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①개구리 전기실험에서 시작된 제2차 산업혁명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문 전기 시대의 개막

by 블루스카이

19세기 후반, 인류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증기기관이 주도한 제1차 산업혁명이 물리적 노동력의 한계를 극복했다면, 전기로 대표되는 제2차 산업혁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다. 전기는 단순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넘어 인간의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경제 구조를 재편하며, 사회 전반의 리듬을 바꾸는 혁명적 힘이었다.

18세기 말 볼타가 최초의 전지를 발명한 순간부터, 패러데이가 전자기 유도 원리를 발견하기까지, 전기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점진적으로 축적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들이 19세기 후반 상업적 응용으로 이어지면서, 전기는 실험실을 벗어나 공장과 거리, 가정으로 스며들었다. 전등이 밤을 밝히고, 전동기가 기계를 돌리며, 전신이 대륙을 연결하는 순간, 인류는 새로운 문명의 문턱을 넘어섰다.

전기의 상용화는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낮과 밤, 계절의 변화가 생산 활동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이었지만, 전기는 이를 무력화시켰다. 공장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었고, 설비 투자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었다. 생산량 증대는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상품 대중화와 시장 확장을 촉발했다. 이는 자본 축적 속도를 높여 산업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전기는 산업의 지리적 한계를 허물었다. 증기기관 시대에는 물류와 통신 속도가 거리와 비례했지만, 전신망은 실시간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 생산과 유통의 동기화가 가능해지면서 기업은 멀리 떨어진 시장과도 실시간 연결되었다. 이런 변화는 다국적 기업의 싹을 틔웠다. 전기의 시대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경제의 시간표를 새로 쓰는 사건이었다.

전기는 한순간에 등장한 발명이 아니라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가 축적된 결과였다. 18세기 말,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는 최초의 전지인 '볼타 전지'를 발명했다. 그는 서로 다른 두 금속판을 전해질 용액에 담가 전류를 생성하는 원리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인류 최초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해졌다.

볼타의 발명 이후,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사이의 상호작용을 깊이 연구했다. 그는 1831년 전자기 유도 원리를 발견하여, 변화하는 자기장이 전류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발견은 발전기와 변압기의 원리를 제공하며 전기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개구리 다리 실험

전기시대의 서막은 1800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올린 과학 논문 한 편으로 시작되었다. 흥미롭게도 볼타의 발견은 동료 과학자와의 논쟁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볼로냐 대학의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 다리 실험을 통해 '동물 전기'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죽은 개구리의 다리가 두 종류의 금속에 동시에 닿으면 경련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갈바니는 이를 동물 조직에 전기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볼타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개구리 다리는 단순히 전기를 감지하는 검류계 역할을 했을 뿐이고, 진짜 원인은 서로 다른 금속들이 만나면서 생기는 화학 반응에 있다고 봤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볼타는 동물 조직 없이도 전기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시작했다.

▲ (좌) 알레산드로 볼타(1745 ~ 1827) ▲ (우) 배터리의 전신으로 알려진 볼타 더미(Volta pile)

오늘날 배터리의 전신으로 알려진 볼타 더미(Volta pile)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안정적인 전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발명품이었다. 전지는 아연과 은판을 번갈아 쌓고, 그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종이판(혹은 종이, 판지)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인 구조 덕분에, 인류는 전류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인공적 장치를 가지게 되었다.

"은화 한 닢과 아연판 한 조각, 그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천을 끼워 넣고 쌓아올렸다. 그리고 양 끝을 손으로 만져보니... 혀끝에서 짜릿한 맛이 느껴졌다!“

볼타가 자신의 혀로 직접 전기를 맛본 순간이었다. 그는 이 '볼타 더미(Voltaic pile)'를 만들어 인류 최초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전기를 생산해냈다. 서로 다른 금속이 전해질과 반응하면서 전자의 흐름이 생성되었고, 이것이 곧 전류였다.

