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운설 Feb 16. 2021

지주회사(1) - 싼 게 비지떡?!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지주회사(Holding Company)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전부 혹은 일부 지배가 가능한 한도까지 보유함으로써 합병을 하지 않고도 종속회사의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국내 굴지의 LG그룹을 예로 들면 지주회사인 LG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상사, LG유플러스, LG CNS 등의 자회사 지분을 각각 33%씩 소유하며 경영을 지배한다. LG그룹의 지주회사가 바로 LG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1997 년,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어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였다. 고환율, 고금리에 대규모 실직까지 겹쳐 온 나라가 고통을 겪어야 했다. IMF 구제 금융의 원인으로 재벌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에 따른 대규모 차입 경영과 계열사 간 상호 지급 보증 관행이 지적되었다. 실제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그룹의 어느 계열사 하나가 부실에 빠지면 상호 출자, 지급 보증을 했던 다른 계열사도 덩달아 무너지는 연쇄 부도가 빈번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그룹 부도이다. 족벌 경영의 구태를 탈피하기 위한 대기업 지배 구조 개편과  순환 출자, 상호 지급보증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주도하에 지주회사 설립이 법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후 대기업 중에 국내 최초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앞서 소개한 LG이다.


  국내 지주회사는 대부분 인적 분할이라는 절차를 거쳐 설립되고 있다. 한 기업을 두 개 이상의 기업으로 쪼개는 행위가 기업 분할이다. 기업 분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인적 분할이다. 분할된 기업의 지분을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 전 주식 보유 비율대로 각각 나눠주는 방식이다(그림 1 참고). 둘째 물적 분할이다. 분할 전 기업의 사업부를 따로 신설 법인으로 떼어 내되 분할된 자회사 지분을 분할 전 기업이 보유하는 방식이다. 인적 분할과 달리 분할 전 기업의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다. 2020 년 9 월 LG화학은 2차 전지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시켰다. 전기차 배터리 성장기대가 컸던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인적 분할과 달리 2차 전지 사업부 소유권을 가질 수 없게 되자 크게 반발하였다. 당연히 주가는 급락했다.


[그림 1] 인적 분할을 통한 기업 분할 과정 사례


  특정 기업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마법이 숨어 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분할에서 야기되는 숫자의 트릭이다. 분할 전 시가총액 100억 원짜리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림 1]처럼 대주주가 30 %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회사는 자사주를 20 % 들고 있다. 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분을 더 늘리고 싶어졌다. 이때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다. 분할 전 기업을 50 : 50의 비율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하여 기존 회사는 00홀딩스로 개명하고 00자회사를 분할 설립한다. 보통 홀딩스 기업은 기존 법인을 사명을 변경하는 선에서 유지하고 자회사를 새로 만든다. 50 : 50으로 쪼개어졌으니 두 회사의 재무 구조는 각각 자기자본 50억 원, 부채 50억 원으로 동일하다. 분할 전 자사주 20 % 도 홀딩스 주식과 자회사 주식으로 나뉘게 되는데 분할 목적상 홀딩스가 두 주식 모두를 소유한다. 지주회사이므로 자사주에서 분할된 자회사 주식을 들고 있을 명분에도 부합한다. 그 결과 인적 분할 직후의 지분구조는 대주주가 00홀딩스 30 %, 00자회사 30 %를 소유하게 되고, 00홀딩스는 00홀딩스 자사주 20 %(분할된 자사주), 00 자회사 신주 20 %(자사주에서 분할된 신설법인 지분)을 가진다. 대주주의 관심은 경영권을 늘리는 것에 있다고 했다. 따라서 대주주는 보유 중인 00자회사 30 %를 00홀딩스에 넘기고 그 대가로 00홀딩스 지분을 받는다. 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넘긴다고 가정할 경우 대주주 지분율은 46.15 %(30억 원 / 65억 원)가 된다. 또한 00홀딩스는 대주주의 00자회사 지분 30 %에 분할로 생긴 20 % 의 지분을 더해 00자회사 지분 50 %를 확보한다.


