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운설 Feb 23. 2021

[유끼의 추억] 2. 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상)

언제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는가?

  앞서 유끼의 추억 1편에서 기관투자자는 결코 수익률에서 개인투자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을 해야 할 시기를 알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2006 년 ~ 2007 년의 적립식 펀드, 2011 년 자문형 랩, 2018 년 ~ 2019 년 사모헤지 펀드에 열광했던 개인들은 초창기 가입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커다란 상흔을 입었습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자에 대해 불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신 끝에 SNS, 유튜브에 넘쳐나는 정보에 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이 마침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는 주식 투자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평정심을 꼽습니다. 증시는 언제나 탐욕과 공포가 함께 하는 곳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하염없이 상승할 것이라 여기고 반대로 빠지면 끝 모르게 빠지리라 두려워합니다. 그 결과 고점에 사서 바닥 부근에서 팔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전문가라 자처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이러한 우를 범하는 자주 범합니다 아래 그림은 기관투자자들이 프로페셔널 답지 않게 시세에 흥분하는 일이 늘상이라고 풍자하는 조롱 섞인 카툰입니다. 비이성적인 시장을 대변하여 자주 인용하는 편입니다. 자세히 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왼쪽 상단에서 시장을 폭락으로 이끈 계기를 제공하는 전화 통화자와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팔아버 투자자의 작별인사에서 오도된 매수 열풍을 뒤늦게 감지한 하단의 맨 오른편 사람동일인입니다. 탐욕과 공포가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증시라는 얘기죠.


[기관투자자의 일상]

  - 출처 : The Economist, 구글 이미지


  시세 앞에 장사 없다고 합니다.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기 때문에 평점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매일 요동치는 주가를 보면서 황금을 보길 돌같이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투자에 성공하는 이들이 흔치 않을 겁니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인세로 벌어들인 막대한 금액을 광산주에 올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음의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10 월은 주식을 투자하기에 특히 위험하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 월, 1 월, 9 월, 4 월, 11 월, 5 월, 3 월, 6 월, 12 월, 8 월 그리고 2 월이 있다."


"인생에서 투기를 하지 말아야 할 때가 두 번 있다. 한 번은 여유 있을 때, 또 한 번은 여유 없을 때다."


  1 년이 13 월이 아닌 한 주식을 투자할 시기는 일도 없네요. 주식 시장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입니다. 전 재산을 주식으로 날린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 같습니다. 그런데 주식 투자가 정말 위험한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식 투자를 시간 싸움이자 인내에 대한 보상이라 비유합니다. 명목가치 기준으로 세계 경제는 우상향으로 성장합니다. KOSPI가 100으로 시작했던 1980 년 우리나라 GDP가 40조 원이었습니다. IMF를 겪은 1997 년에는 540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 년에는 무려 1,920조 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40 년간 47배 올랐습니다. 물론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KOSPI 역시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지수입니다. 100에서 3,000까지 상승했으니 29배 올랐습니다. 시가총액도 약 29배 증가했습니다. 40 년 간 경제 외형은 47배, 주가는 비록 GDP 성장에 미치진 못하지만 29배 커졌습니다. 투자 시기만 잘 조율할 수 있다면 수익률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접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게 있습니다.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가입니다.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시점인지 아니면 곧 하락할 테니 매도할 시점인지 궁금해합니다. 1968 년 이후로 작년까지 S&P500에 투자했을 때의 성과가 아래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만일 1 년만 투자했다면 운이 억수로 좋은 투자자는 최고 53 % 의 수익을 달성했을 겁니다. 운이 정말 없는 최악의 투자자는 투자 시점으로부터 1 년 만에 -45 % 손실을 입습니다. 그러나 53 년간 딱1 년만 투자했다면 평균적으로 10.5%의 이익이 났을 겁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한 바대로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이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투자 시점을 골라내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만일 투자 기간을 3 년으로 늘리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우선 3 년 투자 시 최대 수익률이 많이 줄어들었네요. 운 좋은 투자자는 연평균 30 % 의 성과를 달성합니다. 반대로 가장 좋지 못한 성과를 보인 투자자는 매년 17 % 가량씩 손실을 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3 년을 보유했다면 매년 9 % 의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투자 기간을 좀 늘렸더니 기대하는 수익률이 좀 낮아진 반면 투자의 위험, 즉 최악의 경우는 큰 폭으로 경감되었습니다. 이제 투자 기간을 20 년으로 늘려 보겠습니다. 매년 기대되는 최고 수익률은 14 % 대로 낮아지고 평균 수익률도 7.6 %로 좀 줄었습니다. 투자 기간이 1 년에서 20 년으로 늘어나자 연간 기대했던 최고 수익률이 53 % 에서 14% 로 매우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평균 수익률은 10.5 % 에서 7.6 %로 단지 3 % p가 감소했습니다. 놀라운 건 최악의 경우입니다. 20 년을 투자했다면 언제 투자했는지 상관없이 2.8 % 의 수익이 보장되었습니다. 아무리 최악이더라도 근 3 % 가량 수익이 난다는 겁니다. 1 % 전후의 초저금리 시대에서 3 % 의 수익에 배당금까지 20 년 동안 얻을 수 있다면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투자 기간에 따른 투자 성과의 변화]

