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천재의 만남
19세기 말, 전력 산업을 둘러싸고 격렬한 경쟁이 벌어졌다.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간의 '전류 전쟁(The Current War)'이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현대 전력 시스템의 표준을 결정짓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두 천재가 펼친 대결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 인프라의 근간을 만든 싸움이기도 하다. 그들의 경쟁은 혁신의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전쟁의 시작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테슬라는 처음에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했는데, 직류 전력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점점 교류 전력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에디슨과의 의견 충돌이 생겼다. 결국 테슬라는 에디슨의 회사를 떠나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술 경쟁 중 하나가 막을 올린 것이다. 두 사람의 성격 차이도 이 전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에디슨은 실용적이고 상업적 성공을 중시하는 발명가였다. 반면 테슬라는 이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과학자 기질이 강했다. 이런 차이점이 직류와 교류라는 서로 다른 기술적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이들의 개성과 철학이 전력 기술의 방향을 좌우하게 되었다.
두 천재의 서로 다른 삶
토머스 에디슨은 1847년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지만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머리가 나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격려와 자신만의 독학으로 실험과 발명에 몰두했다. 12살 때부터 신문 판매원으로 일하며 직접 신문을 인쇄하기도 했다. 청소년 시절에는 전신기사로 일하면서 전기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에디슨의 발명 철학은 철저히 실용주의였다. 그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는 그의 작업 방식을 잘 보여준다. 멘로파크에 설립한 '발명 공장'에서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백열전구, 축음기, 영화 촬영기 등 10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했고, 각각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개선했다. 에디슨에게 발명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돈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에디슨은 뛰어난 사업가였다.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제조, 마케팅, 투자 유치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신인 에디슨 일렉트릭을 설립해서 전력 사업을 체계화했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까지가 진짜 발명이라고 믿었다. 이런 사업적 마인드가 그를 당대 최고의 발명가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1856년 현재의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는 능력이 있었다. 부다페스트와 파리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후, 1884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으로 건너왔다. 가방 하나와 주머니 속 4센트, 그리고 에디슨에게 보내는 추천서만 들고 온 가난한 이민자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사진 설명 : 사진작가 딕킨슨 V. 앨리(Dickenson V. Alley)가 연출한 홍보용 촬영물로, 실제로는 이중 노출(double exposure)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먼저 어두운 방에서 기계의 거대한 스파크가 촬영되었고, 그 다음 기계를 끈 상태에서 테슬라가 의자에 앉은 모습을 같은 사진판에 한 번 더 노출시켰다)
테슬라의 가장 큰 특징은 완벽주의와 상상력이었다. 그는 발명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머릿속에서 완전히 설계하고 테스트했다. 심지어 상상 속에서 기계를 몇 달 동안 돌려본 후 마모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독특한 능력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완성도 높은 발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상 교류 시스템, 유도 전동기, 무선 기술 등 그의 발명품들은 모두 이론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돈보다는 명예와 인정을 추구했고, 때로는 자신의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웨스팅하우스에게 교류 전동기 특허를 팔 때도 로열티를 포기해서 회사를 도와줬다. 이런 성격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늘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술혁신의 역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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