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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Jul 05. 2021

[유끼의 추억] 5. POSCO 플로우 차트 (1)

주식투자에 앞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2019년 1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가 보유한 광산 댐이 붕괴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로 발레사의 철광석 생산이 18년 대비 20% 남짓 줄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중국의 철강수요가 살아나며 철광석 재고가 타이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정적 광구 폐쇄와 예상을 넘는 수요 증가로 올 들어서 철광석 가격이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POSCO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북미 서해안이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턴시 지역은 섭씨 49.5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상고온은 '열 돔' 현상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탄소제로(Net Zero Emission, NZE 2050)만이 기후 변화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합니다. 탄소 배출이 심한 석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추세입니다. 이 때문인지 석탄 가격이 2019 년 이후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코크스 가격 하락이 POSCO 이익을 얼마큼 변화시킬까요? NZE 2050가 POSCO의 제철 사업에 미칠 파장은 무엇일까요?


  만일 POSCO 주식을 보유하거나 투자할 계획이라면 앞선 질문들이 주가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증시는 다이내믹합니다. 뉴스가 알려지는 즉시 주가에 반영되는 게 일상입니다. 호주 광산업체가 전면 파업을 하여 오늘 새벽 런던 LME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연 POSCO 이익을 얼마큼 감소시킬 뉴스일까요? 정교한 계산이 아니어도 대략적인 감을 가지고 있어야 주가에 반응하여 투자전략을 세울 수가 있습니다.


  올 1 분기 POSCO가 도입한 철광석 평균 가격이 143 $입니다.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다고 가정하면 향후 1 년 동안 POSCO 영업이익은 대략 6,200억 원 정도 감익할 걸로 추산됩니다. 2021 년 POSCO 별도 기준 연간 예상 영업이익 7조 원의 9% 정도가 줄어드는 효과입니다. 만일 POSCO가 철광석 가격 인상을 제품 가격에 전가한다면 이익 감소폭은 더 줄어들겠죠. 그런데 주가가 오늘 아침 개장 때 철광석 폭등이 악재로 작용해서 -12% 하락하여 출발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주가 하락에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 주가 급락에 놀라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같이 팔까요? 아니면 너무 빠졌으니까 머리도 아프니 그냥 가지고 있겠습니까? 이도 아니면 지금 철강 수요가 너무 좋으니 일부 제품 가격에 전가가 가능하다고 여기고 POSCO 주식을 더 사시겠습니까?  이처럼 어떤 뉴스가 나왔을 때 이 뉴스가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주가의 반영 정도에 따라 신속하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발생한 정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가 불분명할 때야말로 초과 수익을 거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플로우 차트는 이처럼 평소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성격과 내용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이해시켜 주는 차트입니다. 그리하여 돌발 변수가 일어났을 때 개략적일지라도 해당 기업의 이익과 주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을 때 POSCO 영업이익이 6,200억 원 줄어드는 과정을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143 $에서 60% 올랐다고 해보죠. 그러면 톤당 86 $ 가량 원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POSCO의 철강 생산 능력이 연간 4천만 톤이라고 치겠습니다. 철강 1톤을 만들기 위해서 POSCO는 1.6톤의 철광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86 $ X 4,000만 톤 X 1.6 X 환율 1,130 원 = 6,219억 원이 나옵니다. POSCO 생산능력과 철강을 만드는데 철광석이 얼마만큼 소요되는 지만 알면 초등학생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환경 규제로 석탄 사용이 줄어들어 코크스 가격이 반대로 -60% 폭락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코크스 가격은 폭락 전 180 $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얼마만큼 변할까요? POSCO는 철강 1톤을 만드는데 보통 0.7톤의 코크스를 소모합니다. 4천만 톤이니 연간 2,800만 톤을 사용하겠네요. 180 $에서 60% 하락했다면 원가 절감된 금액이 톤당 108 $. 이제 계산이 섰습니다.  -108 $ X 4,000만 톤 X 0.7 X 환율 1,130 원 = -3,417억 원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POSCO의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만 이해한다면 철강 가격이 변하거나 원재료가 오르내릴 때 '아, 이 정도 가격이 변동할 경우 POSCO 이익에는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겠구나' 손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에 주가가 그다지 반응을 하지 않거나 너무 심하게 반영할 경우 POSCO 주식 투자에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플로우 차트가 담아야 하는 내용은 명확합니다. 특정 기업의 비즈니스 전 과정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축약하여 담아내면 됩니다. 전형적인 제조 기업으로 예를 들자면 기업이 만들어내는 각종 제품의 주요 원재료 등의 Input -> 자산현황, 생산과정, 생산 능력, 주요 제품 현황 등을 알 수 있는 Process와 Output --> 만들어진 재화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주요 경로인 Marketing Channel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기업이 중시하는 R&D와 투자 계획 등이 보강되면 더 좋습니다.


