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상)]편에서 미국 증시 스테이지가 성숙 단계를 넘었어도 여전히 양호한 원인을 다뤘습니다. 예상보다 나은 인구구조와 비교 우위의 혁신 기술,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 전략의 내적 요인이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적 요인도 일조했고요.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 위원회가 펀더멘탈을 더욱 공고하도록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도 무시 못합니다. 이번 (하) 편에서는 최근 증시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 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시각과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책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증시와 위험 자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겠습니다.
1. 세상에 어떤 일이? - 금태환 포기 이후 소나기 내리듯 쏟아진 유동성
1971 년 이전까지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비율로 교환되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에서 세계 각국의 환율이 달러로 고정되고 달러를 금 1 온스 당 35 달러의 고정 비율로 교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브레튼 우즈의 고정 환율제도가 1960 년대 독일을 필두로 한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 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급증하는 미국의 무역 수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국가 채무까지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달러가 증발되어 실질 가치가 하락하자 더 이상 달러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미국에 자국이 보유한 달러 일부를 금으로 인출하겠다고 요구합니다. 독일은 아예 브레튼 우즈 체제를 이탈했습니다. 누적된 국제 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를 바꿔줄 금이 부족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이 결단을 내립니다. 달러와 금을 35 : 1로 맞바꾸는 브레튼 우즈 체제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쉽게 말해 금에 대해 달러 부도를 선언한 셈입니다. 1971 년 이전에는 달러를 찍기 위해서 금과 같은 담보가 사실상 필요했는데요.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중앙은행의 필요에 따라 종이 화폐를 무한정으로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태환 포기로 하늘에서 유동성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금태환이 정지된 1971 년 이후 40 년 동안 미국 경제는 대략 20배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M3*가 30배 늘었습니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 당연히 통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M3 유동성이 경제 성장에 비해 1.5배 더 풀린 것입니다. M1 기준으로는 경제 성장에 비해 3배나 늘었습니다. 비단 미국만 엄청나게 통화를 증발한 게 아닙니다. 유럽 등 OECD 국가들도 통화 공급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80 년 이후 지금까지 OECD의 M3 증가 폭은 GDP 성장의 6배를 상회하였고 M1 기준으로는 15배에 이릅니다.
*) M1 =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 + 즉시 인출 가능한 보통예금, M3 = M1 + 2년 미만 저축성 단기 예금 등 + 장기 정기예금 + 금융기관 MMF + 단기 환매 가능 자산 + 기타 대규모 유동성 자산
<그림 1. 미국과 OECD의 연도별 GDP와 M1, M3 추이 >
생산 - 유통 - 소비의 국민 경제 사이클에 필요한 규모 이상의 통화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지난 30 ~ 40 년 동안 과잉 유동성은 때로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산 가격에 버블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림 2>에서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합니다. 2 차례 석유 파동으로 기억되는 1970 년대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였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성장률이 높아지자 늘어난 유동성에 비해 화폐 유통속도가 치솟았습니다(왼쪽 그림). 그러나 80년 초를 정점으로 국민 경제 순환 구조상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들며 늘어난 통화량보다 경제 성장이 미치지 못하여 화폐 유통 속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반면 오른쪽 그림에서 금융연관 비율이 급등한 것과 대비됩니다. 금융연관 비율은 GDP와 민간이 보유한 금융자산을 비교한 수치입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과잉 유동성이 국민 경제 순환고리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늘어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금융 사이드가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금융 상품 가격 상승으로 흡수한 거예요. 1980 년대 신자유주의가 태동함에 따라 자본과 금융의 증권화가 크게 진전되었습니다. 늘어난 통화가 과거에 없던 증권화된 금융 상품을 수요한 것입니다. 오늘날 주식, 채권, 리츠, 부동산과 같은 대체 상품 등 금융으로 포장된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한 근본 원인이 태환 되지 않은 종이 화폐 발행에 있다고 단정할 만합니다.
