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심이었던 순간들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그 마음은 진짜였다. <뿅가맨>의 진실

by 투유니즈맘
눈부신 장난감 하나에 빠진 준이,
그 마음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감정은 무엇일까?




완벽한 선택은 없다 : 어른의 '뿅가맨' 모먼트



결혼하고 3년, 시댁과의 합가를 끝내고 친정 근처로 분가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내 집, 내 살림이었다. 작지만 소중한, 우리 네 식구만의 첫 공간이다.



행복주택이라 넓지는 않지만, 건축 전공을 살려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이 집에 들어가는 가구와 가전은 전부 내가 생각하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들인 것들이다. 그 설렘과 흥분은 상상 이상이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고르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브랜드, 색상, 기능, 가격, 생산국까지... 머릿속에 엑셀 시트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결제 버튼을 누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확신은 없었다.

‘이게 최선일까? 더 좋은 게 나오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선택을 마치고 나면 검색 기록부터 지웠다. 비슷한 제품이 광고로 다시 떠오르지 않게 설정도 바꿨다.

후회란 없다. 내 선택이 최고라는 걸 믿기로 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이사한 지 두 달이 흘렀다.

거의 모든 가전, 가구에 대한 선택이 끝났는데,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린 게 하나 있다.

바로 책장이다.

낮은 책장, 높은 책장, 회전 책장, 전면 책장. 2단으로 할까, 3단으로 할까. 내추럴일까, 화이트일까.

아이 책장은 성인 책장보다 훨씬 낮은데 가격은 훨씬 비싸다.

그리고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미감이 달라서 보는 것마다 예쁘다.

하, 미칠 노릇이다.



그래! 나는 지금, 책장을 고르고 있는 게 아니다.
확신을 고르고 있다. 이 선택이 완벽하길 바라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마음이 나를, 계속해서 회전목마처럼 돌게 만든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이 끝없는 선택의 고민, 욕망의 순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을 찾아 헤매는 내 모습을 보며 오늘 소개할 그림책 <뿅가맨>이 떠올랐다.
다섯 살 준이가 로봇 장난감 '뿅가맨'에 빠져드는 이야기.
처음엔 단순한 아이 그림책처럼 보였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묘한 공감이 밀려왔다.
준이가 뿅가맨을 갖고 싶어 하는 간절함, 드디어 손에 넣었을 때의 그 환희,
그리고 곧이어 새로운 장난감 '왔다맨'에 눈길이 가는 순간.
그 모든 과정이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장난감이 냉장고가 되고, 책장이 되고, 집이 되고, 차가 되었을 뿐.
욕망의 회전목마는 나이를 불문하고 계속 돌아간다.

<뿅가맨>은 그 회전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마음의 결을 아이의 시선으로, 아주 조용하고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장난감 하나에 빠진 아이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 한가운데를 슬며시 건드렸다.





뿅가맨에서 왔다맨까지 : 아이의 욕망 여행



다섯 살 준이는 마트에서 반짝이는 로봇 장난감 '뿅가맨'에 첫눈에 반한다.

엄마는 사주지 않지만, 준이의 마음은 이미 뿅가맨으로 가득 차 세상 모든 것이 뿅가맨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엄마가 뿅가맨을 사주었을 때, 준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새로운 장난감 ‘왔다맨’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본 순간,

준이의 마음은 또다시 흔들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존재였던 뿅가맨은 바닥에 조용히 버려진다.





준이의 뿅가맨, 나의 책장 : 끊임없이 옮겨가는 마음의 풍경



<뿅가맨>은 단순한 아이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반복하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비춘다.

겉으로는 장난감을 향한 아이의 욕망을 그린 듯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 마음의 보편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 그림책은 욕망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준이에게 뿅가맨은 "다섯 평생 처음" 만나는 최고의 물건이었지만, 그 가치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나도 그렇다. 어떤 물건을 간절히 원하다가도, 막상 손에 넣고 나면 그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마치 준이가 뿅가맨을 바닥에 내려놓듯, 나의 열망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대상을 찾아 옮겨간다.



욕망은 현실을 왜곡시킨다.

준이에게 세상 모든 것이 뿅가맨으로 보이는 장면은,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가구를 들이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에서는 온통 그 가구만 보이고, 길을 걷다 보면 집집마다 그 가구가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대상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그것이 나의 렌즈가 되어 세상을 색칠한다.



소비사회에서 광고와 또래 영향력은 욕망의 구조를 만든다.

준이는 마트에서 "지구를 지키는 무적 용사 뿅가"라는 광고 문구에 끌리고, 놀이터에서는 친구들이 가진 '왔다맨'에 다시 마음을 빼앗긴다. 나 역시 SNS에서 유행하는 제품이나 지인들이 가진 물건에 더 강하게 끌린다.

이렇게 우리의 욕망은 완전히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욕망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준이가 뿅가맨에 매료되는 순간의 설렘과 기쁨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순수하다.

내 삶에서도 무언가에 푹 빠지는 경험, 완전히 몰입하는 순간들은 삶에 활력과 의미를 부여한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뿅가맨>은 이런 감정의 스펙트럼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욕망의 시작과 끝, 그 사이의 감정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나에게 내 마음속 '뿅가맨'과 '왔다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결국 이 그림책은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쫓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어쩌면 더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책장을 고른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중요한 건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진심의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욕망의 회전목마는 계속 돌아가겠지만, 이제 나는 가끔 내려서 잠시 쉬어갈 줄도 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바닥에 놓인 뿅가맨을 다시 집어 올릴지도 모른다.





<뿅가맨> 윤지회 作을 읽고...








글쓴이 │ 투유니즈맘 (Twoyooniiz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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