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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Feb 13. 2021

[기업 소개] ATOMERA - 야누스의 두 얼굴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 선 주식 : 고위험 고수익

"이번 글은 특별히 투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업스타트 홀딩스(UPST)와 DL(000210)이 지금 시황에 부합하는 성장 스타일의 플랫폼 기업과 저평가된 가치 스타일이라면 오늘 소개할 ATOMERA(ATOM)은 투자와 투기의 영역이 혼재한 야누스 같은 기업이라 부를 수 있다. 꼼꼼하고 심도 깊은 분석을 한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면 외형상 낮은 성공 확률에서도 엄청난 투자 기회가 보장될 것이다. 성공 확률이 1%라면 성공을 장담하기가 매우 힘들지만 그 1%가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라면 100% 성공이 보장된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를 순진하게 믿거나 시장에 떠도는 그럴듯한 풍문과 매일같이 급등하는 주가를 보고 '내가 비싸게 샀어도 누군가 더 비싸게 사주겠지'라는 심정이었다면 아무리 그럴듯하게 투자 이유를 설명해도 천운에 맡기는 투기에 불과하다. ATOMERA는 투자위험이 매우 높은 기업이다. 이런 유형의 해외 기업을 분석할 때 어떤 포인트들을 점검해야 하는 가라는 사례 연구 차원에서 소개한다. 분석자인 내 판단이 전적으로 틀릴 수 있음을 감안하기를 바란다.




  ㅇ 최근 주가 동향


  2016 년 상장된 이후 5 $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동사 주가가 2020 년 5 월 무렵부터 한 단계 도약했다. 10 $을 넘나들다가 급기야 2020 년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하여 올 2 월 8 일 47 $까지 치솟았다. 그리고는 하락세로 전환, 설 연휴인 12 일 새벽 35 $까지 밀렸다. 한 달 사이에 주가가 10 $대에서 47 $까지 급등한 데에는 회사의 긍정적 가이던스와 미국 증시의 중소형주 강세, 그리고 게임스탁 같은 투기 심리가 혼재된 탓이라 여겨진다.


  ㅇ 반도체 미세화와 Atomera의 MST 기술


  반도체는 특별한 조건에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여기서 특별한 조건이란 쉽게 말해 전압을 거는 것을 말한다. 전압을 걸어 전류가 흐르면 1, 전압을 걸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으니 0으로 신호를 구분될 수 있다. 0, 1. 바로 컴퓨터 연산에서 쓰이는 2진법 코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0과 1의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들로 구성된다.


  반도체가 개발된 이래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어 왔다. 무어의 법칙이란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씩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동일 면적에서 집적도가 2배가 된다는 것은 같은 집적도를 가질 경우 반도체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듦을 뜻한다. 반도체 미세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2010 년대 들어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이 유효하지 않지만 반도체 회사들은 여전히 트랜지스터 즉 IC칩의 미세화에 혈안이다. 크기를 줄여야 소모 전력을 절감시키고 원가를 줄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도체 미세화가 무한히 이루어지기에는 기술적 장벽이 상당히 많다. 오늘날 반도체 소자의 주원료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을 베이스로 하는 한 현재 진행되는 1z 세대(13~14 나노미터급)에서 1a 세대(10 나노미터급)로 가려면 극자외선으로 노광(반도체의 회로를 그림 그리듯 새기는 것)을 하는 EUV라는 장비가 필요하다. EUV 장비는 현재 ASML이라는 네덜란드 기업만이 양산을 할 수 있고 대당 1,500억 원 정도 호가하는 엄청난 고가 장비이다. 투자규모도 크거니와 필요한 만큼 공급받기도 어렵다. 더욱이 EUV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 진척을 위한 각종 반도체 소재들도 지원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디램 반도체 업체가 올 가을부터 EUV로 양산을 목표로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빨라야 22 년이지 않을까 싶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기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 언급했다.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핵심적인 원인을 하나 꼽자면 의도치 않은 전력 누설 문제가 있다. 트랜지스터 크기가 작아져 전기가 통할 간극이 줄어들수록 현재 실리콘 산화물 계열로는 예기치 않은 전력 누설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기가 누설되는 만큼 전력이 소모된다. 또한 누설된 전력으로 인해 트랜지스터가 오작동이 되어 사용 가능한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랜지스터 구조]

