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구단의 한계를 넘어 야구의 판도를 바꾸는 혁명 -
영화 머니볼(Moneyball, 2011)은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단장 빌리 빈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가난한 구단의 한계를 넘어 야구의 판도를 바꾸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마이클 루이스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Moneyball: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을 원작으로 한다(마이클 루이스는 얼마 전 소개한 빅 쇼트도 저술했다). 머니볼은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여 제한된 예산으로 경쟁력을 만드는 전략을 의미한다. 주연인 빌리 빈 역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강자의 게임을 따라 하면 약자는 절대 이길 수 없다
2001년 아메리칸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오클랜드는 양키즈에게 패배하며 시즌을 마감한다. 당시 양키즈 선수들의 몸값은 일억 천만 달러를 상회했고, 오클랜드 선수들의 몸값은 약 1/3인 4천만 달러 조금 못 미쳤다. 선수들의 몸값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이 끝난 뒤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나게 된다.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는 MLB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스타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다.
빌리는 스카우트 회의에서 “우리가 여기서 양키스처럼 하려고 하면, 결국 밖에서 양키스에게 질 수밖에 없다(If we try to play like the Yankees in here, we will lose to the Yankees out there)”면서 가존과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름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관행이나 업무 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던 스카우트팀장은 자신들에게 훈계를 하냐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선수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골리앗과 동일한 결투 전략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약자들은 강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그런데 강자들의 강점은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약점이 될 수도 있고, 약자들은 이것을 이용해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 싸움의 패러다임을 바꿔 시장을 장악한 구글
기업 경쟁 상황에서도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싸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Google)이 처음 검색 시장이 뛰어들었을 때, 당시 시장에는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야후!(Yahoo!)를 비롯하여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등 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구글이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구글이 이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검색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던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강자들은 검색 그 자체보다는 이메일, 뉴스, 쇼핑 등을 한 곳에 모은 '포털 서비스'가 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화면은 복잡한 배너 광고로 가득했다. 배너 광고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얼마나 노출되는가를 기준으로 단가가 결정된다. 이는 신문 광고의 단가 계산법과 비슷한데, 광고의 단가가 구독자수와 비례하고 광고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구독자가 그 광고를 보는지 여부는 단가 계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클릭률을 통해 배너의 클릭 회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광고비는 단순 노출에 의해서만 계산되고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구글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광고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싸움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검색광고가 바로 그것인데,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된 업체의 링크를 맨 위에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주는 광고비를 구글에 지불하게 된다. 각 키워드에 대한 광고 가격도 경매를 통해 정한다. 검색광고가 이전과 차별화되는 가치는 광고의 타깃을 좀 더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해당 키워드를 궁금해하는 사람일수록 관련 업체의 광고에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혁신적인 알고리즘과 '검색창 하나뿐인 아주 깔끔한 메인 화면'을 내세워 오직 검색의 정확도와 속도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광고 수익 모델의 패러다임을 단순 배너 광고에서 검색광고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구글은 2000년대 초반 난립하던 인터넷 검색 기업들을 누르고 독보적인 위치로 등극하였다. 이처럼 싸움의 룰과 판을 바꿈으로써 기존의 룰에 익숙한 강자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산업의 ‘경쟁 규칙’을 바꾸는 혁신, 데이터에서 찾다
빌리 빈은 기존의 관행과 업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무엇인지 몰랐고, 스카우터나 다른 관계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을 흘려듣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던 와중 빌리는 선수 영입 협상을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 인디언스 단장이 뒤편에 서있는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협상을 마친 후 빌리는 그 사람을 찾아 그의 이름이 피터 브랜드이고 데이터 분석이 그의 주 임무인 신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브랜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대개 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선수를 살 생각부터 하죠. 하지만 목표가 선수를 사는 게 되어선 안 돼요. 우승이 목표가 돼야죠. 우승을 하려면 먼저 출루를 해야겠죠.”
피터는 통계 기반 선수 평가 시스템을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이 나이, 외모, 성격 같은 여러 가지 편견들을 가지고 선수들을 과대평가하거나 또는 폄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직 숫자로 선수를 평가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저평가된 선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만 명의 유망주들 가운데서 팀이 가진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25명의 적합한 선수만 골라낸다면,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선수를 먼저 찾는 것이 아니라 우승을 전제로 필요한 선수를 찾아 영입하자는 것이었다.
빌리는 브랜드를 바로 영입하고 통계에 기반하여 팀에 필요하지만 저평가된 선수들을 영입한다. 2002년 시즌 초반에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고, 빌리 빈의 머니볼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7월 이후 오클랜드는 반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20연승을 기록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성한다.
전통적 지표에 가려진 진짜 성과 지표는 무엇인가?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던 야구팬 빌 제임스는 1970~80년대 여가 시간을 활용, 경기 기록을 직접 수집하여 선수들의 성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야구 성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석 결과 당시 타자들의 성과를 판별하는 핵심지표인 타율보다 출루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결합한 OPS(On-base Plus Slugging)가 핵심 승리 지표라는 것을 규명했다. 이것이 바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의 시작이었다.
사실 초기에는 빌 제임스의 주장은 야구계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빌리 빈이 피터 피터 브랜드를 만나 데이터 야구의 가능성을 보고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팀에는 필요하지만 저평가된 선수들을 영입하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돈을 적게 쓰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 데이터를 통해 진짜 중요한 성과 지표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면 자원이 부족한 조직도 혁신을 통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 산업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전략적 도구가 되었다. 직관과 편견 대신 통계로 선수를 평가하는 방식이 현대 야구의 표준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