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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Mar 28. 2021

[유끼의 추억] 4. 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상)

M/V 스테이지 이후 미국의 모습

  지난 '스테이지'와 '환율' 편에서 스테이지 마지막 단계를 M/V라고 했습니다. Maturity/Value의 약자인 M/V 는 경제 구조가 성숙하여 하이 테크, 금융, 자본화된 서비스가 주도하는 금융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스테이지입니다. 국가의 부가 축적되고 개인의 금융자산이 크게 늘어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되니 장기간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기입니다. 2000 년 세미나 당시 유끼 씨는 미국의 M/V 단계가 2005 년 이후 서서히 저물 것이고 2020 년 대에 한국, 대만, 중국이 M/V 단계로 진입할 거라 전망했습니다. 당시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멸망하지 않는 한 경제가 지속될 텐데 M/V 이후의 스테이지는 어떤 건가요?" 유끼 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어요. 좀 막연하고 두리뭉실한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피델리티 같은 미국의 투자회사들도 M/V 이후 미래 비전을 그려놓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경제의 역동성이 한 차례 더 떨어질 거라 봐요. 최첨단이 아닌 한 제조업 경쟁력은 한층 더 약화되겠죠. 반면 반대급부로 금융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도 지금 영국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겠나 합니다." 19세기 최 전성기를 보낸 영국은 20 세기 초를 지나면서 점차 위세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지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연합국의 주역으로 따낸 파워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죠. G1인 미국에 보조를 맞추며 근근이 리더십을 유지하는 영국의 행로를 따라가지 않겠냐는 의미입니다. M/V 이후 전망에 대해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운용을 갓 시작했던 당시의 좁은 식견에서 뾰족한 반박을 하기 어려워 재질문 없이 물러났었죠.


  M/V 단계가 서서히 종료되리라 예상했던 2005 년 전후로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과잉 생산이 상호 작용하여 글로벌 버블을 한층 더 키웠습니다. 그리고는 2008 년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이 시작되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붕괴될 뻔했던 금융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습니다. 미국의 M/V 단계 끝자락에서 키워진 버블 붐이 마침내 화려하게 버스트 되었던 거죠. 그러나 유끼 씨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지금도 여전히 금융 강국으로서 글로벌 자산 시장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과연 지난 15 년 동안 미국이 M/V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증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답을 드릴 수 없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몇 가지 요인들을 언급해보겠습니다.




  첫째, 당초 전망보다 인구 엔진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2030 년 인구 구조 예상이 이전 전망치보다 나아 보입니다. 미국 인구의 성장 엔진을 유지시킨 동력은 바로 이민과 다출산입니다. 세미나를 했던 2000 년 미국 인구는 2.8 억 명이였어요. 2019 년에는 대략 3.28억 명으로 늘어납니다. 20 년 동안 4,280만 명이 늘었어요. 이제 이민자 수를 볼게요. 2000 년 미국 이민자는 3,110만 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6 년 말 4,370만 명으로 증가했어요. 1,280만 명이 이민을 했네요. 미국 인구 순증분의 1/3을 이민자가 채웠습니다. 여기에 이민자와 백인 이외 히스패닉과 유색인종의 다출산 경향도 성장 엔진을 유지하는 데 한몫했을 거라 추측됩니다. 출산율 저하는 모든 선진국에서 겪고 있는 현상이에요. 미국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죠. 그러나 미국 여성의 출산율은 1.73 명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0.98명에 불과해요. 2020 년에는 0.84 명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2 명이 결혼하여 2 명을 낳아야 장기적으로 인구가 유지됩니다. 미국도 현재 출산율로는 언젠가 총인구가 감소할 거예요. 그러나 이민자가 유입되는 한 상당 기간 인구 구조가 버틸 수 있겠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민의 성격상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아마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일 겁니다. 이민자가 곧바로 생산 활동을 하는 인구 엔진으로 유입되니 더욱 긍정적이에요. 우리 사회는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저임금 일자리를 중국 교포와 동남아 노동자들이 메워주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았음에도 주민등록상 인구가 다국적 거주자 덕분에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 명이 1 명을 채 낳지 않는 극심한 저출산을 기록 중입니다. 어느 나라보다 노령화와 인구 절벽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단일한 배달민족이라는 삐뚤어진 자부심으로 아시아계 외국인에게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드라마틱하게 높이기 힘들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에 역동성을 줄 수 있는 전향적인 이민 정책을 고안해야 합니다.