 게이트에 전압을 걸면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력이 흐른다. 전압이 걸리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상태이다. 이 것이 트랜지스터 작동 원리다. 반도체가 미세화된다는 것은 칩 사이즈뿐만 아니라 게이트, 소스, 드레인의 크기도 줄어듦을 뜻한다. 당연히 게이트의 폭,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간극도 좁혀진다. 게이트에 전압을 걸 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압이 걸려야 소스와 드레인에 전기가 통하는데 이를 유효 전압이라고 한다. 미세화가 진전되면 유효 전압도 줄어들겠지만 칩과 회로 선폭이 더 줄어들게 되면 의도하지 않은 전력이 실리콘 베이스의 기판으로 전기가 샌다. 이를 전력 누설이라고 한다.


  미세화를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전력 누설을 막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다. 폴리 실리콘 게이트와 채널 사이를 기존의 산화실리콘에서 하이-k라는 물질로 대체하면 누설 효과를 줄일 수 있으나 전자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발생한다(좌). 이를 막기 위해 게이트를 메탈로 변경하여 하이-k로 막을 형성하는 HKMG(하이케이 메탈 게이트)가 대안으로 떠올다. HKMG은 공정이 복잡해지게 단점이다.


[폴리 실리콘 게이트와 HKMG]


  미세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전력 누설을 막는 또 다른 방법으로 트랜지스터 구조를 변형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는 게이트가 평면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planar FET을 언급했다. 요즘은 FinFET,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FET 등을 통해 유효 전압을 낮추면서 전력 누설을 막는 디자인이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 FinFet이나 GAAFET은 게이트를 수직으로 가르는 핀을 교차시켜 핀 주위로 전력이 흐르게 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미세화가 계속되면 핀을 더욱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핀을 만들기 위한 에칭 공정이 고도화되어야 하고 3 나노 이상에서는 핀펫 공정을 진전시키기 기술적인 어려움이 매우 크다.


[트랜지스터 미세화를 위한 디자인 변화]


   이런 배경하에서 반도체 미세화에 필연적인 전력 누설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사는 MST 기술을 개발했다.


   1) MST 기술 : 동사 기술의 핵심인력인 미어스 박사가 개발한 MST(Mears Silicon Technology) 필름을 소스와 드레인 사이 실리콘 기판에 나노 코팅을 하 전력 누설을 최소화시켜줄 수 있다. 동사는 MST 기술 D램, 낸드와 같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로직 반도체, 이미지 센서, 5G용 칩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 등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HKMG나 FINFET 등의 공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마법같은 기술이! 도대체 왜 여기서 나와~.


[일반 실리콘 트랜지스터와 MST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전력 누설 차이]


  2) MST 기술의 예상 효과

  만일 MST 기술이 실제 구현 가능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 효율성 개선 : 오동작이 줄어들어 퍼포먼스가 향상되고 신뢰성이 증가한다. 전력 소모가 적어진다.

  - 원가 절감 : 칩 사이즈 축소로 웨이퍼 비용이 하락하고 공정이 단순화되어 수율(yield)이 향상된다.