  분할이 없었다면 대주주는 00회사 지분 30 % 만 보유했다. 그런데 분할로써 00홀딩스 46.5 % 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었다. 또한 00회사 자사주 20 % 의 분할 신주만큼 의결권 부활이 되어 00홀딩스는 00자회사 지분을 직접 50 % 보유가 가능해졌다. 물론 00홀딩스는 자사주 20 %를 여전히 보유 중이다. 경제적으로 분할 전이나 분할 후나 달라진 바가 없고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기 위해 돈을 더 쓰지도 않았는데 지분이 증가했다! 바로 이 점이 좋게 표현하여 지주사 전환의 마법이고 폄훼하자면 트릭이자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쟁의 출발점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정부가 인정하는 지주회사 설립 방법 중의 하나이니 불법은 결코 아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같은 인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지 않는다. 자회사로 삼고자 하는 기업을 시장에 공개 매수하여 인수하거나 현금 혹은 지주회사의 주식을 주고 인수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대개 해외 지주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분 100 %를 인수하여 비상장 회사로 둔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지주회사는 해외 지주회사와 달리 자회사 일부 혹은 전부를 상장 중이다. 증권 시장에서는 이를 이중 상장(dual listing)이라 부른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자회사가 자기의 (자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일컬어 더블 카운팅(double counting)에 따른 할인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이전에 올렸던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DL에서 언급했던 더블 카운팅 이슈가 바로 이 것이다. 자회사와 지주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었으니까 하나의 경제적 실체가 더블로 카운팅된 만큼 지주회사에서 이를 할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과연 이런 해석이 합리적일까?


 앞선 사례처럼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A, B 기업 두 개 회사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A 기업과 B 기업은 매년 각각 100억 원, 50억 원을 벌고 있다. 배당도 똑같이 50%의 배당성향에 주당 2,500 원을 지급한다. 두 회사는 순이익 규모 말고 자본금의 차이밖에 없다. A 기업은 자본금 100억 원, B 기업은 50억 원이다. 기업을 가치 평가할 때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 이익평가 모형과 배당평가 모형이 있다. 이익모형으로 주가를 산출하면 회사가 매년 5%씩 일정하게 성장할 경우 양사 적정 주가는 105,000 원으로 동일하다. 비록 순이익 규모가 차이 나지만 EPS(주식 한 주당 벌어 들이는 순이익)는 5,000 원으로 동일하고 성장률과 할인율도 같기 때문이다. 한 주당 주가가 동일한데 발행주식 수가 달라서 A 기업 시가총액은 2,100억 원, B 기업은 1,050억 원으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 모두 PER 은 21배로 같다(105,000/5000). 만일 배당평가 모형으로 주가를 추정하면 이론적인 적정 주가는 52,500 원로 같되 시가총액은 A 기업은 1,050억 원, B 기업은 525억 원이다. 이익평가 모형에 비하여 배당평가 모형에서 추산한 시가총액이 적은 이유는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이라는 현금흐름(분자) 대용치가 주당 이익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EPS 5,000 원 > DPS 2,500원).


  이제 B 기업보다 자본금이 두배 많은 A 기업이 인적 분할과 지분 스왑을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다. 분할 비율은 50 : 50이고 A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40%이다. 인적 분할과 스왑의 마법으로 대주주는 지분율이 분할 전 40 % 에서 분할 후 57.1 %(40/70)으로 증가한다. 지주회사의 분할 자회사 지분율은 40 % 이다. 지주회사에 다른 비용이 없다고 치면 자회사 지분율만큼 이익이 생긴다. 자회사가 분할 후에도 여전히 100억 원을 벌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율 40 % 만큼의 40억 원의 순이익을 버는 셈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양사의 자본금은 기존 100억 원에서 120억 원(70억 원 + 50억 원)으로 40%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순이익은 지주회사 40억 원에 자회사 100억 원을 더하여 140억 원으로 늘었다. 분할 전에 비해 각각 40 % 늘어난 것이다. 다만 커다란 차이 하나가 있다. 자회사는 여전히 EPS 10,000 원, DPS 5,000 원을 유지 중이다. 그런데 지주회사의 EPS는 2,857 원, DPS는 1,429억 원이다. 자회사 대비 이익은 적고 자본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그림 2] 자본구조와 이익에 따른 주가와 시가총액의 차이