 주) 미국은 1968 년 ~ 2020 년, 한국은 1980년 ~ 2020 년 기준


  혹자는 세계 1등 국가이자 전 세계를 석권하는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이니까 가능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KOSPI는 어떨까요? 1 년 투자한다면 확실히 미국보다 위험합니다. 운 좋은 경우라면 1 년 만에 시장이 2배 오른 적도 있지만 시장 폭락 직전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1 년 만에 원금의 60 %가 날아간 적도 있습니다. 1 년 보유 시 기대 수익률은 미국보다 절반 낮은 5.2 % 입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도 있습니다. 투자 기간을 늘리자 KOSPI는 S&P 500처럼 기대 수익률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1 % p 가량 올라 매 년 6.3 % 수익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도 연평균 0.7 % 수익이 보장됩니다. 최소한 지금 시중 금리에 비해 나쁘지 않습니다. KOSPI도 역사적으로 1 ~ 2%가량의 배당 수익을 주었으니 배당을 합친 total return은 근 3 %에 육박할 겁니다.


  이처럼 주식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인내에 대한 보상입니다. 내가 아무리 투자 시점을 잘못 잡았다고 해도 투자기간이 충분히 길어지면 최소한 1% 전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당까지 감안하면 물론 실제 성과는 그 이상이겠고요. 그렇다면 투자자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지금이 고점이냐, 저점이냐를 고민할 이유가 많이 줄어들었을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투자 시기가 아예 중요치 않다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투자 시점이 투자의 성패를 100%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위 그림에서 우리는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투자 시점을 분할하는 매 월, 매 분기마다 적립하여 투자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식에서 장기 투자는 바람직하고 권장할 투자 방법입니다. 인덱스 펀드나 인덱스 ETF를 산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개별 종목을 투자한다면 문제가 조금 달라집니다.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한 기업에 한정해야 합니다. 대우그룹, 쌍용자동차, 한진해운처럼 부도나 기업회생에 들어간 회사에 장기 투자했다면 쪽박 찼을 확률이 거의 100 % 일 겁니다. 파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20 년 전 주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히 많습니다.


  대개 주식 투자 경험이 얼마이든 간에 많은 투자자들은 스스로 주식을 잘한다고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데이 트레이딩 자질이 탁월하거나 기업의 변화 내지 수년간의 사업 흐름을 그릴 줄 아는 일부를 제외하면 특정 기업을 투자할 때 성공할 확률은 기대보다 낮습니다. 1990 년부터 지금까지 KOSPI 거래소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총 345개에 불과합니다. 또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지수가 1,000에서 3,000으로 2배 올랐다고 이들 생존 기업들이 모두 오르지 않았습니다. 104 개 기업은 주가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마이너스 기업 중 절반 이상은 -90 % 이상 손실, 즉 원금이 10 % 도 남지 못했습니다. 345 개 기업의 거둔 평균 수익률은 9배 정도입니다. 90년에 1만 원씩 345개 기업에 총 345만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3,450만 원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전체 345 개 기업에서 평균 9배 이상을 거둔 종목들은 85개에 불과합니다. 확률로는 25 % 입니다. 누구나 랜덤하게 10 개 찍어 투자했다면 2~3 개 정도만이 9배 올랐고 나머지는 그 이하라는 거죠. 지수가 2배 올랐는데 345 개 기업에서 2배 이상 오른 기업 역시 절반 이하입니다.