  이제 POSCO의 플로우 차트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두 개의 플로우 차트는 2007 ~ 2008 년에 작성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의 신입사원들에게 리서치 교육을 위해 작성시킨 차트입니다. 먼저 간단한 버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1. POSCO Flow Chart 간단 버전]


  플로우 차트를 작성할 때 필요한 사항들은 기본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인 'DART'의 사업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URL]

dart.fss.or.kr


  플로우 차트 원재료 부분을 보겠습니다. 매입액 기준으로 비중이 높은 원재료가 스테인리스 원료인 니켈, 석탄, 철광석입니다. 니켈 구입 가격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니켈 가격이 2만 $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수량으로는 큰 비중이 아닙니다. 철광석과 코크스가 수량 기준으로 제일 많이 차지합니다. 주원료들은 주로 호주, 브라질, 캐나다에서 조달합니다. 위 차트에서 조달 기간과 원재료 재고가 무척 중요한 정보이나 사업보고서 상에 나오지 않아 기업 미팅이나 애널리스트 세미나 등을 통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2007 년 상반기 POSCO 조강 생산 능력은 연간 3,000만 톤입니다. 이후 몇 번의 증설을 거쳐 현재는 4,165만 톤입니다. 이처럼 플로우 차트는 해당 내역이 변했을 때 이를 반영하여 적절히 업데이트가 되어야 합니다. 생산 규모 대비 실제 생산이 얼마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연간 3,045만 톤을 생산했으니까 설비를 100% 이상 가동한 셈입니다. 요즘은 당시처럼 철강 수요가 많지 않고 현대제철이 POSCO 독점 체제를 깬 여파로 3,700만 톤 정도를 생산 중입니다. 설비의 90% 정도 가동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주력 제품군은 열연, 냉연, 후판, 스테인리스, 선재 등입니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식혀 두꺼운 평면 판재로 만든 것이 후판입니다. 주로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건설자재로 쓰입니다. 후판에 열을 가해 좀 더 얇게 만든 제품이 열연이고 냉연은 열연을 압연하여 만들어 냅니다. 냉연 제품은 주로 가전제품, 자동차 강판, 건설자재 등으로 수요 됩니다. 2007 년 당시 POSCO 생산 능력은 세계 2~3위 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합종연횡과 증설 등으로 2020 년에는 6위로 밀려났습니다. 현재 세계 1위 철강사는 바오산 강철과 우한 강철이 합병한 바오우 강철입니다. 연간 1.15억 톤 정도 조강 생산을 합니다. 


  바오산 강철과 관련된 여담입니다. 2004 년 모건 스탠리 증권 주선으로 바오산 강철을 탐방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바오산 강철은 중국 1위 철강사였음에도 POSCO 보다 생산 능력이 작았습니다. 그러나 해외 증권사 콘퍼런스에서 자주 만났던 IR 담당자의 자신감이 무척 대단했습니다. 중화 대국의 1위라는 자부심으로 POSCO의 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별거 아니라는 뉘앙스였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은근히 제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로 견학을 포함한 공장 투어를 하면서 이내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당시 제철소 투자가 붐을 이루던 시기에 기존 고로와 공정설비들이 너무 조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2005 년 POSCO 포항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공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경과 모형이 설치된 홍보실에 쓰여있는 '제철보국'의 사훈에 문득 눈물이 맺혔습니다. 바오산 강철 탐방 당시의 불쾌한 감정과 가진 것 없는 빈국의 허허벌판에서 세계 2위의 제철 강국으로 발돋움했던 POSCO 임직원들의 노력이 겹쳐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현대제철이 진입하기 전에는 POSCO의 내수 비중이 75% 였습니다. 국내 경기가 침체일 때 수출비중이 30 ~ 40% 사이로 증가하곤 하지만 대략 7 : 3 전후에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수출비중이 40 ~ 45%대로 늘었습니다. 독점에서 현대제철과 시장을 분점 하면서 조강 기준으로 공급과잉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제품 가격이 2007 년에는 열연 52만 원, 후판 69만 원, 냉연 60만 원 정도였는데요. 올해 1분기에는 각각 71만 원, 69만 원, 80만 원이었습니다. 후판의 수익성이 당시보다 많이 나빠졌습니다. 조선과 건설 수요가 그 당시에 미치지 못하고 후판 공급이 늘었난 탓입니다. 냉연은 열연 가격에 일정한 스프레드를 붙여 가격이 형성되는데요. 당시에는 열연에 비해 15%가량 더 비쌌는데 지금은 12%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군요. 동부제강 같은 냉연 전문 회사들의 채산성이 당시보다 낮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명한 대로 우리가 POSCO에 투자하기에 앞서 POSCO에 대해 궁금한 여러 가지 사항들이 플로우 차트를 그리고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관심 갖는 기업을 제대로 이해시켜준다는 점이 플로우 차트의 가장 큰 의의라 할 수 있습니다. 단기 매매가 아닌 주식 투자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 것과 동일합니다. 내가 POSCO의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POSCO 주식을 사는 순간 경영자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이죠. 특히 POSCO처럼 경기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익의 변동성이 소비재처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기업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익 사이클 정점에서 잘못 투자할 경우 수년간 고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익 사이클의 바닥에서 잘 샀다면 2~3 년간 별다른 고생 없이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만끽할 수 있을 거고요.