 ㅇ 동사 비즈니스 모델


  Atomera의 핵심 비즈니스는 MST 필름을 반도체 제조 회사나 소재, 장비 업체에게 파는 게 아니다. MST 기술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구현시켜 기술 로열티를 수취하는 것에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MST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서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동사는 연구 개발과 공정 기술 개발 단계에서 일정한 R&D 수수료를 지불받고 양산 단계에 성공하면 로열티를 받는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나 바이오 회사가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 단계를 거치며 물질이나 신약 기술을 다국적 빅 파마들에게 파는 것과 유사하다. 동사는 6단계로 비즈니스 영역을 설명한다. 통상 특정 기업에 MST 기술을 구현시키고자 하면 동사가 우선 1 ~ 3 단계를 진행한다. 적용 계획을 세우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웨이퍼에 MST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지 설계를 하여 이를 적용하기 위한 컨설팅을 준비한다. 2 단계가 진전되면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라이센스 수수료를 일부 수취하여 R&D 비용을 일부를 커버한다. 공정에 기술을 적용하는 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고객사에서 MST 기술을 적용하는 4 ~ 6 단계로 넘어간다. 실제 제조 라인의 일부를 데모로 시제품을 생산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퀄을 승인받아 최종 양산에 이른다. 보통 3 단계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입증되어야 JDA(공동개발협약, joint development Agreement)를 맺어 4 단계로 넘어간다. 3 ~ 4 단계는 빠르면 1 년, 늦어도 2 년 가량 소요된다. 양산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이 종료되어 최종 양산이 이루어질 때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한 마디로 MST 기술을 기반으로 웨이퍼 개발과 관련한 R&D와 기술 컨설팅이 동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동사 비즈니스 단계별 수수료 수입 구조]


  20 년 3 분기말 현재 25개 기업이 동사와 1 ~ 3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25개 기업에 글로벌 top 20 개 반도체 기업 중 절반이 고객사라 한다. 작년 말에 동사 CEO가 금명간에 미국 내 유수의 반도체 회사와 4 단계를 진행하는 JDA를 맺을 것이라 언급하자 주가가 미친 듯이 급상승했다. 결국 5 $ 대에서 47 $까지 주가가 폭등한 배경에는 JDA 가시화와 궁극적으로 로열티 수취 기대감이 있다 하겠다.


  ㅇ Atomera 기업가치와 잠재 수익성 평가


  Atomera 시가 총액은 771백만 $이다. 원화 환율 1,100 원으로는 8,481억 원이다. 회사는 2020 년 말 순현금 417억 원을 가지고 있다. 기업 가치는 8,418 -417 =  8,064억 원. 시장이 대략 8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하는 셈이다. 지금 이 회사를 산다면 당연히 앞으로 기대하는 가치는 8천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얼마를 기대할 수 있을까?


[주식과 채권의 이론적 가격]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의 이론적인 가치는 쉽게 말하면 미래에 예상하는 현금흐름을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한 금액이다. Atomera를 예로 들자. 8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설명하려면 위 수식에서 쓴 것처럼 앞으로 매년 기대하는 현금흐름을 적정한 자기 자본 비용률로 할인한 금액을 모두 더한 금액이 얼추 이에 비슷해야 한다. 채권도 비슷한 개념이다. 단지 주식과 채권의 산식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식의 현금흐름은 확정되지 않은 매우 불확실하고 변동이 데 반해 채권의 현금흐름은 일정한 이자와 만기에 받을 원금으로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식은 투자자의 꿈을 반영하는 것인지 모른다. 낙천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그 꿈의 크기를 무한대로 키우고자 하고 보수적이거나 방어적인 성향인 경우에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안정적인 숫자로 현금흐름을 가정할 것이다. 전설로 회자되는 투자 대가들은 대개 둘 중 하나의 성향을 갖는다. 미래의 꿈을 원대하게 그려 낙관적인 기업에서 성공의 기회를 찾거나 자기자본비용률이라는 허들을 높여 위험관리를 타이트하게 한 두 가지 부류이다. 채권에서는 꿈을 찾을 필요가 없다. 단지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불할 수 있는 신용을 갖췄느냐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


