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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Apr 26. 2021

오몽의 파이(π) 모델

언제 자산을사고팔아야하는가? - KCC, 국도화학 투자 사례

  오늘은 부끄러운 투자 경험을 언급하겠습니다. 처음 투자할 당시만 해도 근 10 년간 헤매던 업황이 곧 개선되어 정점으로 갈 거라 믿었습니다. 몇 가지 투자 포인트가 유지되는 한 2~3 년 투자할 경우 목표한 수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조변석개한 제 투자 판단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기 정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던 2019 년 초. 증시 정점이 빠르면 연말 즈음, 늦어도 20 년 상반기에는 변곡점을 지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호황의 끝이 보일 무렵에는 대개 시장이 조급해져 과열 양상을 보이곤 합니다. 편하게 수익을 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자산 가치가 양호한 회사 중 업황 개선으로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기업의 주가가 견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KCC와 국도화학이라는 회사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KCC는 국내 1, 2위를 다투는 건자재 회사입니다. 건축/자동차/조선용 페인트, 베란다 창호, 석고보드, 단열재를 주로 생산합니다. 실리콘 모노모도 만듭니다.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하고 현대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범 현대 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삼성물산 지분만 해도 2조 원 이상을 가진 전통적인 자산주입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건설 경기가 부진하여 상당기간 주가가 부침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2018 년 말 글로벌 2위 실리콘 회사인 미국의 모멘티브를 인수하였습니다. 인수 전 모멘티브 실적을 감안하면 차입하여 인수해도 KCC 가치에 도움이 될 M&A로 판단했습니다. 모멘티브 시너지를 기대하며 2019 년 1 월부터 편입하였습니다. 목표 가격은 최소한 40만 원, 목표 수익이 +40% 이상이었습니다(그림 2 참조). 28만 원부터 분할 매수하여 평균 단가를 26만 원 정도로 맞췄습니다. 그런데 모멘티브 인수가 승인되어 기대감으로 반짝하던 주가가 예상과 달리 부진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회사가 시장이 기대하는 모멘티브 현황을 속 시원히 알려주지 않았고 국내 건자재 시황이 부진하여 본업의 영업 이익이 감소한 탓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물산 주가마저 하락하여 대규모 평가차손을 영업외 비용으로 인식해야 했습니다. 결정타는 코로나 19였습니다. 미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미 연준이 20 년 2월 금리를 급작스레 낮추자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1~2 년 더 가져갈 계획이었으나 현금비중을 늘리려고 17~18만 원에 손절매를 했습니다. 애매한 가격에 팔다 보니 10만 원을 찍고 꾸물꾸물 올라와도 손이 나가질 않았습니다. KCC보다 반등이 빠를 기업이 많다는 판단도 한 몫했습니다. 올 들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자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여 34만 원까지 회복하였습니다. 20 년 3 월 최저점이 10만 원대였으니 대략 2.5배 올랐습니다. 


