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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Feb 17. 2021

지주회사(2) - 싼 게 비지떡?!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지주회사를 소개한 글의 분량이 너무 많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브런치 회원분들의 읽는 부담을 덜어 드리자 2회 분량으로 나누어 글을 올립니다. 이전에 보셨던 분들은 스킵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회에서는 인적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거쳐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율을 늘리는 마법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지주회사가 발행한 신주만큼 시가총액이 커지는 현상이 듀얼 카운팅에 대한 할인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이번에는 정말 싼 지주회사를 어떻게 구분하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2020 년 IPO(신규공모, initial public offering)가 정말 뜨거웠다. 상장 첫날 공모 가격에서 100 % 주가 상승은 기본이고 하루 이틀 상한가를 이어가는 종목들이 수두룩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압권이었다. 신주의 공모가가 49,000 원이었다. 상장 첫날 100 % 오른 98,000 원으로 시작했다. 당일 종가는 상한가 127,000 원으로 끝났다. 상장 나흘째 날 장중 269,500 원 고점을 찍었다. 4 일 만에 수익률 450%가 났다. IPO가 뭔지도 몰랐던 일반 투자자들이 허겁지겁 IPO 시장으로 몰려든 계기였다. IPO 시장이 핫할수록 기존 거래소 시장과 KOSPI 지수는 부담이다. 기존 상장 종목으로 투자 유입되어야 할 유동자금이 신규공모주로 쏠리는 만큼 자금 여력이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IPO 시장이 핫하고 나면 KOSPI가 후행적으로 정체되거나 하락했던 경험이 일반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KOSPI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있고 IPO 역시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활황이다. 상장 예정 기업의 청약경쟁률이 보통 1,000 : 1을 넘는다. 1억을 넣어도 10만 원어치 주식을 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청약시장으로 몰려느냐면 상장 후 팔았을 때의 수익률과 청약 건수에 답이 있다. 상장 첫날 50% 수익으로 팔 수 있다고 치자. 연간 보통 120 개 ~ 150 개 기업이 상장된다. 계산하기 쉽도록 100 개 기업이 상장한다고 가정한다. 100 X 0.1% *50% = 5%. 은행 금리가 1%가 되지 않는데 5% 수익이 기대 가능하다. 어느 누가 청약하지 않겠나?


  시장의 관점에서는 지주회사란 IPO 회사와 같다. 시장에 주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지주회사는 시장이 상승세이고 유동자금이 밀려들 때 성과가 좋은 경향을 보인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모든 지주회사가 해당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대비 할인이 당연할 수 있다. 왜? 더블 카운팅된 주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더블 카운팅 이슈는 이미 앞에서 반박하였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대비 늘 할인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더블 카운팅이라는 원죄가 아니라 논리적으로는 지주회사의 EPS가 자회사보다 작기 때문이다. 앞서의 예에서 지주회사 A'의 EPS는 2,857원. 자회사 A는 10,000 원이다. 결코 자회사 보다 비쌀 수 없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주가가 낮아야 하는데 이를 더블 카운팅이라는 잘못된 논리로 마치 할인이 당연하다는 건 우문에 우답이다. 만일 지분구조상 지주회사의 EPS가 더 높게 나오도록 짤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지분의 상당수를 확보하되 투자된 자본금이 훨씬 적을 경우 지주회사 주가는 자회사가 상장되어 있어도 더 비싸야 한다.


  그런데 지주회사는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로 자회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질까?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하기 위해 자회사가 아닌 시장 지표를 가지고 계산을 해보았다.


2011 년 ~ 2020년 3 분기까지 10 년 동안 KOSPI 기업 평균 ROE는 7.9%이다. KOSPI 기업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률이 평균적으로 7.9% 였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평균 PBR은 0.98배. 투자자들은 KOSPI 기업들의 자산가치를 대략 0.98배 인정해줬다. 대략적으로 8% 수익에 PBR 1배를 지불했다. 그렇다면 지주회사 평균 ROE, PBR은 어느 정도일까? [그림 4]의 도트(dot)는 11 년 ~ 20 년 3 분기까지의 지주회사들의 연간 ROE와 PBR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지주회사 10 년 평균 ROE, PBR은 6.1%, 0.73배이다. 투자자들은 지주회사들에 대해 지난 10 년 동안 대략 6% 수익률에 대해 자산가치의 0.73배만 인정해 준 것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비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것처럼 시장 평균에 비해서도 대략 30% 남짓 수익성이 낮고 그만큼 평가를 낮게 받는다.