<그림 1. 2005 년 당시 미국의 인구 전망(좌)과 현재 미국의 인구 전망(우)>

  두 번째,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생산의 3대 요소를 지대, 노동, 자본이라 합니다. 풍부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질적인 높은 인건비와 비싼 토지와 인프라 비용 때문에 상당수 제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독보적인 브랜드와 넘사벽의 기술 그리고 특허로 보호받는 하이테크 산업 정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2008 년 금융 위기 이후로 미국의 투자 스타일이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제조업 가동률이 회복되어 공급이 타이트해져도 과거처럼 설비 증설에 적극적이지 않아요. 그림 2의 왼쪽 그림에서 GDP 대비 자본지출 비율이 오히려 내려가고 있어요. 경제가 성장하는 데 오히려 투자가 전보다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자기 자본에서 R&D, 기술 특허, 영업권 같은 무형 자산 비중이 무려 70%대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설비 장치와 같은 유형 재산보다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나 R&D, 기술 특허와 같은 무형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거죠. 오른쪽 그림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국 경제는 70여 년 동안 설비나 기계 장치와 같은 유형 재화 투자가 GDP의 6% 전후에서 유지했어요. 그런데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유형 재화 투자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한 마디로 4 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확보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연관된 기술로 플랫폼 기업을 양산하여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선순환 전략입니다.


<그림 2. 미국 자본지출의 추세적 변화>


  이를 뒷받침하는 재미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2000 년은 테크 버블이 매우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거두는 테크 기업들이 무척 많아졌어요. 20 년 동안 테크 기업들이 활개를 치는 와중에 독일, 일본, 미국의 상장 기업들이 어떻게 변천해왔을까요? 먼저 독일입니다. 2000 년 초 독일 DAX 인덱스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25 개 기업들의 68 %가 2020 년 초에도 상위 25 개 기업에 포함되었습니다. 2/3가 유지된 셈이죠. 2020 년 상위 기업으로 새로이 도약한 기업들은 주로 헬스케어, 금융, 부동산 우정국, 증권 거래소 등입니다. 미래 산업이라 부를 만한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인피니온 테크놀로지밖에 없습니다. 독일의 시총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전통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로 소재, 산업재, 헬스케어, 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이 탁월한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요. 일본도 독일과 유사하면서도 사뭇 다릅니다. 2000년 초 TOPIX 시총 상위 50 위 기업 중에서 2020년 초 살아남은 기업이 42%에 불과합니다. 절반 이상 새로운 기업들이 Top 50에 들어왔어요. 소프트 뱅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기업들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지만 구성 기업들은 독일과 유사합니다. 주로 헬스케어, 금융, 부동산 기업이 새로이 발돋움했어요. 한 가지 더 주목할 사항이 있습니다. 꽤 많은 내수 소비재 기업들도 시총 상위 기업으로 도약했어요. 구인구직을 대행하는 리쿠르트 홀딩스, 24시간 편의점 훼미리 마트 지주인 이토추,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 리테일링이 상위 50 위 이내에 진입했어요. 최첨단이랄 수는 없지만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히타치, 스미토모 케미칼, 호야, 화낙 같은 기업들도 새로 들어왔습니다. 일본 증시는 지수와 경제가 장기간 갇혀 있고 시총 상위 기업으로 하이테크 기업들이라 부를 만한 기업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일상에 밀접해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라이징 스타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이 정체되었어도 개별 기업을 잘 분석하면 미국 기업 못지않은 성장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의 지도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요? 우선 S&P 500 상위 50 위 기업 중 41% 만이 2020 년에도 시총 상위 50 위 이내를 유지하였습니다. 시가총액 지도가 일본처럼 많이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설립된 지 30 년이 채 안된 IT 벤처, 플랫폼 공유 경제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페이팔, 아도브, 세일즈포스닷컴, 엔비디아, 넷플릭스 등 신생 기업이 대부분 시총 상위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2020 년 언택트 기업 주가가 놀라울 정도로 올랐죠. 만일 2021 년 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시총 상위 지도가 더 혁신적으로 바뀌었을 겁니다.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들어올 테니까요.


  세 번째, 세계 유수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비단 미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시가 총액 상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한창입니다. 그럼에도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디엔핑, 바이두, 핑안 보험 같은 중국의 핵심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대만의 TSMC, 명품 브랜드인 LVMC, EUV 노광장비로 유명한 ASML 역시 상장되어 있고요. 해외 기업들도 미국 증시가 꺾이지 않을 펀더멘탈을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네 번째, 팍스 아메리카나의 힘입니다. 세계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슈퍼 파워를 가진 나라가 미국입니다. 2000 년 초 미국은 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을 예측하였습니다. 결과가 무척 충격적이었는데요. 2020 년 원유 자립도가 20%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었어요.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중동에 달렸다는 결론이 전쟁을 이끌었고 결국 이라크가 미국 수중으로 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근본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무역 마찰로 시작된 갈등이 이내 본질을 들어냅니다. 중국 제조 2025의 전략을 시비 걸고 넘어선 겁니다. 5G, 반도체, 자율주행, AI, 드론 등 첨단 기술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잠재 적성국으로 간주하여 다각도로 제재하고 압박합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중국이 G2로 올라서자 동맹국을 동원하여 중국을 봉쇄한다는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이 쿼드로 이어집니다. 중국에 불안을 느끼는 미국을 이해할 만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원유 자립도 전망과 유사합니다. 바로 2030 년의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전망 자료입니다. 2030 년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대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이 10%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암울한 예상이에요. 설상가상 2030 년 중국의 비중이 1/4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었고요. TSMC의 대만을 포함하면 세계 생산량의 45 %를 차지한다고 예측됩니다. 만일 대만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면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입니다. 4 차 산업 혁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를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반도체와 IT 등 미래 먹거리의 사활적 이해가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림 3 - 반도체 생산 비중 전망, 출처 : SIA, SK증권 >