  이제 POSCO의 지난 20 년간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POSCO 주가는 2010년 이전과 이후가 크게 차이 납니다. 2010 년 이전에는 철강 업황이 다소 부진할 때 PBR 0.8배가 나름 의미 있는 저점이었습니다. 중국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한창 전개되던 2007 년에는 아셀로 미탈의 적대적 M&A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PBR 2.8배를 찍기도 했지만 대략 1.5배 정도가 사이클 고점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2010 년 이전에는 0.8 ~ 1.5배 사이에서 밸류에이션이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PBR 밸류에이션이 점차 하락하여 2012 년 ~ 2020 년까지는 0.2 ~ 0.8배에서 거래되었습니다. 과거의 밸류에이션 저점이 이제 밸류에이션 상단으로 작용한 겁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에 철강업황이 빠르게 개선되어 현재는 PBR 0.63배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림 2. POSCO 주가와 PBR 밸류에이션]

 

  PBR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레벨 다운된 2012년부터 POSCO에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POSCO는 1990 년 이래로 적자를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매년 순이익을 본 만큼 해가 바뀔수록 자기 자본이 누적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순이익과 자기 자본 성장을 감안한 동사의 내재가치(S2)는 2010 년을 정점으로 2015 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이 말은 곧 해당 기간 중에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급감했다는 뜻입니다. POSCO의 PBR 밸류에이션이 레벨 다운된 2012 ~ 2019년 기간 내내 동사의 ROE가 5%를 하회하였습니다. 심할 경우 1%도 되지 못한 해도 있었고 대부분 3% 정도에 불과했었습니다. 내재가치가 감소한 만큼 주가가 낮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러나 2020 년 코로나 특수로 POSCO 이익이 다시 전성기 시절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주가 상승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는 POSCO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림 3. POSCO 내재가치(S2)와 연평균 주가 추이]


  POSCO 밸류에이션이 2010 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철강 업황이 2010 년 이후로 장기간 둔화되었습니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입니다. 제2 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 지난 70 년간 글로벌 철강업은 두 차례 사이클 호황이 있었습니다. 종전 이후 경제 재건에 맞춰 선진국이 수요 성장을 주도했던 1950 ~ 1070 년 대 슈퍼 사이클과 2000 년 이후 BRICs, 특히 중국이 주도했던 투자 사이클입니다. 두 번의 철강 수요 성장기 동안 연평균 수요 증가율이 무려 6%에 근접했습니다.


 [그림 4. 세계 철강 생산량 추이]

  신흥국이 주도했던 투자사이클이 2008 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선진국 과소비와 신흥국 과잉투자가 이끌었던 버블 붐이 꺼지자 글로벌 철강업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철강 설비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의 피해가 더 컸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70 년 글로벌 철강 수요 데이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1960 년에서 2010 년 동안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3.5% 증가했습니다. 동 기간 전 세계 GDP 성장률과 비교 분석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글로벌 GDP가 매년이 3.85%가량 성장해야 철강 수요가 3.5% 정도 증가했는데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정착하자 2010 년 이후 글로벌 GDP 성장률이 3% 남짓에 불과하여 철강 수요량이 1% 전후에 그쳤습니다. 과거 60 년동안 철강 수요 증가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당연히 철강 업황과 수익성이 부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2010 년 이후 10 년 동안은 철강 산업으로서는 지독한 암흑기였던 것입니다. 증설을 주도했던 중국이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지난 10 년동안 중국 철강사들은 크게 3개 사 위주로 합치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했습니다. 