  Atomera의 8천억 원 기업가치를 정당화되기 위해서 미래 기대하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할인한 값이 이와 유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Atomera가 기대하는 잠재 시장규모와 예상 수익성은 어느 정도인가? 2019 년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은 370개의 웨이퍼 제조라인을 보유했다. 그해의 웨이퍼 생산량은 217.3백만 장이다. 웨이퍼 제조 라인 하나당 월평균 생산량은 대략 49k(49,000 장)이다. 웨이퍼 한 장당 평균 가격은 1,136 $이다. MST 기술이 20~30% 이상 효율성을 가져다준다고 가정할 경우 제조회사는 2% 정도 로열티를 지불해도 70$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만일 49k 캐파의 웨이퍼 라인 하나와 MST 기술 로열티 계약을 한다면 Atomera는 연간 최대 1,300만 $의 매출을 얻는다. 웨이퍼 라인이 연간 50%만 가동할 경우에는 670만 $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제 규모가 훨씬 큰 대형 반도체 회사의 경우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대형 반도체 회사들의 라인당 평균 웨이퍼 캐파는 80k로 알려진다. 대형사들이 수요 하는 웨이퍼 가격은 3천 $ 정도다. 연간 최대 매출은 5,800만 $, 50% 가동 가정 시 2,900만 $ 가량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기술자문을 하는 동사의 연간 영업비용 가이던스는 1,200~1,300만 $이다. 대형사 1개 라인과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 50% 가동만 해도 1,600만 ~ 1,700만 $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25% 법인세를 감안하면 순이익은 1,200만 ~ 1,275만 $ 가량 추된다. 매년 대형사 라인 1개 만을 로열티 계약해도 PER = 60 배 정도다(771백만 $/12.75백만 $). 5개 라인을 계약하면 PER은 12배로 급격하게 하락한다. 라인 하나 이상만 계약할 수 있다면 동사 기술 가치에 대해 강력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반도체 회사들과 기술 계약을 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기대가 가능하다. JDA가 임박했다는 CEO 코멘트 한마디에 주가가 미친 듯이 달린 게 충분히 이해된다.

  

[글로벌 평균 웨이퍼당 캐파와 리딩 기업의 웨이퍼당 캐파의 제조 라인과 계약 시 기대 가능한 매출액]


  2 월 9 일 빠지지 않을 듯이 오르던 주가가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다. 2 월 10 일에 2020 년 실적을 발표했다. 이미 3 분기 실적을 알고 있었던 터라 연간 실적에 큰 기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JDA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언급이 없었다. 올해 중으로 유수한 반도체 회사와 JDA가 임박했다는 기존의 코멘트에서 진전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연간 실적에서 하늘로 향했을 투자자 시선을 땅으로 끌어 내린 지표가 있다. 분기 매출 '0'. 말 그대로 2020 년 4 분기 내내 헛장사했다. 코로나 19로 동사 기술 인력이 고객사 기술 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지만 2 ~ 3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을 엔지니어링 서비스, 라이센스 수수료 수입이 단 1 달러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나마 3 분기까지 일군 매출이 62,000 $. 623만도 아니 62.3만도 아닌 6.2만 $. 시총 1조 원을 바라보는 회사의 연간 매출이 고작 6,820만 원이라니. 참으로 개그스럽다.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은 PER 배수가 의미 없다. 지표가 (-)이기 때문이다. 통상 벤처 기업이나 업황이 침체한 기업이 적자인 경우가 많아 PER로 설명하기 어려울 경우 자산가치를 의미하는 PBR 배수나 매출액과 비교하는 PSR 배수를 참고한다. PSR 배수는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PSR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액에 대해서 시장이 얼마만큼의 프리미엄을 주는 가를 뜻한다. 771백만 $ / 0.062!  PSR 12,435배. 매출 1 $당 1.2만 $ 프리미엄을 준다는 말이다. 'PSR이 만 배가 넘어? 어라! 분기 매출은 빵, 연간 매출이 달랑 6.2만 $이네. 이 회사 믿어도 되는 거야?' 아마 이런 심정이 주가를 하락시키지 않았겠나 추정된다.


 ㅇ 기업의 실제 역량, 펀더멘털을 점검하자.


  2 월 10 일 미국 SEC에 2020 년 한 해 동안의 성과를 정리한 연간 사업보고서(annual report, 10-K)가 공시되었다. SEC EDGAR은 우리로 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다. 조회란에 해당 기업명을 입력하면 당해 회사가 공시한 내역들을 모두 열람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기업 IR(investor relationship)이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SEC에 공시한 내역들을 홈페이지 IR 란에서도 제공한다.


