둘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이야기 중에 마리아, 혹은 작가는 베르테르적인 파괴적 사랑을 비판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것과 다른 사랑은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이 순수한 행복의 샘물은 완전히 말라버린걸까? 사람들은 도취의 묘약만 알 뿐, 생명을 선사하는 사랑의 샘물은 모르고 있는 걸까?(104p)” 이처럼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결벽적이고 성스럽다. 다분히 종교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결벽적인 성스러움은 소유라는 집착을 넘어선 곳에서 완성된다. 소설 속에 인용된 워즈워스의 시 <고지의 소녀>의 한 구절은 그 점을 보여준다. “그대의 오빠가 되건, /그대의 아버지가 되건, /그대의 무엇이 되어도 좋다.” 이 문장은 사랑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존재를 온전히 긍정하겠다는 거대한 고백, 신앙에 가깝다. 나에게 허락될 역할이 무엇이든, 심지어 그것이 연인이라는 이름이 아닐지라도 상대의 곁에서 영혼까지 나누겠다는 선언. 베르테르가 증명을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사랑이 타오르는 불꽃이라면, 작가가 보여주는 사랑은 결코 소유하려 들지 않는, 세상을 적시는 연약한 빗줄기와 그 결이 같다.


이 책의 정점은 마리아를 향한 ‘나’의 고백이다. “날 왜 사랑하니?”라는 마리아의 물음에 ‘나’는 마리아에게 계시처럼 고백한다. “왜냐고? 마리아!아이에게 왜 태어났는지 물어봐. 꽃에게 왜 피었는지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살을 비추는지 물어봐.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해.(130p)” 이 계시를 들은 마리아는 신실히 사랑을 받아들인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하마터면 진부해질 뻔한 이 문장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하나의 계시록이 되어 사랑이란 무엇인가, 를 질문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던 이 소설은 내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 것 같다. 사건도, 반전도 하나 없는 이 둘의 대화가 내 마음을 흔든 것은, 아마도 가장 순수한 혹은 플라토닉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자문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용기는 과연 얼마나 무거울까. 이제는 살짝 가늠이 가는 그 무게를 나는 아직 어찌할지 모르겠다.




초고?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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