<그림 2. 미국의 화폐 유통속도(좌, GDP/(현금, 요구불/저축성 예금, MMF)), 금융연관 비율(우)>
2. 2021 년 벽두, 금리 상승에 놀란 글로벌 증시 - 금리와 주가의 trade off
KOSPI가 금년 1월 초 3,270의 역사적 신고가를 화끈하게 경신했습니다. 그리고는 3개월째 3천 선을 넘나들며 박스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연초부터 빠르게 상승하자 미국 중앙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미국 증시가 근 2개월 이상 조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 부담이 되는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금리가 상승하여 주가에 영향을 주는 미래 이익과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할인율이 오른 탓입니다. 할인율이 오르면 이론 주가가 내려가니 주가에 부정적입니다. 둘째,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일환으로 정책 금리를 올리거나 채권을 발행합니다. 채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르게 됩니다. 시중 금리 상승을 중앙은행 통화 정책 변경의 전조로 받아들여 주가가 요동을 치는 것이죠. 아래의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작년 말 1 %에 머물던 미국 10 년물 국채가 2 달만에 1.5 %를 넘어 1.7 % 전후까지 올랐습니다. 기대 물가도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 타깃이 2 % 초반을 넘어섰고, 금리에서 물가를 차감한 실질 금리 역시 -1.1 % 에서 -0.5 ~ -0.6 % 까지 반등했습니다. 2 달 새 0.5 % p가 올랐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국 국채 금리로 몰렸습니다.
<그림 3. 미국 10 년물 국채금리(좌), 기대 물가(중), 실질금리(우) 추이>
시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과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코로나 19가 야기한 경기침체가 채 아물기 전에 금리가 이렇게 뛸 줄 예상 못했던 겁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표면적인 물가가 급상승하리라는 건 경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던 사안입니다. 작년 3월 유가가 20 $대였습니다. 올해는 60 $ 수준입니다. 유가 말고도 대부분의 커머디티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당연히 생산자 물가도 오르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저효과가 하반기부터 해소될 것이기에 지금의 물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크게 오를 걸로 보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시중금리가 물가 상승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한 켠으로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엄청나게 퍼부은 유동성의 뇌관을 늘 불안해했습니다. 금융 시장이 빠르게 복구되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자 언제던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 않을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회수 가능성만큼 충격을 줄 악재가 없습니다. 2 ~ 3 월 글로벌 증시가 조변석개하듯 등락을 거듭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금리는 거시 경제지표의 하나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술했던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글로벌 경기가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과열된 상태인지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 19가 이제 막 극복되려는 찰나입니다. 작년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상황이에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것을 반영하는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 나쁠 게 없습니다. 과거 경험에서는 오히려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을 반겨왔습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요즘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사안입니다.
<그림 4>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큽니다. 미국 S&P 500와 금리 인상의 관계를 잘 보여 줍니다. 그림에서 파랗게 음영이 칠해진 영역은 실질 금리가 최소 1 % p 이상 오른 기간입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추세 상승을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시중 금리가 오를 정도로 경기가 성장하고 기업 실적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성장이 너무 과도하여 인플레이션이 급격해지거나 경기 정점이 지나지 않는 한 금리 상승은 증시에 호재입니다. 2021 년이 넘쳐나는 유동성에 힘입어 경기와 실적을 기대하는 첫 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유동성 국면이 실적 장세로 전환될 시기라는 겁니다. 실적 앞에 장사 없습니다. 양호한 실적을 전달해주는 기업의 주가는 작년에 많이 올랐어도 여전히 오를 여지가 다분하고 실적이 부진할 기업은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고 해도 큰 기대를 해선 안됩니다. 시장이 많이 올라서야 뒤늦게 쳐진 부진한 갭을 일부분 메울 수 있을 정도만 기대해야 합니다.