  내가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에서 주목하는 바를 설명하겠다. B 기업은 분할을 하지 않았으니 A 기업과는 달리 시가총액이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A 기업이다. 신설된 사업자회사 자기자본이 1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순이익은 여전히 100억 원이 유지된다. 따라서 이론적인 주가는 이익평가 모형 기준으로 210,000 원으로 두배 늘어난다. 따라서 자본금이 1/2 줄었지만 시가총액은 동일하게 2,100억 원이다. 분할된 지주회사(A')는 EPS 2,857 원으로 이익평가 모형에 대입하면 주가는 6만 원, 적정 시가총액은 840억 원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체로 보면 분할 전에는 A, B 기업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3,150억 원이었다. 분할 후에는 3,990억 원으로 늘었다. 바로 지주회사 시가총액만큼 늘어난 것이다. 전술했던 이중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이라는 건 지주회사 자본금 만큼 늘어난 시가총액을 두고 한 말이다.  배당평가 모형으로 본 주가, 시가총액,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 변화는 그림을 참고하자.


[그림 3] A 기업 분할 전과 후의 시장 전체 시가총액과 순이익, 가치평가 변화


  결국 이중 상장, 더블 카운팅 논란은 자회사의 수익성이 분할로 영향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분할된 지주회사의 시가총액만큼 늘어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이슈의 영역이다.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분할 전 후로 A 기업이 이익을 벌어들이는 경제적 실체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분할 전 150억 원에서 분할 후 시장의 순이익이 190억 원으로 증가하였지만 증가한 +40억 원은 실제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닌 장부상의 가상의(artifical) 이익임을 이해하고 넘어가자.


  나는 시장에서 이익과 마찬가지로 시가총액이 늘어난 게 단지 회계적인 수치이니까 더블 카운팅으로 이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적 분할을 거쳐 대주주 지분 스왑에서 발생하는 지주회사의 자본금 증자에 의한 자본 증가를 가상의, 회계적인 허수라 간주하지 않는다. 늘어난 지분을 새로운 신용의 창출로 이해한다. A 기업의 기업 분할 과정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A 기업을 경영하던 나는 A 기업과 별도로 투자회사를 만들고 싶다. 실제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투자사업만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마침 세금이 없어 A 기업을 50% 유상 감자를 하는 것에 부담도 없다. 50% 감자를 하여 회수한 20억 원에 외부 주주를 모아 30억 원을 추가하여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A 기업의 지분 40%, 20억 원을 투자 회사에 현물 출자한다. 이 경우는 세상에 없었던 투자회사가 새롭게 신설된 것이다. 기업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새롭게 만들어진 A 기업이 가공의 회사라고 할 수 있는가?


  다른 각도에서 예를 들겠다. 2008 년 이후로 ETF(상장지수펀드, excange traded fund)가 전 세계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ETF는 말 그대로 거래소에서 시장 매매가 가능하도록 고안된 펀드이다. ETF는 일종의 기업 지배, 사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투자회사이다. ETF는 펀드가 설정한 규모 내에서 상장된 여러 회사를 투자한다. 다시 말해서 ETF가 설정된 만큼 시장의 시가총액이 늘어난다. ETF가 펀드 내에 주식을 편입함으로써 해당 주식은 수급상 매수가 늘어나 주가에 긍정적이다. ETF가 출자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면 ETF의 가치(주가)도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다시 시장 시가총액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주회사처럼 ETF도 시장의 시가총액을 증가시키는데 우리는 ETF를 이중 상장이라고 정의하진 않는다.


  남은 논란거리는 증가된 40억 원의 이익의 성격이다. 이 인위적인 이익은 정말 의미없는 허수인가? 실물 경제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150억 원으로 동일하다. 지주회사이건 투자회사이건 뭔가가 생겨나 40억 원이라는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다. 국민 경제에서 화폐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투자, 분할 행위를 통해 화폐의 유통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게 되었다. 전에는 150억 원이라는 이익 규모만큼만 화폐가 순환되면 되었지만 이제는 190억 원으로 유통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분할 내지 투자 행위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생긴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자연스럽게 명목상의 시가총액도 올라야 한다.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지주회사는 시장의 유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시가총액을 늘리지만 결코 이중 상장이나 더블 카운팅 이슈로 볼 수 없다.


  이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지주회사의 성격과 어떤 유형의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기업 소개] ATOMERA - 야누스의 두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