  내가 시장 혹은 살아남은 우량한 생존 기업들의 평균보다 잘할 확률은 이처럼 낮습니다. 일전에 주식 투자는 10 개 기업을 샀을 때 50 % 이상만 맞춰도 잘하는 거라고 말씀드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승률이 60 ~ 70 % 라면 주식의 고수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거예요. 통계적 수치를 보시고 브런치 회원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정말 주식이 어려운 거구나'라고 느낀 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남보단 내가 낫겠지. 난 해당 사항 없어'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과거에 비해 투자 준비를 잘 되어 있고 부화뇌동하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기관투자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실력을 갖춘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여전히 투자에 유의해야 할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듯 설령 주식 투자 경험이 많고 그동안 훌륭한 성과를 거두셨더라도 주식에 대해 늘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시길 바랍니다. 성공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confirmation bias'입니다. 성공이 거듭할수록 성공에 대한 확증 편향이 강화됩니다. 어느 때부터 스스로를 올마이티 하다 착각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내가 다 안다고 자신하는 착오와 판단 미스를 독으로 돌려주는 것이 증권시장이니까요. 조지 소로스는 판단의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틀린 판단을 적합한 타이밍에 적절히 수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늘 예측 오류를 지닌 투자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은퇴와 동학 개미, 소로스] 편에서 투자자의 오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식에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언제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으로부터 투자 성과가 엄청나게 차이 날 수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내가 틀리고 있다는 걸 모를 때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똬리 틀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1990 년 이후 345 개 기업의 주가 상승 분포]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석가, 특히 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전략가와 이코노미스트들에게서 흔히 실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장을 너무 장기적으로 예측하거나 최근 상황을 일반화시켜 근시안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2030 년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고 2050 년에 수소 경제가 50조 유로에 달한다고 가정해 보죠. 30 년에 전고체 배터리가 2차 전지 배터리 시장의 10%를 잠식한다는 게 현재의 컨센서스입니다. 전고체가 언젠가는 상용화될 테니까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금부터 팔아야 한다. 이게 투자의 정답이 될까요? 전고체가 되면 전해질, 액체 분리막이 필요치 않게 되니 이들 소재를 만드는 기업의 주가가 이제부터 빠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에 2차 전지 사업가치가 분명히 과도하게 반영되었습니다. 제 추정치로는 2030 년에 예측되는 2차 전지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윤의 70~80 % 이상의 가치가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선반영 된 주가로 인해 당장 주가가 빠진다고 확언할 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글로벌 저점을 찍었던 작년 3 월 이후로 상당수 시장이 역사적 혹은 52주 신고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글로벌 유동성이 양호하고 미국은 올해도 재정을 풀 테니까 유동성이 풍부하니 당분간 주가 빠질 일이 없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이코노미스트들도 많습니다. 최근 3 개월간에 펼쳐진 강세장을 스스로 알게 모르게 뇌리에 받아들인 판단인지 모르겠습니다. 0.5 % 까지 하락했던 미국 10 년물 국채가 2 %를 가도 강세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유지될지 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편입니다. 최선의 경우 기간 조정으로 이어진다면 적어도 주도주가 많이 변할 것으로 가정합니다. 여기서 이런 제 예상도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야 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켄 피셔는 우리가 시장의 다수, 혹은 컨센서스와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전망하고 기업을 분석할 때 적정한 투자시계를 유지하라고 조언합니다. 너무 짧지도 않고 너무 길지도 않게 말이죠. 그는 예측하기 적정한 기간을 대략 3개월 ~ 30 개월 사이로 한정합니다. 그리고는 12 ~ 18 개월 정도를 장기 투자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권장합니다. 시장의 다수나 언론이 그 이상 가는 먼 미래의 일에 대해 자신들의 말과는 달리 주가에 크게 반영하지 않는 현상을 관찰한 끝에 얻은 투자 경험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루 앞도 알기 힘든 세상에서 하물며 10 년, 20 년이겠습니까? 실전 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대략 1 년에서 1 년 6 개월 사이의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십시오. 자신과 자만은 분명히 다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지만 꼼꼼하게 살핀 내 판단을 확신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의 겸양일 것입니다.




  앞서 제가 주식은 인내에 대한 보상이라 말하며 10 년, 20 년 가량을 투자해야 진정한 주식 투자의 본모습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거의 사라진 채 말이죠. 그런데 바로 위에서는 예측에 있어 1 ~ 2 년 사이 정도만 전망하라고 강조합니다. 모순 같지 않습니까?