[SEC의 EDGAR 공시 화면]

  

  동사 홈페이지 IR 화면도 정비가 잘된 편이다. 연도별로 원하는 항목을 분기별, 연말 기준으로 쉽게 라이브러리화 했고 SEC 공시 내역별로도 조회가 가능하도록 구성해두었다. 공시 내역에서 몇 가지 점검을 하자.


[Atomera 홈페이지의 공시 내역]


  

  주지하다시피 2020 년 Atomera의 연간 매출은 6.2만 $이다. 연간 지출한 영업 비용은 1,497만 $. 영업손실이 1,490만 $에 달한다. 회사가 작년에 가이던스 했던 영업비용 1,300만 $을 초과했다. 그만큼 적자 규모도 늘었다. 19 년에도 연간 1,362만 $ 적자. 최근 2 년간 2,800만 $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루빨리 JDA를 맺어 라이센스 수수료나 로열티를 받지 못한다면 현금이 메마를 날이 걱정된다.


[Atomera의 손익계산서]


  다행히 동사는 2020 년 말에 현금을 3,794만 $ 가지고 있다. 반면에 부채는 20만 $에 불과하다. 앞서 2 년 누적 영업손실이 2,800만 $ 였음을 감안하면 현재처럼 기술 개발을 할 경우 2년 반 가량 버틸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회사를 점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체크할 포인트 중의 하나는 현금 밸러스가 얼마를 유지하느냐이다. 현금이 부족해지면 어디선가 구해야 한다. 이자를 물며 차입금을 땡기거나 증자를 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차입금이 늘면 적자 구조에서 이자만큼 적자가 커진다. 증자를 하면 주식을 추가 발행해야 하니 기존 주주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 모두 주가에 부담이다. 무엇보다 현금이 소진될 정도로 매출이 일어나지 않을 게 자명하다. 그렇다면 실적 부진과 로열티 기대감 상실로 주가에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Atomera의 재무상태표]


    작년 말 동사가 발행한 총 주식수는 2,237만 주이다. 19년 말에는 1,711만 주였다. 한 해 동안 526만 주를 발행해서 모자란 자금을 보충했다. 작년 5월 경부터 주가가 10 $ 대를 유지했기에 펀딩 하기 괜찮은 환경이었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 누적 결손이 1.5억 $에 달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회사가 1.87억 $ 어치의 주식을 발행하였고 남은 주주의 몫이 3,734만 $이다. 영업 흑자 기조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증자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주가가 낮다면 동일한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 주식을 더 많이 발행해야 하니 주주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Atomera의 재무상태표 - 자기 자본]


  기존 대주주들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MST 기술과 기술자문 사업에 대해 어떤 심정일지 유추하자. 전도유망한 사업이더라도 자본력이 부족한 창업자들은 증자,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 회사의 지분을 매개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벤처기업 창업주나 CEO들은 회사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Atomera도 비슷하다. CEO인 스코트 비보가 153만 주, 8.1%, 원천 기술을 가진 CTO 로버트 미어스가 1.8%, 최대주주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들이 보유한 총지분율은 18.0%에 불과하다. 회사가 가치가 커져도 현재 지분으로는 핵심 인력들의 기업 가치가 상승한 것에서 18%만 향유한다는 뜻이다. 경영권이 충분하지 않은 지분율이나 만일 회사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내실이 있고 전도가 유망하지 않다고 내부자가 평가한다면 아마도 주가가 이유없이 오를 때 소유한 주식 일부를 팔 수 있다.  때마침 작년 12 월에 주가가 오른 틈을 타 대부분의 이사회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소량이지만 매각했다. 내부자가 주식을 파는 건 좋지 못한 징후라 Form 4. 내부자 지분변동 보고서를 검토했다. 스톡 옵션 행사에 따른 소득세를 납부하기 위해 행사한 일부 주식을 팔았다. 나쁜 징후가 아니다.


