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수 Aug 19. 2022

묘지공원 방문기

계속 가야지 가야지-하며 미뤘었는데, 이렇게 또 어느 날엔가는 나서서 가보고 싶어졌다.

그만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버스에 올랐다.




도심을 빠져나가, 시골길을 달리는 내 머릿속은 들어야 할 강의들과 닥쳐올 스케줄들로 들어차 있다. 이럴 땐 명상을 해오던 게 도움이 된다. 크게 호흡하고 창밖 풍경으로 생각을 비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정류장에 도착해 있다.



옆동네에 내려서 가는 길은 오르내리락 반복이다. 그러다 드문드문 풍경들을 감상하며 숨을 고른다.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께서 날 앞지르신다.






얼마 못가 또 멈춰 선다.

할머니도 이 풍경을 보셨을까.






네댓 개 언덕을 더 지나 입구에 도착했다.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정상이 보인다.

저 높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품었을지 가늠치 못하게 한다.


다시 언덕을 오른다. 다 온 줄만 알았는데, 만치 새로운 목적지가 보인다.



걸음을 잇자.




 


오르는 길에 꽃다발이 버려져 있다.

수국은 아닌 것 같은데, 생전에 좋아하셨던 꽃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잠시 후, 오르는 길에 괜히 떠올라 어떤 이야기를 가졌을까- 고민해본다.




쉴 곳이다. 잠시 앉아서 전경을 둘러보자.

스레 이 밴치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만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봐 버렸다.


풀들 사이로 비석들이 반짝인다.





크게 숨을 내뱉고 발길을 돌린다. 저만치 놓인 계단에 오르자 또 다른 계단이 이어진다.








힘차게 계단을 오른다.

점점 더 많은 무덤들을 스쳐간다.




그러자 어느샌가 정상에 올라섰다.


애초에 정상을 목적에 두고 온 건 아니었지만, 올라오면서 눈여겨봐 둔 곳들을 내려가면서 찬찬히 둘러볼 셈이었다. 구름을 몇 개 세다, 다시 내리막을 향해 본다.




내려오는 길은 편하지만 더디다.

더디게 걷다 보니 괜스레 허탈하다.



가는 길 황새 무리가 반긴다.

둥지라도 틀었는지,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다.




다 내려와 정류장에 서 있는데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았다.

마침 배도 고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주인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저만치 산 능선도 눈부시게 반짝이고,

그러니 제 딴엔 다시 들러도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자니 내 머릿속은 그 풍경들로 들어차 있다.


괜스레 매미소리가 정겹고,

창 밖 아파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 언덕길서 마주한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다시 한번 그 언덕을 오를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마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