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천재의 서로 다른 비전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DC) 전력의 안전성과 단순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이미 백열전구와 축음기 등으로 명성을 얻은 상태였고, 직류 기반의 전력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에디슨에게 직류는 단순히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 전체와 직결된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교류 전력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심지어 공개 실험을 통해 교류 전류가 동물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에디슨의 마케팅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그는 교류 전력을 '죽음의 전류'라고 부르며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심지어 전기 사형집행 장치 개발에까지 관여해서 교류 전력과 죽음을 연관짓는 이미지 작업을 했다. 이런 네거티브 마케팅은 당시로서는 꽤 효과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교류 전력을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에디슨은 기술적 논리보다는 대중 심리를 활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직류는 장거리 송전에서 전력 손실이 너무 컸고, 전압을 쉽게 변환할 수 없어서 대규모 전력망 구축이 어려웠다. 발전소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까지만 효율적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었다. 이는 도시 전체를 전기화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인 방식이었다. 에디슨 자신도 이런 한계를 알고 있었지만, 이미 투자한 것이 너무 많아서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했다. 그는 교류(AC) 전력의 효율성과 확장성에 주목했다. 교류는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쉽게 올리거나 내릴 수 있어서, 고전압으로 송전하고 낮은 전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장거리 송전에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테슬라에게 교류는 미래의 전력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었다.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훨씬 우수했지만, 초기에는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직류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웠고,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안정적으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런 문제들을 차례로 해결해나갔다. 특히 다상 교류 시스템과 유도 전동기를 발명하면서 교류 기술의 실용성을 크게 높였다. 그의 발명품들은 교류 전력이 단순히 송전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모터 구동에도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있었다. 그는 교류 기술이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대규모 전력망과 산업 자동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은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멀리까지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완전한 솔루션이었다. 이런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결국 전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전류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다. 이 박람회의 전력 공급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에디슨과 테슬라(웨스팅하우스) 진영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에디슨은 100만 달러가 넘는 견적을 제시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절반 정도인 50만 달러에 입찰했다. 교류 시스템의 효율성 덕분에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웨스팅하우스가 계약을 따내면서 교류 전력이 대규모로 시연될 기회를 얻었다.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도 드라마가 있었다.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가 자신의 백열전구 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는 새로운 전구를 개발해야 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그들은 이중 나선 필라멘트를 사용한 독창적인 전구를 만들어냈다. 이 전구는 에디슨의 특허를 피하면서도 밝고 효율적인 조명을 제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위기가 오히려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박람회가 열리자 전 세계가 놀랐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 박람회장은 교류 전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무대가 되었다. 25만 개가 넘는 전구가 동시에 켜지면서 만들어낸 장관은 당시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방문객들은 교류 전력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에디슨이 퍼뜨린 '교류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이 순간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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