<그림 4. 미국 S&P 500 장기 추세와 금리 인상 시기, 자료원 : BCA 리서치>
장기적으로 주가가 금리 상승과 동행했음을 익히 알고 있는데 왜 두 달새 50bp 올랐다고 시장이 요동을 쳤을까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꼴입니다. 2008 년 미국발 금융 위기 충격에서 헤어 나오던 2010 년대에 미국 10 년물 국채의 실질 금리가 두어 달 동안 단기간에 50bp 이상 4 차례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할 거라는 불안에 전 세계 증시가 4% 이상 조정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올초의 증시 조정은 과거에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이 소환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언제 빠질까요? 교과서에 답이 있습니다. 경기가 정점을 찍은 다음에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합니다. 우리가 증시에서 발을 빼야 하는 시기는 금리가 오를 때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경기가 둔화될 걸 염려하여 금리를 어쩔 수 없이 내릴 때입니다. 버블 붐이 터질 부스트 시기이고 신데렐라가 파티를 빠져나와야 할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릴 시간입니다. <그림 6>은 다우 지수 백 년 차트입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국면은 음영 처리되어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잠시 쉬어야 할 시기는 언제나 디플레이션 공포를 느꼈던 정책 금리가 인하되는 경기 침체기였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림 6. 다우지수 백 년 로그 차트와 경기 침체 국면, 자료원 : 구글 이미지>
100 년이 너무 길다고요? 미국 중앙은행이 엄청난 유동성을 퍼부었던 2010 년 대를 따로 떼어내 보겠습니다. 2010 년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중 금리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금리가 하락할 때 증시가 충격을 받고 기조적으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중 금리 레벨과 상관없이 금리가 경기를 우려하여 빠질 때야말로 투자자들이 긴장모드로 전환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반대로 시장의 구원투수인 중앙은행이 급격한 경기 둔화 내지 금융 시장 급락에 대응하여 정책 금리를 충분히 낮춘 이후에는 위험 자산 투자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그림 7. S&P 500(보라색)과 미국 10 년물 국채(연두색)>
정리하자면 금리와 증시는 장기로 보면 동행합니다. 경기와 실적이 연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종 국지적으로 특정한 짧은 국면에서는 금리와 주가가 발작적으로 마찰하기도 합니다. 금리가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다가 처음 오르는 시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중앙은행이 기대보다 빨리 유동성을 회수할 거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나빠진 경제 지표에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리는 매크로 지표입니다. 상승과 하락의 추세가 이어질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와 상관없이 금리 레벨이 낮아지는 것은 주식의 밸류애이션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3. 금년 1 분기 증시의 정점을 확인한 걸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경기가 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 흐름은 언제나 후행하여 뒤늦게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또한 기업 실적이 지금 기대치에 비해 덜 나올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그러나 현재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보면 증시가 정점을 지났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금리와 예상 이익 기준에서 주가가 오를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합니다.
첫째, 일드갭 저점까지 꽤 여유가 있습니다. 일드갭은 주식의 기대 수익률에서 채권 금리를 뺀 값입니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클 때 일드갭이 (+)입니다. 이 만큼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의미입니다. 저금리가 정착되어 한국과 미국의 일드갭이 2천 년 이후로 (+) 영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너스 일드갭이 되어야만 주식이 비싸다고 하기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2천 년 이후 평균 일드 갭에 비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지로 판단하는 게 더 적절합니다. 현재 KOSPI 일드갭이 +5 % 초반이에요. 평균 일드갭 보다 낮은 수치라 과거에 비해 주식이 비싸졌습니다. 그러나 과거 시장이 급락했던 2002 년과 2008 년의 일드갭 저점까지 아직 여유가 많습니다. 2021 년 KOSPI 기업 예상 순이익이 142조 원입니다. 연초 예상은 135조 원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익 추정이 상향 조정 중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지금보다 30bp 올라도 현재 기업 이익이 유지되면 일드갭 저점까지 가정할 경우 산술적으로 KOSPI 4,0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140조 원 이상의 실적이 유지되는 한 3,600 ~ 3,800 정도까지 KOSPI가 상승하리라 전망합니다. 미국 S&P 500은 KOSPI보다 더 낫습니다. 경기 변동을 감안한 미국 케이스 쉴러 지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일드갭이 아직도 평균 일드갭보다 높습니다. 당연히 증시가 피크를 쳤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이 피크라면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경기가 망가져야 하는데 현재 이런 가정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8. KOSPI(좌)와 케이프 쉴러 기준 S&P 500(우) 일드갭 추이>
