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8. 누가 사랑을 두려워하랴!

-정해나, <요나단의 목소리>

by 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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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수 이찬혁의 노래 [멸종위기사랑]을 자주 듣고 있다. 그 가사 중에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는데’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가사를 들으면 이 세상에 성별은 사람들의 수만큼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들만큼의 성별과 그에 따른 사랑들이. 각자의 고유한 사랑이 있으며 이것이 세상을 이루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뒤덮으면, 어쩐지 모르게 평온해진다. 과연 누가 사랑을 두려워할까?


이 책의 주인공 윤선우와 조의영은 고등학교 기숙사의 룸메이트로 만난다. 선우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그것이 의영의 흥미를 끈다. 그렇게 둘은 여느 아이들처럼 친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



“다윗이가 보고싶어”

(1권, 263p)



선우가 침대에 앉아 가만히 울며 말한다. 하기 싫어. 나 이제 노래 안할래. 다윗이가 보고 싶어.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의영은 묻는다. 네가… 좋아하던 애? 조의영의 조용한 추측은 틀림이 없다. 윤선우는 최다윗을 좋아한다. 친구의 의미뿐만 아니라 연애 감정으로도. 정확히는, 좋아했다. 그러나 이곳은 채플 수업이 있는 기독교 학교이고, 윤선우는 목사 아버지를 둔 독실한 가정의 외동이며, 그 자신 또한 성가대의 일원인데다가, 최종적으로 최다윗은 윤선우의 곁에 없다. 선우는 그것이 괴로워 울고, 담벼락에 머리를 박고, 노래를 부르다가도 뛰쳐나간다. 그의 세계에서 어떤 사랑은… 죄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더 혼란해지고 있습니다. 자살이나 마약, 동성애 같은 것들이 유행처럼 세상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들이 분명히 죄라고 말씀하십니다.(2권, 18-19p)”


좋은 목사이자 선우의 좋은 아버지인 남자가 대강당에서 설교한다. 동성애자이자 약으로 자살 시도를 할 뻔한 아들을 앞에 둔 채로,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선우 뿐만 아니라 그의 앞에 있을 어떤 사랑이 ‘유행’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가능성이 목사의 신학 안에서는 남김없이 소거되어 있다. 그의 신이 사랑을 설파한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사랑을 가르치는 종교가 사랑을 죄라고 부를 때, 그때에도 그 모순 속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누가 사랑을 두려워하랴… 그러나 정말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랑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죄’이기 때문에. 세상 다음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러나 사랑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가는 곳이 천국이고 사랑을 하는 자들이 가는 곳이 지옥이라면 그것이 정말 그들이 말하는 천국과 지옥인 게 맞을까, 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선우를 가까이서 봐온 의영은 선우 주변을 맴도는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세요?(3권, 221p)” 그러나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선우를, 사람을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있기에, 천국과 지옥이 아니라 선우의 삶을 위해서 의영은 처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는 신이 진짜로 있다는 듯이 선우에게로 가닿는다. “그래서 믿을 수밖에 없어…(3권, 289p)” 라고 선우가 화답한다. 의영은 여전히 선우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나 그런 이유로 고개 돌리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의 믿음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의영이 선우에게 한 행동은 내가 불가능하다고 느낀 절대적 환대의 모습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채로 놔두면서도 온전히 바라보는 것. [멸종위기사랑]의 가사가 ‘사랑의 종말론’이 될지 ‘사랑해! 정말로!’가 될지는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사랑한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그 세계의 종말론을 펼치는 대신에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들 또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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