▲ 나폴레옹 앞에서 볼타전지를 시연(1801), 출처 Wikipedia

볼타의 발명은 즉시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나폴레옹조차 1801년 볼타를 파리로 초청하여 직접 실험을 구경했고, 그 자리에서 금메달을 수여했다.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는 2000개의 볼타 전지를 연결해 강력한 아크등을 만들어냈고, 이를 이용해 칼륨과 나트륨 같은 새로운 원소들을 발견했다.

대장장이의 아들이 만든 과학 혁명

▲ 철심에 두 개의 절연 코일을 감은 전자기 유도 코일, 출처 『패러데이의 일기』(1831년)

볼타가 화학적 방법으로 전기를 만들어냈다면, 마이클 패러데이는 물리적 방법으로 전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패러데이의 배경은 당시 과학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패러데이는 런던의 가난한 대장장이 집안에서 태어났다. 13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제본소에서 일하며 책을 읽어가며 독학으로 과학을 배웠다.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1812년, 고객이 준 4장의 왕립학회 강연 티켓이었다. 그는 험프리 데이비의 화학 강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강연 내용을 세밀하게 필기하고 삽화까지 그려 넣은 300페이지짜리 노트를 만들었다.

이 노트를 데이비에게 보낸 패러데이는 극적으로 왕립학회의 실험 조수로 채용되었다. 신분 차이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패러데이는 탁월한 실험 능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1831년 8월 29일, 패러데이는 역사적인 실험을 수행했다. 철 고리 양쪽에 구리선을 감고, 한쪽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 순간 다른 쪽 코일에 연결된 검류계의 바늘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전류를 끄자 바늘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변화하는 자기장이 전류를 만들어낸다!"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 원리였다. 그는 흥분한 나머지 실험 노트에 "변화가 모든 것을 만든다(Change is everything)"라고 적었다. 더 놀라운 실험이 이어졌다. 패러데이는 구리 원반을 자석 사이에서 회전시켰다. 원반의 중심과 가장자리를 전선으로 연결하자 지속적인 전류가 흘렀다.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최초의 발전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 1856년, 패러데이가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크리스마스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 패러데이의 실험실을 방문해 "이 장치가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패러데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각하, 갓 태어난 아기가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세금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패러데이가 그려진 영국의 20파운드 지폐(2000년까지 발행)

그가 죽을 무렵엔 웨스트민스터 묘지에 장사를 지낼 것을 빅토리아 여왕이 직접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기사 작위도 사양했는데 이때 남긴 유명한 말이 "그냥 패러데이로 남고 싶습니다"다. 그래서 그는 죽은 뒤 런던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묻혔다.


실험실에서 공장으로

패러데이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의 발견은 19세기 후반 전기 산업 혁명의 직접적인 토대가 되었다. 토머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베르너 지멘스 같은 발명가들은 패러데이의 원리를 응용하여 효율적인 발전기와 전동기를 만들어냈다.


에디슨은 1879년 백열전구를 실용화하면서 "발명의 1%는 영감이고, 99%는 땀"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패러데이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발전소를 뉴욕 맨해튼에 건설했고, 전기를 상품으로 파는 최초의 사업가가 되었다. 테슬라는 교류 발전기를 발명해 장거리 송전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다상 교류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전력 시스템의 기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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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타의 호기심과 패러데이의 통찰력, 그리고 수많은 발명가들의 응용이 결합되면서 전기는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과학자들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작은 발견이 전 세계를 밝히는 거대한 변화가 된 것이다.


전기가 바꾼 세상

전기의 등장으로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으로 확장되었다. 공장에서는 밤샘 작업이 가능해졌고, 도시의 가로등은 밤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었다. 전신은 대륙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소식을 전했고, 전화는 사람들을 즉시 연결시켰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에는 개구리 다리로 실험한 볼타와, 철 고리에 구리선을 감은 패러데이가 있었다. 그들의 호기심과 끈질긴 실험 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전기 문명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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