[Atomera의 지배구조]

  

ㅇ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


  이 회사를 분석하며 몇 가지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다. 가장 중요한 점검 사항은 역시 현금 소진 속도이다. 현재 손익 구조에서 경영진이 보다 공격적인 행보로 고객사를 컨택하거나 R&D 파이프 라인을 늘린다면 2년 반으로 예상되는 소진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질적인 위험 요소들이 꽤 있다.


  1)  267 개에 달하는 기술 특허가 모두 MST에 근거한 기술 들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원천자가 로버트 미어스, 회사의 CTO이다. 그가 회사를 설립하였고 초기엔 CEO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술 중심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CTO인 로버스 미어스의 지분이 1.8 % 이다. 보통 벤처기업은 CEO가 핵심 기술이나 연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경영 능력이 있는 CEO를 영입한 경우라도 CTO의 지분 이 CEO와 비슷해야 상식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2018 년 까지 찾아본 연간 사업보고서나 내부자 지분 변동 공시 등에 언급된 성과급 플랜에서 로버트 미어스 박사가 CEO인 스코트 비보보다 스톡 옵션을 더 받지 못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CTO의 지분이 없이 낮은 이 문제는 사업 보고서만 읽어서는 풀 수가 없다. 회사 IR이나 경영진에 직접 질문을 해야 할 이슈이다.


  2) 동사 홈페이지나 프젠테이션에 언급된 미세공정이 주로 20 나노 급이다. 최근의 기술은 디램이 10 나노 , 낸드는 7 나노를 바라보고 있다. 비메모리는 5 나노 ~ 3 나노까지 미세화가 진전되었다. 과연 EUV 공정에서도 동사 MST 기술이 적용 가능한 지, 또한 3D FINFET, GAAFET 구조와 HKMG 공정에서도 구현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내부자의 가이던스에 의존하지 고 객관적으로 기술적 타당성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3)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은 쉴 틈 없이 연중 100% 돌아간다. 웨이퍼가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완성품이 나오려면 보통 1 개월 반 전후의 간이 소요된다. 찰나의 정전이라도 오면 1개월 반 치가 불량이 되는 셈이다. 이런 연유로 반도체 메이커들은 어지간한 불황이 아니라면 재고를 쌓더라도 계속 만다. 이같은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치 않다. 양산 담당자들은 불확실한 기술을 양산 라인에서 검증하고 이를 채택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따라서 노후된 팹이나 신설하는 팹 일부를 테스트로 전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당장 주력 라인에서 채택을 위한 연구 개발과 검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비메모리는 지금 유례없는 호황이다. 재고가 없어서 못 팔고 수요처는 칩이 없어서 제품을 못 만들 정도다. 디램과 낸드는 업황이 회복세에 있다. 올해 미세공정을 더 진행시키려면 실질 캐파가 줄어드는 부담까지 있어서 여기서도 신기술을 적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도대체 Atomera는 어느 회사와 JDA를 맺으려는 것일까? 추정컨대 미세화와 수율에서 문제가 심각한 인텔일 개연성이 높을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10 나노와 20 나노 대에서 캐파를 키우고 싶어 하는 중견급의 비메모리 업체들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소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업체일 가능성은 희박하리라 판단된다.


  4) 탁월한 기술이라 해서  항상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디오테이프의 표준 전쟁이었다. 소니가 개발한 베타맥스 방식이 더 나은 화질, 더 작은 크기에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갖춰 VHS가 스펙 싸움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VHS는 저가와 재생 시간이 길다는 장점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VHS였다.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한 소니에 비해 VHS는 헐리우드와 개발사의 합작으로 콘텐츠를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애플 컴퓨터가 우수한 성능에 비해 마이크로 소프트와 손잡은 IBM에 개인용 PC 시장에서 패퇴한 것 역시 기술이 성공의 열쇠를 보장해 주지 않음을 일러 준다. 마찬가지로 MST 기술이 실제로 대단히 효율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를 견제하려는 반도체 연관 회사의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결국 Atomera 주식의 투자 여부는 기술과 자본력에 대한 질적 평가와 이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따라 갈릴 영역이다. 이러한 가치 판단하에 주식을 산다면 투자일 것이고 그러한 고려가 없다면 투기라고 할 만하다.


