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과정
같음 속 경쟁은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위협한다. 시장에서 경쟁자가 모두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경쟁의 무게 중심은 차별화가 아니라 가격과 마케팅 소모전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혁신보다 모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결국 경쟁자는 동일한 전략과 메시지로 소비자를 설득하려 한다. 짐 콜린스는 이를 “위대함이 아닌, 평범함 속의 소진”으로 표현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 경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비슷한 경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한정된 기회를 두고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가격 경쟁은 일시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차별화 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문영미는 『디퍼런트』에서 “같음 속의 넘버원 경쟁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객이 브랜드를 식별하기 어려워지고, 선택의 피로감이 커지는 현상과 직결된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기능이나 가격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결국 차별화 없는 경쟁은 모든 플레이어를 소모시키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같음 속 소모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능적 차별점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인식 틀을 재설계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까?’보다 ‘무엇을 볼 것인가?’의 질문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야, 같은 환경에서 전혀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관점의 변화는 차별화 전략의 출발점이며, 이 과정이야말로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힘이다.
관점이란 단순한 시각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을 해석하는 인지적 프레임이다. 박용후는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며, 당연함을 의심하는 순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관점의 혁신은 기존 시장에서 당연시되던 요소를 낯설게 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휴대전화를 ‘통화 기기’가 아닌 ‘손안의 컴퓨터’로 정의함으로써 스마트폰 혁명을 열었다. 이는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해석의 전환에서 비롯된 혁신이었다.
관점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창의적 발상 훈련이 아니라, 전략적 생존 도구다.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위험을 읽고, 또 다른 사람은 기회를 읽는다. 후자의 인식이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낸다. 시장의 ‘당연함’을 의심하고, 경쟁자가 무시하는 영역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질문과 관찰이 필요하다. “왜 이렇게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혁신의 단초가 발견된다.
관점 혁신의 핵심은 ‘익숙함의 경계’를 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개념을 연결하거나, 타 산업에서 성공한 방식을 도입하는 크로스 씽킹이 그 예다. 김용학은 『생각, 엮고 허물고 뒤집어라』에서 경계를 넘는 연결이 창의성을 촉발한다고 말한다. 즉, ‘다름’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관점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아이디어 발상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시장을 해석하는 시각과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그리고 실험과 학습을 반복하는 태도를 모두 포함한다. 즉, ‘다름’을 만드는 것은 한 번의 번뜩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행 시스템 속에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방법을 설정하고, 관점 전환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찰 습관을 바꿔야 한다. 동일한 현상이라도 질문의 방향을 바꾸면 전혀 다른 의미가 보인다. 예를 들어, ‘이 매장은 왜 사람이 붐빌까?’에서 ‘왜 어떤 시간대에는 한산할까?’로 질문을 바꾸면, 소비 패턴의 숨겨진 공백과 마케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현상을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시장·문화의 교차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틀 밖에서 틀을 보기’다. 이는 기존 산업의 규칙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전통 호텔업계에서 ‘숙박’의 정의를 단순한 하룻밤 숙소 제공이 아닌, 여행자의 현지 생활 경험과 개인화된 공간 제공으로 재정의한 에어비앤비는, 규칙 바깥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이처럼 고객이 ‘머무는 것’을 넘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은 전 세계 숙박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관점의 혁신은 이런 발상의 전환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을 요구한다.
다름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내재화해야 한다. 이는 아이디어를 개념으로만 두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 반응을 시험해보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서비스 콘셉트를 소규모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실행해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또한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린(Lean) 접근법’*을 적용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학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반복 학습과 개선의 루프가 자리잡아야, 관점 혁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축적된다.