<그림 1> KCC 매매 사례


<그림 2> 모멘티브 인수와 KCC 분할을 반영한 예상 재무제표와 밸류에이션 테이블 


두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국도화학입니다. 에폭시 수지와 폴리올 수지라는 합성수지를 만드는 중견 회사입니다. 에폭시 수지는 페인트 같은 도료의 원료입니다. 가전이나 반도체에도 접착용 소재로 사용됩니다. 이외에도 토목, 건축, 항공 등 전산업에서 사용되는 필수 원자재입니다. 보통 범용보다 IT, 반도체용이 마진이 좋습니다. 18 년이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였습니다. 19 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급랭했지만 글로벌 실물경기 확장이 유효하리라 기대되어 실적 증가를 주가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사는 에폭시 수지 국내 1위 업체입니다. 중국 캐파까지 포함하여 연산 81만 톤 생산 가능합니다. 한 번 시황을 타면 7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토 당시 시가총액은 2,700억 원. IFM 이후 적자를 낸 적이 없이 꾸준하게 자기 자본을 늘려온 대표적인 저 PBR 기업입니다. 중국 자회사 준공으로 과거에 비해 생산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 이번 호황에는 8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대하며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2019 년 10월부터 매수하였습니다. 평균 단가는 4.5만 원대입니다. 목표 주가는 11만 원 이상. +240% 수익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경기 관련 업종이 모두 하락하며 동사 주가도 3만 원대까지 급락했습니다. KCC처럼 반등이 더 빠를 주식으로 교체한다는 심정으로 작년 7 월 원금에 육박할 때 정리했습니다. 한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하다가 연말부터 풍력 발전기에 에폭시 수지가 들어간다는 풍력 관련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에폭시 수지 생산이 원활치 않은 탓에 제품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원재료인 BPA, ECH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며 제품 가격이 상승하여 실적 기대가 커졌습니다. 4 월 중순, 21 년 1 분기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영업이익 259억 원. 동사 창사이래 분기 최대 실적입니다. 서프라이즈 실적에 마침내 며칠 전에 사상 최고가 9만 원 이상을 터치하였습니다. 작년 저점으로는 2.8배가 올랐습니다.


<그림 3> 국도화학 매매 사례

<그림 4> 국도화학 목표 밸류에이션

  KCC와 국도화학의 투자 포인트는 단순했습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에 주목했습니다. 국도화학은 에폭시 수지 분야의 동사 경쟁력과 생산 규모 확충이었습니다. 제가 두 회사에 투자한 이후로 국내 건축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였고 화학 시황마저 썩 좋지 않았으나 투자 포인트가 약화된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서둘러 팔고 종목을 교체한 배경에  투자 판단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부족했던 탓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합니다. 이에 더해 분명히  '두 회사보다 빠르게 반등할 주식을 찾을 수 있다'는 욕심도 한몫했을 겁니다.


  문득 대학교 1 학년 전공 기초 과목이었던 '회계원리'가 떠오릅니다. 경제학이나 회계학에서 '자산'이란 과거의 거래나 사건 등의 결과로 지금 기업이 지배하고 미래에 경제적 이득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자원을 뜻합니다. 현금으로 매입을 했건 다른 자산과 교환을 했건 이미 사용하여 가치가 없어진 부분을 제하고 앞으로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다고 기대되는 자원이 바로 '자산'입니다. 저는 KCC와 국도화학에 아직 유효하리라 기대하는 투자 포인트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불했던 평균 단가보다 주가가 크게 빠져 큰 손실을 겪었던 심리적 불안으로 '자산'을 지키기에 앞서 단순히 주식을 매매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제 실패담 같은 경험을 다반사로 겪을 것입니다. 손절매하고 나서 뼈저리게 후회한 다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사례가 주식 투자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겠지요. 경제적 이득을 챙겨줄 가치가 바뀌지 않는 한 주식은 매매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산으로 꾹 참고 들고 가야 합니다. 이 단순한 투자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동치는 시세에 조변석개하는 투자자들의 갈대 같은 투자심리 때문입니다.

 

  투자 세계에 입문한 후 오랜동안 KCC와 국도화학의 실패 사례 등을 일반화하려고 고민해 왔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어느 날 제게도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가 찾아왔습니다. 한눈에 주가의 알파와 오메가를 보여 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식 시장을 지배하는 영원한 법칙은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단지 조지 소로스의 '반사성 이론'과 '붐 앤 버스트 모델'이 투자자 심리와 행동 패턴을 합리적으로 설명한다고 봅니다. 어쩌면 제가 고안한 설명 체계가 붐 앤 버스트 모델 혹은 또 다른 대가의 이론을 모양만 바꾸어 달리 표현한 아류 일지 모릅니다. 투자자 어느 누구도 제게 주가를 설명해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작은 호기심에 이뤄진 부끄러운 모델을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파이 모델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기업과 주식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겁니다. 좋은 기업은 본질 가치의 근간이 되는 펀더멘탈이 양호한 국면을 유지합니다. 성장성도 나아져야 합니다. 이익도 증가세를 유지해야 하고요(I, II 분면). 나쁜 기업이란 전술한 기업에 반대되는 상태입니다(III, IV 분면). 그런데 좋은 주식은 조금 다릅니다. 멀티플이 낮고 주가가 오르는 추세의 주식이 투자하기에 좋은 주식입니다(I, IV 분면). 그렇다면 주가가 내리거나 멀티플이 높은 주식은 나쁜 주식이겠죠(II, III 분면).