  ㅇ 나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주관적 판단으로 앞서 언급했던 다섯 가지 위험 요인 중에서 첫째 CTO 지분율과 셋째 반도체 라인 특성이 가장 우려되고 점검해야 할 포인트라 여긴다. 상대 출신이라는 한계로 기술적 베이스가 약한 내가 기술적 우위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술적 판단은 업계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사항이다. 다만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Atomera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무엇보다 성공했을 때의 업사이드가 무척 매력적이다. 글로벌 top 10 중 한 회사와만 계약을 이뤄낸다고 해도 시장 멀티플이 PER 기준으로 5~10배에 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통 이런 경우 기대 수익이 실현되기 전까지 PER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1 ~ 2 년 내로 기술 개발의 진전이 없다면 아마도 원래의 주가 수준인 5 ~ 10 $ 대로 되돌아 갈 것이다. 성공 확률이 얼마냐에 따라 투자의 기댓값이 달라진다. 다만 기술 자문을 구하기 전까지 성공 확률을 보수적으로 2:8, 3:7로 가정할 경우에도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 내가 상정하는 기댓값이 시장 기대수익률보다 높다. 1년 내로 KOSPI나 NASDAQ이 현재 수준에서 30%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스타트는 앞으로 1~2 년간 AI 대출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춰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DL은 보유한 석유화학 가치와 매년 유입되는 수천억 원의 현금흐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장과 가치의 시소가 균형을  포트폴리오에 Atomera를 편입하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바로 알파다. 포트폴리오에 감칠맛을 더해 줄 조미료로 비유하겠다. 업스타트와 DL은 누가 봐도 교과서적인 바벨 전략이다. 여기에 뭔가 가미하고 싶다. 복어 회와 이리는 일품 요리다. 복어 요리에 능한 숙련된 셰프는 복어 맛을 한 층 끌어올리기 위해 금단의 비기를 이용하곤 한단다. 바로 복어 알에 있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을 극소량의 독을 자신의 요리에 가미하는 것이다. 요리를 맛 본 이들은 그 짜릿한 맛에 감탄을 끊이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나 조금만 잘못 쓰면 그야말로 독이 된다. 돌이킬 수가 없다.


  내가 Atomera에 투자한다면 금융 자산의 1%를 세 차례 분할해서 투자하겠다.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지금 1/3을 매수한다. 여기서 더 오른다면 이 회사를 살 성격이 못 되기 때문이다. 35 $에서 -30 ~ 40 %가량 주가가 하락면 지금까지 점검한 위험요소가 유지되는지 파악하고 1/3을 더 투자할 것이다. 만일 1 년 내 주가가 10 $ 대 혹은 그 이하로 진입한다면 다시 업데이트하고 여전히 유효할 경우 마지막 1/3을 넣겠다. 그리고 1 ~ 2 년을 보유하며 포인트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겠다. 만일 주가가 빠지지 않고 오히려 오른다면? 추가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JDA가 확인되기 전까지 추가 투자 자제해야한다.  세차 시간, 가격 분할로 평균 단가를 낮춰 놓고 내가 기대하는 매출이 실현된다면  최소한 대여섯 배, 어쩌면 열 배의 수익이 가능할지 모른다. 1%로 5% 이상을 벌 수 있다면 복어의 맛을 이끌어내는 한 수일 것이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얼마의 손실이 나던 승복하고 나와야 한다. 1%의 상당 부분을 손실해도 금융 자산 전체로 따져 대미지가 크지 않고 얼마든 만회 가능하다.


  현재의 Atomera가 좋은 기업인지 아니면 나쁜 기업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기술에 대한 검증과 평판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펀더멘탈 실적에 비해 주가가 단기 급등하여 시장 멀티플이 엄청나게 높아진 나쁜 주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쁜 주식이 곧 나쁜 기업은 뜻하는 건 아니며 나쁜 주식을 잘 관리하면 좋은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을 고려한 투자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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