둘째, 경제에 공급된 통화, 즉 유동성을 감안한 증시 상황을 감안해야 합니다. 앞서 1971 년부터 50 년 간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에 무지막지하게 통화와 재정을 풀었고요. 시장이 버블이라거나 과도하게 올랐다고 보는 분들은 2000 년 테크 버블 당시보다 미국 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경고합니다. 맞습니다. 이미 작년 말에 GDP 대비 S&P 500이나 나스닥 시가총액 비율이 테크 버블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만큼 주식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돈을 감안하면 증시 시가 총액은 당시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M2라는 유동성 지표 대비 S&P 500이나 나스닥 시가총액 비율 모두 당시에 비해 한참 낮습니다. KOSPI도 비슷합니다. M2 기준 시가총액 비중이 2007 년이나 2010 년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유동성이 풀린 걸 감안하면 자산 버블이 아직 이어갈 룸이 남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시각으로는 레이 달리오의 말대로 'Cash is trash'입니다. 자산을 사지 않고 남겨둔 현금은 투자수익과 이자를 주지 않는 쓰레기에 불과하니 현금으로 자산을 사라는 거죠. 과연 현금이 쓰레기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이 버블 정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증시가 빠질 거니까 현금을 늘리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림 9. 미국 GDP 대비 시가총액(좌), 미국 M2 대비 시가총액(중), 한국 GDP, M2 대비 시가총액(우)>
자료원 : 하이투자증권
셋째, 그렇다면 어떤 주식이 앞으로 유망할까요? 금리가 올랐다고 증시가 빠진다는 논리에 동의를 안 하지만 어쨌든 금리가 오른 사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작년처럼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매우 높은 이커머스, 플랫폼, 클라우드, 테크, 신재생 관련 기술,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성장주들이 올해도 무차별하게 시장보다 엄청나게 오르지 못할 상황입니다. 금리 상승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끌어내린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혹은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의 증가속도가 예년에 비해 둔화되는 기업들은 성장주 대열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Upstart Holdings'처럼 20 년보다 21 년에 매출액 성장 속도가 더 높은 기업만이 고 멀티플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피해가 컸던 전통 제조 기업 중에서 실적이 빠르게 복구되는 주식으로 무게 중심이 더욱 가속화되리라 전망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기존 전통 제조 기업들 중에 우리가 꿈꾸는 미래 기술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나 관련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성장주로 재평가되리라 기대합니다. 글로벌 테마 최대 화두 중 하나가 ESG입니다. 지속 가능한 경영에서 이산화탄소 이슈가 다시 불거져 친환경 이슈가 뜨겁습니다. 화학 회사 중에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소 유통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과 미래 수소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다면 피크 사이클에 준하는 주가 모멘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거래비용이 오르면 농부의 경작면적당 이익이 커집니다. 'Neutrien' 전망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이 +10 ~ +20 $ 상승할 경우 미국 농부들의 현금 마진이 에이커당 50 $ 늘어납니다. 바이오 디젤이나 바이오 플라스틱도 식물 수요를 늘립니다. 때마침 칼리, 질소 비료 가격이 10 년 평균 가격보다 30 %가량 낮으니 비료 가격만 올라도 실적이 증가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첨단 기업을 애써 찾지 않아도 탄소중립의 진정한 수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농업, 비료회사입니다. 'Neutrien'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음극재를 제외한 모든 2 차 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스미토모 화학, IoT와 클라우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하는 히타치, 수소 사업에 적극적인 독일의 린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강자 바스프 등 전통 기업들도 미래 기술을 현실화시켜줄 매개체들입니다. 유동성이 실적과 성장성을 만날 때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줄기로 시장을 이해한다면 드림을 꿈꾸는 성장주의 일방적 득세는 금리가 오르면서 일단락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아래의 오른편 그림처럼 성장주 스타일이 2010 년 이후로 근 10 년 동안 가치주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세였습니다. 그러나 금리 레벨이 오른 만큼 성장성이 떨어지거나 둔화되는 비싼 주식들은 성장주 대열에서 탈락할 것입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진한 실적과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 중에 보유 기술로 미래 먹거리를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주, 성장주로 인식되어 실적 장세의 주도주로 부상하리라 믿습니다.
<그림 10. 실적 장세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좌), MSCI ACWI 기준 가치주 대비 성장주 상대성과(우)>
자료원 : 하이투자증권, BCA 리서치
<그림 6>에서 보듯 코로나 19 직전까지 미국 경제는 20세기 이후로 가장 길게 확장하였습니다. 누구나 피크 아웃 이후의 침체를 걱정했었습니다. 천만다행인지 코로나 19가 경제 침체와 위기를 압축해주었습니다. 올해는 경제가 다시 성장하는 첫 해입니다. 제비 한 마리 먼저 왔다고 봄이 오지 않습니다. 제로 그림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에게 처음 금리가 오르면 생경하고 이내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 걱정거리를 던집니다. 그렇지만 완만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는 한 유동성이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실적에 반응할 시기로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지금이 그럴 때입니다. 언젠가 대세 하락 시기가 올 텐데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섣부른 short position은 매우 위험합니다. 미국 10 년 국채가 2%를 뛰어넘고, 기업 실적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할 때까지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0.5% p 가량 금리가 오른 부담을 2 ~ 3 개월간 소화했습니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금리가 횡보한다면 하반기 달러 약세가 미국 이외 지역의 강세를 이끌지 모르겠습니다. 2 분기에 KOSPI가 3,270을 넘어 3,300을 넘는 신고가 돌파 시도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증시가 "I'm still hungry."라 얘기하는 듯합니다.
이제 스테이지에 얽힌 얘기를 마쳤습니다. 다음에는 기업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되는 'flow chart'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