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온 숲이 함께 자란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관하여, <아기 멧돼지를 낳았대>

by 투유니즈맘
숨결에 맞춰 잠드는 아기 멧돼지들,
그 곁을 지키는 마음들이 모여 숲이 됩니다.




마을이 아닌 가족이 있었다.



나의 두 딸은 내 인생의 첫아기는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2개월 전, 우리집에 2.95kg의 아주 작고 소중한 아기가 왔다.

그날 그렇게 작은 생명을 처음 본 나는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출생신고하러 다녀오겠다는 아기 엄마의 말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나는 온 마음을 쏟아 그 아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소이. 우리집 첫 경사이자, 서열 1위.

마치 깃발을 꽂듯, 소이는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동생이 일을 하던 시기라, 온 가족이 함께 아이를 돌봤다.

엄마는 분유 및 이유식을, 아빠는 안아주기, 나는 놀이와 책읽기를 맡아 소이를 돌봤다.

처음엔 팔 한쪽에 쏙 들어오던 아기는 모두의 손길 안에서 날개를 단 듯 쑥쑥 자라났다.

"아이를 키울 때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이는 또래보다 말도 빨리 배우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어느새 세 살이 된 소이는 또렷한 발음과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주변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주변에서는 "여러 어른들과 함께 자라서 그런지 표현력이 좋다"는 칭찬을 자주 했다.

'함께 키우는 육아'가 무엇인지, 나는 소이를 통해 처음 배웠다.



그리고 2022년, 내 뱃속에 첫 아이가 자라기 시작했다.

나는 과감히 제주도 시댁으로 들어갔다. 둘만 사시던 어머님, 아버님께 "적적하지 않으세요?"라며 웃으며 말을 꺼냈지만, 사실은 소이를 통해 경험한 '함께 키우는 육아'의 안정감과 따뜻함을 내 아이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



시댁에서의 3년은 나에게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었다. 할아버지가 데려다주는 어린이집, 첫째와 할머니가 함께 준비하는 저녁, 첫째와의 시간을 보내라고 둘째를 봐주시는 어머님... 그 일상의 모습들이 아직까지 가슴 한켠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혼자 키우지 않는 육아'를 선택했고, 덕분에 두 아이를 여유롭고 감사한 마음으로 돌볼 수 있었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읽은 그림책 <아기 멧돼지를 낳았대>는 이런 내 경험과 묘하게 겹쳐졌다.

책 속에서 엄마 멧돼지가 일곱 마리의 아기를 낳자, 산양, 고라니, 너구리, 토끼, 고슴도치, 부엉이까지 모두 모여 걱정하고 도우려 했다. 특히 부엉이가 "엄마 멧돼지에게 먹고 힘낼 걸 가져다주는게 어때?"라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출산 후 시어머니가 매일 아침 정성껏 준비해 주시던 미역국, 모유수유를 하는 나를 위해 매달 사골을 끓여주셨던 시아버지가 떠올랐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내 삶 속의 소이와, 나의 딸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함께 키워준 모든 어른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이 그림책은 단순한 동물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고 여린 생명을 함께 지켜내는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새 생명의 경이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걱정에서 시작된 숲속의 하루



달음산 깊은 숲속, 엄마 멧돼지가 일곱 마리 아기 멧돼지를 낳았다는 소식이 퍼진다.

산양을 시작으로 숲속 친구들은 하나둘 모여 걱정을 나눈다.

지친 엄마, 연약한 아기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모두가 마음을 모아 도우려 하고, 결국 친구들은 함께 먹을 것을 준비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걱정과 전혀 다른 풍경.

엄마 멧돼지는 조용히 잠들어 있고, 아기 멧돼지들은 그 배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엄마의 숨결에 맞춰 고요히 잠들어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온 숲이 필요하다.



이 작은 그림책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일곱 마리의 아기 멧돼지를 낳은 엄마를 향한 숲속 친구들의 따뜻한 걱정과 배려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준다.



내가 소이를 키울 때 깨달았던 것처럼, 육아는 결코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온 가족이 함께했기에 소이는 날개를 달고 자랐고,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며 시부모님의 도움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림책 속 부엉이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자"라고 제안했을 때, 나는 출산 후 시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 한 그릇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를 떠올렸다.



또 하나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걱정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산양, 고라니, 너구리, 토끼... 모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걱정했지만, 그 마음의 뿌리는 새 생명을 향한 사랑이었다.

이것은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수많은 걱정과 닮아있다. 걱정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그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를 위해 달려갈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때로는 자연의 순리를 믿는 것'의 중요성을 조용히 알려준다.

모두가 걱정으로 달려갔지만, 막상 도착해 본 엄마와 아기 멧돼지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어떤 위로보다 강력했다.

내가 시댁에서 첫째를 키울 때도 그랬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두려움도 많았지만, 아이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잘 자라줬다.

우리의 불안이 현실이 되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이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고 핵가족화되는 지금, 오늘도 육아의 고단함을 혼자 짊어지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을까.

소이를 통해, 그리고 내 두 아이를 통해 배운 '함께 키우는 육아'의 가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온 숲이 필요하다.

그 숲의 나무들처럼 서로 뿌리를 얽히고 가지를 맞대며 자라날 때, 우리는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

마치 엄마 멧돼지의 숨결에 맞춰 오르락내리락, 모두가 같은 리듬으로 함께 춤추는 것처럼.



잠든 두 딸의 숨결을 바라보며 바란다.

이 작은 생명들이 더 큰 숲의 품 안에서 자라나기를.

언젠가 또 다른 아기 멧돼지를 품어낼 숲이 되기를.





<아기 멧돼지를 낳았대> 이상교 作을 읽고...








글쓴이 │ 투유니즈맘 (Twoyooniiz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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