  먼저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키 씨가 얘기한 주식 투자를 해야 할 시기가 20 년간 이어진다는 것 켄 피셔의 장기 전망, 그러나 제게는 단기라 의미되는 1 ~ 2 년의 투자 판단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는 20 년은 'Stage', 수년 의 시장 대응은 'Global Fashion'입니다. 우리는 스테이지에 투자를 해야 하고 패션을 사고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Global Fashion은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패션이 경기 사이클에 연동되는 경향이 많고 글로벌하게 테마틱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코스닥 시장은 99 년부터 00 년 초까지 450 % 상승하고 01 년 까지 주가가 원위치했습니다. 나스닥도 비슷합니다. 99 년부터 370 % 상승한 다음 01 년에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겁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지난 몇 년간 전기차와 차량용 2차 전지 배터리 주가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LIT는 '글로벌 X 자산운용사'의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ETF입니다. 작년 저점에서 대략 2.8배 올랐습니다. 같은 계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사'의 비슷한 ETF가 타이거 2차 전지 테마입니다. 작년 저점에서 2.5배 상승했습니다. 비슷한 시기부터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 년 이전의 주가 흐름도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양 자의 구성종목이 같을까요? 아닙니다. LIT에 삼성SDI, LG화학 등 일부가 편입되어 있지만 자산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lobal Fashion의 또 다른 사례 : 2 차 전지 배터리 ETF]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유사하게 전개되는 현상을 Global Fashion이라 정의합니다. 한 때는 시장을 강하게 이끄는 주도주이고 테마를 형성하지만 버블이 꺼지거나 약효와 재료가 다하면 전 세계 해당되는 모든 시장과 기업이 다 같이 꺼지는 현상을 '패션'이라 이해하십시오. 패션은 주가가 너무 과도하게 달렸거나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 혹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거나 버블의 정점을 지날 때 크게 변합니다. 패션이 변하면 그동안 유지된 투자자들의 심리와 전망 역시 후행하여 크게 달라집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조금 오르면(조금 빠지면) 원 위치하겠지' 이런 마인드가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션이 종료되면 파티도 끝납니다. 불 꺼진 무대에서 혼자 춤춰본들 돌아오는 건 처참한 원금 손실일 뿐입니다. 반대로 파티가 끝났다고 너무 일찍 판단하면 남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손가락만 빨다가 마침내 못 참고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때가 꼭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Stage'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스테이지는 어느 국가 혹은 어느 지역에서 장기간 펼쳐지는 경제 구조의 변화에서 야기되는 장기 추세를 뜻합니다. G/G, M/V 시기에는 통상 20 ~ 25 년간 성장이 지속됩니다. 반면 G/B, M/T 국면에서는 주가가 성장을 못하고 장기 횡보합니다. 2 ~ 3 년 주기로 바뀌는 경기 사이클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우선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스테이지가 펼쳐지면 추세가 형성되는데 주가 사이클과는 무관합니다. 경제와 주가 사이클은 등락을 거듭하며 추세를 따라 움직입니다. G/G, M/V 시기에는 주가 사이클이 등락하지만 추세가 우상향 하니 주가 역시 우상향 합니다. 그러나 G/B, M/T 국면에서는 스테이지가 횡보를 하여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지만 절대 주가가 고점을 뚫고 우상향 하지 못합니다.


  유끼 씨와 피델리티가 언급했던 기관투자자 다움이란 크게는 어느 경제 블록(지역), 국가 작게는 어떤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는 스테이지에 있느냐를 알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1 ~ 2 년 내지 2 ~ 3 년 사이의 증시와 주가를 예측하 것에 앞서 지금이 시장과 특정 기업을 사야 하는 스테이지 인가를 구분하자는 겁니다.



  'Stage'는 'Fashion'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국 시장이 오른다고 한국 시장이 언제나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70 년대와 90 년대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70 년대는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그 시기에 주가는 매우 부진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 미국 증시는 50 년 ~ 70 년까지가 견조했습니다. 70 년대의 암울했던 시기가 지나고 대략 80 년대 초부터 다시 20 년간 주가가 장기 상승했습니다. 70 년대가 안 좋았다? 이 코멘트에 많은 분들이 70 년대의 석유 파동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70 년대 석유 파동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경제 지식이 풍부하거나 50 대 이상 나이 든 분들이겠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그림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일본 증시는 70 년대에 양호한 투자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89 년까지 이어졌고요. 놀랍게도 경제 성장률은 70 년대 초반 이후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증시가 20 년간 상승을 이어간 것입니다. 앞서 미국은 성장이 지속되는 시기에 증시가 좋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보십시오.



  일본이라고 석유 파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70 년대에 어떻게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할 'G/G' 스테이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90 년대는 정반대의 양상입니다. 미국이 장기호황이었고 일본은 잃어버린 20 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위기가 펼쳐지는 시기에도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주식 투자를 꼭 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스테이지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펼쳐집니다. 해외 투자가 가능해진 우리로서는 좋은 스테이지에 있는 유망한 증시와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 것이 해외의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분산 투자를 하는 이유이자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 못지않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Stage'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주회사(2) - 싼 게 비지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