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타심

by 준수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적어도 당신이라도 말이에요.


저는 아마 평생 행복하지 못할 거예요. 아, 꽤 부정적인 가요? 글쎄요, 이래 봬도 현생에선 항상 웃고 다니는 자타공인 해피 보이란 말이죠.


그런데 왜 제가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음, 글쎄요. 첫마디를 어디서부터 때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아마 그것부터 하는 게 좋겠네요. 제가 왜 이렇게 가면을 쓰게 됐는지.



저는 22살의 대학생입니다. 딱히 잘하는 건 없지만 좋아하는 건 너무 많은 소심한 남자아이죠.

좋아하는 게 많다 보니 또 이렇다 하게 지그시 판 우물은 없더라고요. 듬성듬성 얕은 구덩이만 열심히 파왔달까요. (웃음)


많은 기회가 있다 보니 많은 절망도 있었어요. 아, 이 순간에도 막 새로운 절망이 저를 찾아왔네요.

저를 죽이려고 유혹하네요... 음, 글쎄요. 저는 아직 죽고 싶진 않은데요.

.. 근데 세상일이 또 하고 싶은 데로만 할 수는 없는 법이죠.



딱히 스스로 이뤄낸 게 없어서 그런가, 딱히 자신의 행복을 위하지 못해 졌어요.

그다음으론 그냥 남들에게 맞춰 적절히 웃고, 적절히 대화하다 어느샌가 그저 적절하기만 한 모든 것들을 발견하곤 좌절한다. 뭐, 이런 뻔한 스토리죠.



단순했던 과정만큼 그 결말도 꽤 단순했어요. 너무도 단순해서 너무도 확실한 결과였지만요.

음, 글쎄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저는 더 이상 웃지 않으려고요. 그저 적절하기만 한 삶에 지쳤달까요.

그러니 부디, 만일 당신이 저를 만나게 된다면 웃음 짓지 못한 저에게 화를 내진 말아주세요. 꽤 다져지기만 해서 제법 날카롭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하나 둘 적절한 관계들에서 가짜의 자신을 없애다 보면 언젠간 완벽히 홀로 남을 거예요.

진정한 나를 찾게 돼서 진짜 친구를 얻게 된다는 스토리 따윈 기대하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허영심을 품었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웃음)



그러니 제 이 완벽한 이타심을 이해해주길 바라요.

이번엔 당신을 위해 웃음보단 진정한 저를 준비했으니, 부디 쓰다 남은 격려 한마디라도 부탁해요.



...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요. 저는 이만 자러 가볼게요.

눈을 뜨면, 그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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