  둘째, 철강을 대체하는 신소재가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철강 제품은 무게가 상당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를 들 수 있습니다. 전기차처럼 친환경 에너지원을 수요 하는 차량은 연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당연히 차체와 주요 부품들이 가벼운 소재를 섞은 합금강이나 알루미늄, 티타늄의 비철금속과 플라스틱 엔지니어링과 같은 강도가 우수한 경량의 신소재로 대체되는 추세입니다. 


  셋째, ESG 이슈입니다.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코크스라는 연료탄이 필요합니다. 철광석을 융해하기 위해 엄청난 열 에너지가 소모되는데요. 고로에서 선철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석탄을 정제해서 탄소 함유량을 높인 코크스를 투입해야 합니다. 코크스의 주원료가 연료탄이다 보니 당연히 이산화탄소 저감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철강은 석유 화학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입니다. 글로벌 산업에서 철강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비중이 무려 1/4라고 합니다. NTE Zero를 하기 위해서 코크스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전기로가 아닌 방식으로 선철을 만들기 위한 해법으로 수소환원 제철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수소를 태워 철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철광석의 산소와 수소가 반응하여 물로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기로 철강 1천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 제철소를 지으려면 대략 6~7조 원가량이 소요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만일 POSCO가 4천만 톤 캐파를 전부 수소 제철소로 바꾸려면 새로 투자해야 하는 규모가 최대 28조 원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2020 년 POSCO 그룹의 전체 EBITDA가 6조 원입니다. 1 년동안 벌어들인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을 수소 제철소에 그대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책이 없다면 수소 제철소로의 전환이 무척 어려운 과제일 것입니다. 막대한 투자 부담이 노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POSCO에게 수소 에너지는 신산업의 성장이 아닌 비용구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니 밸류에이션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봐야겠습니다. 그간 POSCO는 하이엔드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정 개발과 고급강 제품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의 명운이 수소 제철소로의 원활한 트랜지션이라는 점에서 R&D의 상당한 부분이 수소 관련 사업에 집중되어야겠습니다. 수소야말로 POSCO 주가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POSCO가 직면한 투자 부담이 주가에 주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플로우 차트가 주는 효용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이 영속적인 자기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을 가능케 하는 자산 구조를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투자자들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성장을 중시합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이 얼마 늘었다거나 영업이익이 얼마큼 급증했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향후 매출이 어느 정도로 고속 성장하는지에 촉각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향후 수 년동안 매출액이 연평균 대폭 늘어난다는 회사의 가이던스나 애널리스트 분석에 주가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매출이 크게 증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설비투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나 분석을 하지 않습니다. 중소형주일수록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터무니없는 매출 증가 계획을 발표하곤 합니다. 정작 이러한 야심 찬 계획을 실행할 자금조달과 투자계획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면서요. 보통 훗날 매출 계획 자체가 천일야화로 드러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플로우 차트를 그리다 보면 회사의 투자 계획이 자산 구조와 자금 조달 여력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손익계산서의 이익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의 자산-부채 구조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매출 전망과 같은 손익계산서 항목보다 자산구조와 자금조달, 자기 자본 건전성 등과 같은 재무상태표에 주가가 더 반응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전 글에서 스테이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증시에서 주가가 결정되는 방식이 스테이지별로 상이합니다. G/B 시대에서 주가는 알파라는 노이즈가 주가 함수에서 독립 변수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를 A회사가 개발했다고 하겠습니다. G/B 시대에서 이 뉴스가 나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개발했다는 뉴스만으로 주가가 몇 개월 급상승세를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G/G 시대로 진입한다면 알파라는 노이즈가 비록 주가에 영향을 주지만 주가 함수의 독립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기 때문에 며칠 반영하는 정도로 영향력이 약화됩니다. 미국과 같은 M/V 단계에서라면 이러한 노이즈는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만큼 노이즈의 진위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손익계산서 못지않게 재무상태표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선진국에 투자할수록 재무상태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림 5. 스테이지별 주가결정함수]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합니다. 10 년 전 그려진 POSCO의 플로우 차트를 지금 업데이트한다면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요? 우선 회계제도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K-GAAP에 근거하여 작성되던 재무제표가 2011 년 이후 IFRS 기준의 연결재무제표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철강 사업을 주로 하는 POSCO 별도 재무제표 외에도 주요 계열사들 현황도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 규모 역시 크게 변화했습니다. 3천만 톤 체제에서 4,165만 톤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ESG 이슈 또한 중차대해졌습니다. 제 또 다른 팀원이 작성했던 플로우 차트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6. POSCO Flow Chart 상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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