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7. 쌍둥이의 대체 가능 또는 불가능성에 대하여

-단요, <트윈-대체 가능>

by 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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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중 하나는 절벽 아래, 하나는 위에 있다. 그들의 아버지가 달려와 살아있는 한 명의 뺨을 친다. 그리고 말한다. “살인자가 되느냐 전문직으로 살아가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인간이라면 뭘 고를지가 명백하다고 믿는다.”(33p) 최지연, 아니 최우연이 ‘명료하게’ 대답한다. “응.”(34p)


아버지이자 화자, 최민형은 의사이다. 그는 딸이건 친척 앞에서건 “못하면 욕을 먹어야지. (중략) 교만이든 탐욕이든, 일종의 죄야.”(74p)라고 굳건하게 말하는, 능력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두 딸은 쌍둥이로, 그들은 어머니이자 최민형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한 번 엇나갔다가 돌아와 4수, 5수를 하는 상황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최우연은 4수 후 치대에 입학했고, 최지연은 답안지를 밀려 5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민형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장에서 친척에게 한소리 듣고 나와 이렇게 되었다는 상황.


최민형은 딸의 정체를 숨기고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하는 와중에 두 딸이 엇나갔을 때 도와준, 그러나 서로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은 동생 최민호가 최우연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한다. 복잡한 가족사와 더불어 머리가 터질 것처럼 같은 상황에서, 최민형은 이 모든 상황에 (적어도 대다수 연루된) 최민호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또 삼촌과 더 친밀한 그의 딸 우연에게 동참을 요구하면서.


이것은 죄에 관한 이야기이다. 죄는 어떤 사건이 유발된 후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복수를 선택한다. 딸에 대한 복수일 수도, 아내에 대한 복수일 수도, 그보다 더 전의, 모든 일에 대한 복수일수도 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딸 앞에서 선언한다. 상황에 대한 종결을 요구하는 것은 용서 받을 자의 특권 아닐까? 민형을 보자면 이런 생각이 정당하고 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에게 그것은 복수건 용서이건 어쨌든 ‘해야할 일’이므로, 그는 그것을 한다. 그것조차 안하는 건 구제불능이자, 바보이자,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니까. 그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최지연이자 최우연은? 이 사건의 시발점이자 중심점인 그녀는… 누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나? 어째서 쌍둥이는 ‘자살’하게 되었고, 아빠는 삼촌에게 복수하는 것에 협력하라고 하는가? 아빠의 생각과 행동은 자식이 배우는 법. 최지연, 혹은 최우연 또한 복수를 선택한다. “남 사정 봐 줄 거 없어. 최민형이 항상 하는 말 있잖아. (중략) 하지만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않는 것은 벌 받을 잘못이다……”


쌍둥이는, 그것도 서로 닮음을 피하지 않는 쌍둥이는 구별 가능한가? 그들은 구분되는가? 죽음으로써 비로소 구분되고, 그 죽음으로 인해 다시 하나가 되는 쌍둥이는 동일한가, 동일하지 않은가.


복수와 용서라는 극단의 개념처럼 보이는 이것들은, 어떤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대체 가능하다. 마치 최지연과 최우연이라는, 아버지도 구분 못하는 쌍둥이처럼. 이 말은 복수라는 비환대와 용서라는 환대가 대척점에 있는 동시에 구별 불가능하다.


복수는 타자를 파괴함으로써 종결을 꾀하고, 용서는 타자를 수용함으로써 종결을 꾀한다고 한다. 최민형의 세계에서 복수와 용서가 판별 불가능한 이유는, 그 어느 쪽도 있는 그대로의 타자를 이해하려고도, 대우하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윈>의 세계에서 환대는 죽었는가? 이 이야기를 읽은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복수와 용서가 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작가의 통찰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그것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일지라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옥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그리고 그들은 만족스러울까?


아버지가 묻는다, 왜 그랬느냐고.


딸이 답한다. 글쎄……



“웃음소리는 점차로 흐느끼는 소리에 가까워져 갔고 우연의 표정 역시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순전히 기뻐하는지, 허탈해하는지, 슬퍼하는지.”(196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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