  이제 주식의 추세가 I 분면에서 II, III, IV 분면으로 흘러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림 4>에서 원이 시계 반대로 흘러간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I 분면 X 축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주가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원의 접선의 기울기는 점점 감소합니다. 즉 주가가 오르는 변동분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거죠. 델타가 + 이나 감마가 - 인 상태입니다. 감마가 - 여서 언젠가는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의 정점이 지나면 II 분면으로 넘어갑니다.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는데 하락 기울기가 급해집니다. 델타가 - 이나 감마가 + 인 국면이 II 분면입니다. 하락폭이 급증하다 언제부터인가 그 속도가 줄어듭니다. III 분면에서도 주가는 하락하지만 그 기울기가 점차 둔화됩니다. 델타가 -이고 감마도 - 인 국면이 III 분면입니다. 고통의 순간이 끝나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가가 꿈틀댑니다. 바닥에서 주가가 서서히 오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속도가 거세집니다. IV 분면에서는 델타가 +이고 감마도 +입니다.


<그림 5> 파이 모델 - 주가 추세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일체적 로직

  제가 좋아하는 투자 기법 중 하나가 Contrarian Approach입니다. 주세의 변곡점에서 대중과 다른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하는 일종의 역발상 투자를 말합니다. 이런 스타일들은 주가의 바닥을 헤매고 있거나 장기 횡보할 때 기업에 어떤 변화가 생길 때 주가가 움직일지를 고민하고 이 같은 변화가 나올 개연성에 주목합니다. 투자 수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헤지 펀드들도 바닥에서 유망한 주식 발굴에 적극적입니다. 이들이 주목한 기업들이 서서히 사업이 개선되어 바닥에서 제법 주가가 오르면 서서히 컨센서스가 실적을 반영합니다. 당연히 시장에 회자되기 시작하여 공모 펀드와 ETF 같은 롱 펀드들도 투자 대열에 동참합니다. 통상 시세가 무릎 이상 올랐을 때 나타납니다. IV 분면 중반 이후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릅니다. 따라서 IV 분면 중반 즈음부터 I 분면 중반에서 성과가 가장 화려합니다.(best performer). I 분면 중반을 넘어서면 주가 상승 탄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니 먼저 발을 빼게 되면 고점 전에 팔게 됩니다. 그래서 헤지펀드나 역발상 투자자들은 대개 정점을 확인한 연후에 이익 실현에 적극적입니다. 이들보다 늦게 산 개인이나 롱펀드 투자자들은 어깨 부근까지 주가가 하락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고점 생각에 아쉬워 버티다가 이익이 상당히 없어지거나 원금 이하에 팔기도 합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판다는 증시 격언은 바닥을 충분히 확인하고 고점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에 안정적 이익을 추구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역발상 투자자나 헤지 펀드에 비하면 아무래도 덜 적극적인 투자 방법이라 할만합니다.


  파이 모델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파이(π)는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인 원주율을 뜻합니다. 지름이 클수록 원주율만큼 비례하여 원의 둘레가 커집니다.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의 상태인 펀더멘탈이나 성장성이 우수할수록 원의 크기가 커진다는 원리에 착안하여 파이 모델이라고 정했습니다. 파이 모델의 원을 달리 표현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I, II 분면의 반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III, IV 분면의 반원을 각각 좌우 대칭으로 변환시키면 아래의 <그림 6>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주식의 사이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고 가정합니다. 파이 모델 원형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주식의 상태(good, bad)가 좌우로 바뀝니다. II, III 분면이 좋은 주식 상태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가 올라가는 국면이 연출됩니다. 반대로 I, IV 분면이 나쁜 주식의 상태입니다. 주가가 내리는 단계이지요. 파이 모델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변환 모델은 더 쉽게 다가올 겁니다. 변환 모델이 오메가(Ω)를 조금 닮았습니다. 그래서 주식 추세의 알파(시작, III 분면)와 오메가(끝, IV 분면)를 설명한다는 취지에서 재미 삼아 주식 추세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림 6> 파이 모델의 변환