다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는 필연적이지만, 이를 단순한 손실로 남기지 않고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실패의 원인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재발 방지책을 설계한다. 둘째, 실패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개선 아이디어를 지식 자산화해 조직 내 공유한다. 셋째, 실패 경험을 후속 프로젝트의 설계 원칙과 체크리스트로 반영해 실행 품질을 높인다. 이렇게 하면 실패가 누적될수록 성공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실패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경쟁자가 간과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패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개선 아이디어를 지식 자산화해 조직 내 공유한다. 경험담과 교훈이 문서나 교육 콘텐츠로 축적되면, 개인의 시행착오가 조직 전체의 학습 자산으로 변환된다. 이렇게 하면 한 번의 실패가 여러 번의 성공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식의 공유는 실행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마지막으로, 실패 경험을 후속 프로젝트의 설계 원칙과 체크리스트로 반영해 실행 품질을 높인다. 현장의 변수를 반영한 점검 항목은 재발 방지를 넘어, 혁신 실행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실패가 누적될수록 성공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실패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전략의 밑거름이 된다.
관점 혁신과 블루오션 전략은 모두 기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두 접근 모두 경쟁자가 주목하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고, 차별화된 가치 제안을 통해 시장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창의적인 발상과 기존 규칙에 대한 도전 정신이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두 전략은 경쟁의 장을 재편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맞닿아 있다.
그러나 관점 혁신은 개인이나 조직이 사물을 바라보는 사고 프레임을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 블루오션 전략은 구체적으로 시장 구조를 변화시키고 가치 곡선을 재설계하는 실행 전략에 방점을 둔다. 즉, 관점 혁신은 인식과 해석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며, 블루오션 전략은 이를 토대로 사업 모델과 실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적용 범위와 실행 깊이에서 나타난다.
또한 관점 혁신은 다양한 분야와 상황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한 사고법이다. 반면 블루오션 전략은 주로 기업 경영과 시장 창출 전략에 특화된 개념이다. 따라서 두 접근법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관점 혁신을 통해 발굴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블루오션 전략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혁신의 사고와 실행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점의 혁신을 이끄는 질문 기법은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프레이밍 효과’와 깊은 연관이 있다. 동일한 정보라도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뇌의 해석과 의사결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왜 실패했는가?’ 대신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고를 문제 중심에서 해결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는 뇌의 긍정적 정서 회로를 자극해 창의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인지과학적으로는 질문이 전전두엽의 활성화를 유도해 주의 전환과 새로운 연관성 탐색을 촉진한다. 전전두엽은 복잡한 문제 해결과 장기 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질문을 통한 인식 전환이 전략적 사고를 강화한다. 특히 개방형 질문은 뇌가 자동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하도록 만들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사회인지이론(Social Cognitive Theory)에 따르면, 질문은 자기효능감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질문은 학습자의 주도성을 높이고,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몰입을 촉진한다. 이러한 심리적 기반 위에서 관점 혁신은 단순한 아이디어 발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고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질문 기법은 인식 전환의 촉매제이자, 차별화된 해석을 만드는 실질적 도구다.
경계를 넘는 연결이 작동하려면 개방성과 심리적 안전감이 결합된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다. 구성원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른 부서·외부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실수를 처벌하기보다 학습 기회로 전환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구성원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창의적 연결의 출발점이 된다.
정보 흐름은 수평적이어야 하며, 자원과 지식은 독점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신속히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부서나 전문 영역의 지식이 융합되고 새로운 해결책이 탄생한다.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프로젝트형 협업은 연결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정보와 자원의 개방성은 조직 혁신의 가속 장치가 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사정책 역시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가 모이면 시각의 폭이 넓어지고, 독창적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화·산업·전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교류 프로그램은 경계를 넘는 연결을 조직 DNA로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창의성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토양이 된다. 이는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다.
*린(Lean) 접근법의 핵심
린 접근법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빠르게 시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실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선한다. 핵심은 ‘만들기-측정하기-학습하기’의 반복 주기를 짧게 가져가면서도, 실험 결과를 의사결정에 즉시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특히 효과적이며, 혁신을 기민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용학. (2011). 생각, 엮고 허물고 뒤집어라. 21세기북스.
박용후. (2013).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관점을 디자인하라. 프롬북스.
문영미. (2011). 디퍼런트: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살림Biz.
Collins, J. (2001). Good to Great. Harper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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