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는 변화에 대한 저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Part 1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영화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 구단 중 하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야구 운영 방식을 거부하고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통계 기반의 혁신적인 선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기존과 다른 데이터 기반의 야구를 도입하여 빌리 빈은 아메리칸 리그 사상 최다 연승인 20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머니볼 이론'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통한 성과 창출이 별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변화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큰 적은 내부에
세이버메트릭스는 당시 야구계의 전통적인 통념을 뒤엎는 시도였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기존 스카우터들은 야구의 5가지 핵심 능력(타격, 파워, 주루, 수비, 송구)을 모두 갖춘 5 툴(Five-Tool) 플레이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감에 의존해 선수를 평가하고 선발해 왔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못생겼다’는 대화도 오고 간다. 선수의 자신감이나 스타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에 기반하여 선수를 뽑으라는 이야기는 그동안 자신들이 쌓아온 경험과 직관을 깡그리 무시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타우트 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격렬하게 반발한다.
“메이저리그와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딴 짓 좋아하지 않아요, 저 컴돌이는 이제 그만 갖다 버리는 게 나을 거요. 팀은 컴퓨터를 두들겨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는 숫자놀음이 아니고, 과학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고요. 이럴 거면 우리가 왜 필요합니까?”
감독 역시 전통적인 야구 운영 방식에 익숙한 베테랑 감독이었기 때문에 데이터와 통계 중심의 야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빌리는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특정 선수를 기용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감독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나이가 많거나 사생활 문제가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자 구단 내부는 물론 언론과 팬들에게도 미친 짓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빌리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 변화에 대한 저항을 맞이한 IBM
변화에 대한 저항은 기업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IBM은 1960년대 중반 모든 컴퓨터를 하나의 표준으로 통합하여 호환이 용이하게 한 System/360 시리즈를 개발하였다. 컴퓨터 산업의 표준을 바꾼 혁신에 성공함으로써 IBM은 30년 가까이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점차 컴퓨터의 중심은 메인프레임에서 PC·분산 컴퓨팅으로의 전환되었다. 시장은 작고 저렴하고 빠른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IBM은 여전히 대형 컴퓨터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IBM의 기존 핵심 사업은 급격히 붕괴하였고, 회사는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1993년 CEO에 취임한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는 서비스 중심 기업, 네트워크 컴퓨팅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리더의 주도를 통해 승리하는 기업, 실력 있는 사람이 머물고 싶은 기업, 고객과 시장 성과 중심 조직으로 IBM을 탈바꿈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거스너는 우선 위기의식 및 변화 필요성 전파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을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해 직접 구성원들에게 전달하였다. 하지만 IBM 내부 구성원들은 아직 “우리는 하드웨어 회사다. 컨설팅? 서비스? 그건 IBM 답지 않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 책임자는 거스너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거스너가 보내는 이메일을 차단하기도 하였다. 조직 내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불확실성과 권력 변화(Power Shift)에 대한 두려움
변화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내놓고 기업이나 구성원들에게 지금과 다른 패턴으로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 내의 새로운 변화는 항상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나?' 등의 질문을 낳는다. 특히 기존 방식도 과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경우, 사람들은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왜 바꾸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스카우터들은 자신들이 해온 방식은 이미 백 년 이상 검증된 방식인데, 통계로 야구를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감독은 자신과 야구 철학이 다른 단장의 말 그대로 선수단을 운영하다가 만약 결과가 나쁘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익숙한 방식의 한계를 감수하는 것이 낯선 방식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느낀다.
변화는 또한 권력의 변화를 가져온다. 즉, 변화로 인해 기존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조직 내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 예컨대 기존 스카우터들의 권위는 오랜 경험, 선수 보는 눈, 현장 감각 등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도입되면 새로운 전문가(데이터 분석가)가 등장하게 되고, 조직 내 영향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화에 대한 저항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 권위, 지위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즉. 조직 변화에 대한 저항은 ‘새로운 방법이 틀려서’라기보다 ‘그 변화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IBM의 지역 책임자 역시 지역별 독립 왕국처럼 운영되었던 조직 구조가 변경되면 자신의 기득권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 자체 보다 그 변화가 가져올 자신의 기득권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변화에 임하는 리더의 선택: 확고한 신념과 결단력 있는 추진
추구하는 변화의 성공 여부는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어려운 이유를 조목조목 들면서 반대하면 리더도 변화를 추진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실행이 없으면 변화와 혁신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변화의 맥을 짚고, 명확한 의지를 보이면서 물러서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리더의 의지와 실행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그럼 그렇지, 뭐…’라는 식의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변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빌리 빈은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주변의 비난과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자신과 끝까지 대척점에 서며 건건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스카우트 팀장을 과감히 해고하고,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에 기반하여 선수를 과감히 트레이드했다. 특히 감독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선수 기용을 하자, 해당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 버리는 단호함을 보여주었다. IBM의 루 거스너 역시 변화에 반대하는 지역 책임자를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즉각적인 성과에 생존에 집중하면서 고객 중심의 조직 구조와 전사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
빌리 빈(루 거스너)은 기존 상식을 깨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규칙 자체를 재정의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타협하지 않고 돌파함으로써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변화는 설득이 아니라 실행과 그 실행으로 만든 성과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변화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보다, 기존 것을 버리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