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멈춰선 그 자리, 내가 함께 숨을 고르겠다

형아가 보여준 진정한 도움의 타이밍, <그네탈래>에서 배우는 동행의 의미

by 투유니즈맘
누군가의 속도에 맞춰 손을 내미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그 누군가를 다시 날게 합니다




움직이지 못했던 시간의 끝에서



나는 오랫동안 두려움과 자유 사이에서 머뭇거렸다.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조작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손에 쥐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톤짜리 쇠덩어리를 몰고 다른 사람들 사이를 지나간다는 것,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그 무게가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첫 번째 시험에서 실패했을 때, 나는 운전이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단정했다. 손과 발이 덜덜 떨리며 중앙선을 침범했던 그 순간의 공포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운전석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하지만 삶은 때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배 속의 둘째가 자라면서, 나는 다시 그 두려운 운전대 앞에 서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10시간의 연수를 마치고 신랑과 함께 도로에 나섰을 때, 나는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조수석에 설치한 보조 브레이크가 있다는 안정감은 있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우리는 맑은 날에도 장대비가 오는 날에도 함께 달렸다. 시내의 복잡한 교차로에서, 한적한 시골길에서, 바람이 거센 해안도로에서. 신랑은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한라산 516도로가 있었다.


그날 아침부터 긴장이 온몸을 휘감았다. 급커브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그 길은 제주도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구간이었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굳이 그 길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은 나였다. 어쩌면 두려움을 이기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산길이 시작되자 세상이 달라졌다.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없었고, 손바닥에 차는 땀으로 핸들과 손이 하나가 되어버렸다. 긴장으로 꼿꼿이 세운 허리가 아팠고, 배 속의 아이도 나의 긴장을 느끼는 듯 자꾸만 뭉쳤다.

그런데 정말 혼란은 연속 커브구간에서 시작되었다. 엑셀과 브레이크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 발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세상이 어질어질했다.



그때였다. 신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브레이크."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지금 엑셀. 괜찮아, 집중해. 지금 잘하고 있어."

나는 그의 목소리에 기댔다. "핸들 더 꺾어. 발 떼고 다시 엑셀." 그는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내가 당황할 때 함께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만을 말해줄 뿐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믿어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내가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내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고, 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여전히 믿어주는 것.



516도로를 다 넘었을 때, 나는 그제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결국 그 길을 달린 것은 나였다는 것을.

신랑은 나를 대신해서 운전해주지 않았다. 다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일깨워줬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 그네를 처음 탈 때도 그랬을 것이다.

누군가 뒤에서 살짝 밀어줄 때, 그 손길이 주는 것은 힘이 아니라 용기였을 것이다.

그림책 <그네탈래>를 읽으며 그날의 516도로가 떠올랐다.

오늘도 누군가는 첫 번째 도전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곁에서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작은 손길이 만드는 기적



놀이터에서 형아가 멋지게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본 어린 주인공이 "나도 한번!" 하며 도전한다.

하지만 아무리 "끙차" 힘을 써도 그네는 좀처럼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다른 그네로 바꿔봐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끄응차", "끄으으으응차" 온 힘을 다해 애써보지만 여전히 잘 안 된다.

좌절한 아이는 "치이..." 하며 한숨을 내쉬고 땅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그때 말없이 지켜보던 형아가 "밀어줄까?" 하며 다가온다.

아이는 "준비이이이이이이이" 하며 마음을 다잡고,

드디어 형아가 밀어주자 "우와!" "이이얏호!" 하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다.

성공의 기쁨을 맛본 아이는 "그네 진짜 재밌다!"며 환호하고,

이제는 둘이 함께 즐겁게 그네를 타며 놀이의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기다림이라는 시간의 예술



516도로를 넘으며 나는 이상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운전 그 자체가 아니라, 혼자라는 사실이었다는 것을.

"지금 브레이크. 지금 엑셀."

신랑의 목소리가 내 옆에서 들릴 때,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대신해서 운전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일깨워줬을 뿐이었다.



그림책 <그네탈래>를 읽으며 그때가 떠올랐다.

"끙차", "끄응차" 아무리 애써도 그네는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좌절한 아이가 땅바닥에 쪼그려 앉을 때, 형아는 "밀어줄까?" 하고 묻는다.

그 짧은 말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다는 믿음, 함께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여전히 너의 선택이라는 존중.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형아는 아이가 두 번 실패하는 동안 말없이 지켜봤다.

언제든 도와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이만의 시간을 기다려준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기다림을 받았다. 신랑은 내가 3년 동안 운전을 피해 다닐 때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주었다.



"준비이이이이이이이"

아이가 마음을 다잡는 그 순간, 나는 516도로에서 핸들을 꽉 잡고 있던 내 손을 떠올린다.

손바닥에 땀이 차고, 배는 뭉치고, 허리는 아팠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우와!" "이이얏호!"

아이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때의 그 기쁨을. 아라동에 도착했을 때 내가 느꼈던 그 안도감과 성취감을.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형아, 우리 내일도 그네탈래?"

성공의 기쁨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진짜 성장은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었다.

때로는 내가 그네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이고, 때로는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는 형아일 것이다.

언제 기다리고 언제 손을 내밀지, 그 타이밍을 아는 것.

어쩌면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것은 그네 타는 방법이 아니라, 서로의 호흡에 귀 기울이는 법인지도 모른다.



어떤 순간은 지켜보는 게 최선이지만,

어떤 순간은 용기내어 "도와줄까?하고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 타이밍을 아는 것,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는 것.

나도 누군가의 그 순간 앞에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길.





<그네탈래> 장혜련 作을 읽고...








글쓴이 │ 투유니즈맘 (Twoyooniiz Mom)

읽음談(담)에. All rights reserved.



일주일 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0일전부터, 아니 시작은 2주 전부터 였던거 같아요.

둘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염에 시달려 설사를 하고 있습니다.

세균성도 아니고 주요 바이러스도 아니고 세균 배양 검사도 했는데

다 음성이 나왔는데 아이는 계속 설사를 하네요...

신랑도 일주일동안 출장을 가있어서 정말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제대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목표는 이번달에 4편 더 써서 브런치북으로 묶는게 목표입니다.

할 수 있겠죠..? ㅎㅎ

이전 06화우리는 모두 다른 빛깔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