  저는 투자할 주식을 고를 때 목표 주가를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경기 호황(S1), 평균적인 업황(S2), 불황의 사이클(S3)을 감안하여 3 가지 목표 주가를 가지고 주식의 상태를 구분합니다. 경기 호황에서 타깃 할 수 있는 최대 목표주가가 불황기의 목표주가보다 낮은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경기 호황기에 목표 주가가 더 높은 기업들 중에서 평균적인 업황에서 산출된 목표 주가가 현 시세 대비 최소한 30~40 % 이상 업사이드가 있는 기업에 한해 투자를 하는 편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불황기의 주가가 현 주가보다 높다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워런 버펫이 강조하는 안전 마진이 보장될테니까요. <그림 4> 국도화학 목표 밸류에이션에서 S1, S2, S3가 전술한 개념의 밸류에이션 수치들입니다. 이렇게 컨센서스나 제가 근무하는 회사 내부 리서치의 이익 전망에 근거하여 세 가지 목표주가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플로우 차트를 점검합니다. 계량적인 숫자뿐 아니라 정성적인 요소들도 판단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나름대로의 투자 방식이 언제나 성공을 가져다 주진 않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상당히 막아주어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근 20 년 이러한 방법으로 이 시장에서 살아났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거고요. 그런데 S1, S2, S3의 기본 사상은 20 년 전 유끼 세미나에서 배웠습니다. 유끼 씨는 피델리티에 근무하면서 밸류에이션 로직을 얻은 거고요. 이처럼 해외 선진 운용사들은 PER, PBR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적용 가능한 나름의 분석 툴과 절대 밸류에이션 잣대로 투자합니다.

  

  다음 번에는 플로우 차트와 S1~S3 밸류에이션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담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에서 주식 시장을 지배하는 영원한 법칙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통 재무론에 입각한 DCF(현금흐름 할인법) 밸류에이션이 아마존, 테슬라, 쇼피 파이와 같은 테크 기업들의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게 된 지 오래입니다. 정통 밸류에이션의 대가인 다모다란 교수조차 한계를 느꼈는지 최근 그의 저서 '내러티브 앤 넘버스'에서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상향시키지 말고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예상 실적의 성장 스토리에 방점을 두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변증의 논리이자 노자 사상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자면 투자에 귀감을 삼을 만한 구절이 빈번합니다. 이 중 [도덕경 1 장]을 소개하겠습니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은 천지의 시작이며,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만물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욕심이 없으면 그 오묘함을 볼 수 있고, 욕심이 있으면 그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이 둘은 근원이 같고, 이름이 다를 뿐, 둘 다 심오하다 할 수 있다. 심오하고 심오하니, 모든 현묘함이 시작되는 문이다.


  자신만의 투자 비법이 있다한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변화된 세상을 반영하여 자기 교정에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가 엄청난 실패에 봉착할 수 있을 거고요. 오를만한 주식은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주가가 상승할 촉매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이를 모를 뿐이죠. 모르니 이름을 붙일 수 없고 이게 곧 무명이 천지의 시작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요? 피델리티도 금융 위기 전후로 한동안 성과 부진과 내부 투자 프로세스가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파이 모델은 투자의 일반 모델이란 점에서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더라도 오랜동안 경구로 삼을 만합니다. 그러나 S1~S3의 매트릭스 밸류에이션 방법은 시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가정들을 면밀하게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확증편향만큼 위험한 습관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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