[그림 4] KOSPI 기업의 평균 ROE, PBR과 지주회사의 평균 ROE, PBR


  이 점을 이해한다면 ‘지주회사 PBR이 0.7배에 불과하니까 싸다. 그래서 장기 투자하면 시장만큼 밸류를 받을 때 40% 이상 업사이드가 있다’고  확신한다면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 PBR 0.7배에 불과할 만큼 자산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지주기업의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자산은 100을 투자해서 8을 벌고 어떤 자산은 100을 투자해서 6을 벌 때 어느 주가가 더 높아야 하는가? 당연히 8을 버는 기업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지주회사가 싼 이유는 낮은 수익성에 있지 더블 카운팅 때문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지주회사를 사야 하나? 답은 무척 간단명료하다. 수익성이 높은 지주회사, 수익성이 나아질 지주회사이다. 수익성이 높은 지주회사는 아마도 이미 주가가 올라 그 가치를 상당 부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나아질 지주회사를 골라야 한다.


  DL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번에는 DL의 자산가치와 대체 원가를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야기 하진 않았다. 바로 DL의 수익성이다. DL과 똑같이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과거 영업이익률(OPM)과 시총 대 매출액 비율(PSR)이 꽤 비슷한 추이로 움직여 왔다. 롯데케미칼이 기대하는 2021 년 매출액은 15조 원, 영업이익률은 9.9% 정도이다. 이 정도 마진에서 예전에는 PSR이 0.9배 정도 받았다. 지금 시총이 10.7조 원이니 추가적으로 30% 가량 더 올라야 비슷해진다. 반면 대한유화는 2021 년 매출 2.2조 원, 영업이익률 15.1% 정도 기대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추산하면 시가총액은 2조 원 정도가 적당하다. 지금 시총이 2.6조 원이니까 과대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대한유화가 2차 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 PE라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성장하는 점을 감안한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그렇다면 DL의 올해 매출 전망과 예상 이익률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밸류를 쳐주어야 하나? 사실 분할 직후여서 쉽게 확인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저평가되었을 것이다. 내가 예상하는 2021 년 DL의 석유화학 매출액은 5조 ~ 5.5조 원 정도다. 영업이익은 5,500억 원 전후로 추산한다. DL은 롯데케미칼에 비해 지난 수 년간 수익성이 35% 가량 낮았다. 당연히 가치 평가에서 할인이 불가피하다. 이를 감안하여 롯데케미칼 보다 낮은 PSR을 적용하면 0.65배 정도 줄 수 있다. 올해 매출액을 5조 원만 가정해도 기대되는 기업가치는 최소 3.5조 원 수준이다. 이는 비 화학계열사 가치가 제외된 수치이다. 화학부문 가치만으로도 현재 시총 1.3조 원은 너무 저평가되었다.


[그림 5] 지난 10 년 동안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의 OPM과 PSR 추이


  대개 지주회사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가 저평가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Sum of Part Valuation을 쓴다. 말 그대로 지주회사의 모든 가치를 합산하여 산출하는 방법이다. 자회사 지분율만큼의 시가총액(비상장 자회사는 지분율만큼의 장부가)에 일정한 비율을 할인하고 추가해야 할 브랜드 로열티, 투자 자산과 같은 항목을 더한 다음 순차입금을 차감하여 계산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추산한 수치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방법을 쓰는 것은 지주회사가 발표하는 연결 재무제표 상의 자기자본보다 NAV가 높아 목표 주가를 올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동일하다면 결국 실질 ROE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낮은 수익성이 분모가 커져 더 낮아지게 되면 계산된 NAV 대비 할인률이 더 커져야 한다. 지주회사의 숨겨진 밸류에이션 함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어렵고 복잡한 Sum of Part Valuation을 쓸 필요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분기마다 발표되는 연결자기자본에 직전 연도말 당기 순이익 혹은 직전 4 분기 합산한 당기 순이익으로 계산한 ROE만 체크하면 된다. 심지어 각 연도별 ROE는 굳이 내가 계산안해도 인터넷 증권 관련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점검해야 할 유일한 사항은 자회사들의 사업 현황만 체크하여 지금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여겨지는 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개선되는 지만 확인하면 된다. 한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개별 기업에 비해 지주회사는 자회사별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주회사를 사기 싫어할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주가가 더 저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직관적인 답이겠다.


  명심할 점은 시장이 강세장이고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면 분석이 어려워서 방치되고 있을 지주회사는 꽤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초과이익을 얻으려면 이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싼 건 비지떡이다. 송편이나 달콤한 꿀떡을 먹으려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투자 세계에서의 대가는 내 자금을 비싸게 들이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땀과 정성이다.


  지주회사를 살 만한 양호한 투자 환경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고민이다. 증시 판단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사항은 디음에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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