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너를 향해 다가선다

고립된 자기 보호에서 함께하는 용기로, 나와 <가시 옷>의 평행이론

by 투유니즈맘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입어온 보이지 않는 가시 옷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스스로 찌르던 날들을 지나, 가시를 내려놓는 용기



'사교성이 좋다', '친화력이 좋다', '성격 참 좋다'—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말들. 하지만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초중고 시절, 나는 주류에 끼고 싶어서 눈치를 보며 살았다. 나만 빼놓고 무언가가 흘러가는 느낌이 들면, 견딜 수 없이 슬펐고, 그 감정이 너무 드러나서 결국 따돌림을 당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몇 번씩 되뇌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어.’

‘모두와 잘 지낼 수 없어’

‘애써도 이어갈 수 없는 인연도 있어’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어 마음을 열었다가도, 그런 생각을 먼저 앞세우곤 했다.

혹시라도 관계가 어그러졌을 때 내가 견뎌내야 할 상황에 스스로 무덤덤해지기 위해서이다.



그게 너무 지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한국인 하나 없는 지역으로 유학을 갔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가시 옷을 입기 시작한 건.



언어도 문화도 낯선 그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내 이상하리만치 편안했다. 아무도 나를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조금씩 감정을 내려놓는 법을 익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속에서 나는 서서히 나를 지키는 법도 함께 배워갔다.

그건, 보이지 않는 가시 옷을 입는 일이었다. 다만 그 옷은 바깥을 향한 뾰족한 가시가 아니라, 내 안쪽을 향한 가시였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눈치 보지 않기 위해, 관계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내성을 키우며 스스로를 찌르기 시작한 가시 옷.

누구에게도 휘두르지 않지만, 대신 내 안쪽을 찔러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보호막이었다.



그런 가시 옷을 입고 살다 보니 어느새 혼자 있는 게 편해졌다.

혼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모든 사람과 가까울 필요는 없고, 모든 관계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어떤 인연은 유통기한이 있기도 하고,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된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적당한 선을 지키고,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안을 찌르던 가시들을 뽑아가던 어느 날.

그 틈 사이로 조금씩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시 옷.

날 지키겠다고 나를 찌르고 있었던, 그 날카로운 마음의 결도 함께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 모습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가 나를 찌르고 있다는 걸 알아봤다. 그 안에 조용히 숨겨놓았던 내 진짜 마음까지도 들여다보듯 말해주었다.

“괜찮아. 가시를 세우지 않아도 너는 이미 충분해.”

그들은 말해주었다.

일부러 날카로워지지 않아도, 일부러 무뎌지지 않아도, 진짜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이미 모자란다고.



그들 앞에서는 진짜 나를 드러내도 괜찮았다.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런 안전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제 나는 안다.

진정한 관계는 완벽한 모습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시작된다는 것을.

가시 옷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영원한 보호막이 될 수는 없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그 가시 옷을 벗고도, 충분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관계야말로 조용히, 천천히, 소중히 지켜가야 할 인연이라는 것을.



그런 내 마음을, 오래전의 나를

한 마리의 작은 생쥐가 조용히 떠올리게 해주었다.

나처럼, 마음 안쪽에 가시 옷 하나쯤 입고 있는 이들에게 <가시 옷>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외로운 가시 옷에서 용기 있는 외침으로



작은 생쥐 토리는 뱀과 여우에게 괴롭힘을 당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걱정된 부모님이 토리에게 가시 옷을 주자, 더 이상 직접적인 괴롭힘은 받지 않지만 '가시 옷 생쥐'라는 놀림 속에 외톨이가 된다.

어느 날, 토리는 책을 읽는 토끼 버시를 만나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다.

그러나 뱀과 여우가 이번엔 버시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토리는 가시 옷을 벗어던지며 용기를 내게 된다.

"도와주세요!"라는 토리와 버시의 외침은 주변의 모든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토리는 가시 옷보다 더 강한 자신만의 보호 방법을 찾게 된다.





가시 옷 너머의 진짜 보호막을 찾아서



<가시 옷>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토리가 입었던 가시 옷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입어봤을 보이지 않는 갑옷 같은 것이 아닐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상처를 막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가였다.

토리의 가시 옷은, 내가 한때 입었던 보호막을 꼭 닮아 있었다. 토리에게 가시 옷이 직접적인 괴롭힘은 막아주었지만 고립을 가져온 것처럼, 내가 입었던 가시 옷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을 향한 뾰족한 가시가 아니라, 내 안쪽을 향한 가시였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눈치 보지 않기 위해, 관계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찌르기 시작한 보호막이었다. 누구에게도 휘두르지 않지만, 대신 내 안쪽을 찔러 무감각해지게 만들었다. 토리의 "혼자인 게 좋았어요. 아니, 좋은 건 아니었지만 편했지요"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던 이유이다.



그런 토리에게 다가온 버시의 모습은, 진짜 관계란 무엇인지 다시 묻게 했다.

버시는 토리의 가시 옷이 아닌, 토리 자체를 보았다. "너, 참 착하구나"라는 버시의 말은 진정한 친구는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본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도 내 가시 옷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인간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나를 찌르고 있다는 걸 알아다. "괜찮아. 가시를 세우지 않아도 너는 이미 충분해."라고 말해주었다. 그들 앞에서는 진짜 나를 드러내도 괜찮았다.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런 안전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진정한 친구를 만났다고 해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토리에게도, 나에게도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다.

내 마음을 가장 오래 붙잡았던 건, '도와주세요'라는 토리의 외침이었다.

토리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순간은 가장 취약해 보이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강한 순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어', '모두와 잘 지낼 수 없어', '애써도 이어갈 수 없는 인연도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기보다,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연결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 버시와 함께였기에, 토리는 그 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토리와 버시가 함께 외쳤던 그 한마디가, 가장 큰 용기의 장면이었다. 결국, 혼자서 버티는 힘이 아니라 함께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우리는 살린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깨달았다.

모든 사람과 가까울 필요는 없고, 모든 관계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어떤 인연은 유통기한이 있기도 하고,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적당한 선을 지키고,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가시 옷>은 겉보기에는 학교 괴롭힘과 자기 방어에 관한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평생 배워가는 관계의 지혜가 담겨 있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는 법, 도움을 청하는 용기, 그리고 함께하는 힘. 이 네 가지 메시지는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그런 내 마음을, 오래전의 나를, 한 마리의 작은 생쥐가 조용히 떠올리게 해주었다.



가시 옷을 벗는 일은 두렵지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순간

그 옷은 천천히 풀어지게 된다.

당신에게도, 그 누군가가 조용히 찾아오길 바란다.





<가시 옷> 김금향 作을 읽고...








글쓴이 │ 투유니즈맘 (Twouyooniiz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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