  사실 미국이 주목하는 반도체 분야는 첨단 부문입니다. 최근 숏티지가 극심한 8인치 아날로그 로직은 투자 부담이 적은 저부가 가치에 경쟁이 심한 부문으로 미국이 관심 가질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이 겨냥하는 쪽은 고부가 비메모리 로직과 메모리, 하이엔드 아날로그 분야입니다.  미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100이라 한국, 대만, 중국, 독일 기업들은 20 ~30 % 가량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특히 중국과는 30 % 이상 격차가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원가 차이가 궁극적으로 정부의 보조금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미국의 시선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백 억 달러의 예산이 마련되어 지원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인텔의 대규모 투자 발표 이면에는 정부의 투자 지원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있습니다. 인텔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 램리서치, KLA, ASML 등이 미국 정부 투자와 지원 확대 정책의 중장기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그림 4 - 반도체 부문별 미국의 원가 경쟁력>


  미국은 세계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잠재 경쟁자로 떠오른 국가에 대한 집중 견제하며 자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펀더멘탈이 훼손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미국 증시의 불안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되는 것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G2의 대가 치고 좀 혹독하기도 하고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엄청난 자본력과 정부 지원을 통해 중국 기업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2017 년 10 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전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건수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R&D 지출 규모도 중국이 미국의 80%까지 올라왔습니다. 캐치 업 속도가 놀랍습니다. 플로우 기준에서는 매우 위협적입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은 축적된 지식과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림 4의 왼쪽 차트를 보십시오. 사선으로 표시된 영역은 30 년 동안 미국이 축적해 놓은 R&D 격차를 뜻합니다. 중국이 이러한 격차를 뛰어넘으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사전에 위협 요인을 제거하자는 것이겠죠. 만일 제거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위협이 현실화되는 시간을 멀리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갈등 구조에서 중국 투자에서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술 표준을 다투는 첨단 분야의 수출지향적 중국 기업은 가급적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싶습니다. 수출이 막혀도 막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나 소비재와 산업재, 소재의 1등 기업 내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게 나아 보입니다.


<그림 5 - 미국과 중국의 R&D 지출 현황과 10 첨단 기술 분야 국가 특허건수>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최후의 보루,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입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입니다. 금융 시장이 흔들리거나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면 빠르게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아 불안감을 진정시키곤 합니다. 시장에 앞서기도 하고 때론 뒤쳐지며 늘 시장과 소통하고 향후의 액션을 가이던스 합니다. FRB 이사회 의장의 노련한 코멘트에 시장이 호응하여 정책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장이 FRB를 신뢰하는 배경에는 유동성 공급에 있습니다. 2008 년도 금융위기와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현금을 퍼붓듯이 유동성을 확대하였습니다. 중앙은행이 마음먹은 대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한,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성은 앞으로도 유지될 여력이 매우 많습니다.



 

  상기한 다섯 가지 요인들이 미국을 여전히 M/V 시대가 지나서도 증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이해됩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원동력에 힘입어 아직 M/V 단계가 연장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지난 '스테이지' 편에서 스테이지를 유지하는 핵심이 기업 경쟁력과 인구 성장 엔진이라고 했습니다. 2005 년 예상과 달리 미국은 양호한 인구 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하는 부국입니다. 여러 자료를 취합한 바로는 미국 가계의 순금융자산은 무려 76조 $로 추산됩니다. 순금융자산은 말 그대로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가용 가능한 유동자산입니다. 이 금액이 가처분 소득 대비로는 438 %에 달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엄청나게 축적된 순금융자산이 금융 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혁신적인 첨단 기업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합니다. 다섯 가지 원동력이 선 순환하며 자가발전하는 곳이 미국 증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 6 - 국가별 순금융자산 규모, 단위 : 백만 $>


  그러나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도 언젠가 낙조를 보이기 마련입니다. 글루미한 석양일지 아니면 화려한 낙일일지는 상기한 증시의 5 가지 원소가 어떻게 연착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현실로 떠오르기 아직 한참 남았겠지만 제가 미국 증시에 대해 우려하는 불안 요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역시 인구 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미국 가계의 순금융자산 76조 $라고 했습니다. 가계 부채가 대략 21조 $ 일테니 금융자산은 97조 $로 추산됩니다. 97조 $에 달하는 금융 자산의 70%를 55 세 이상의 장년층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0 년대 중반 즈음에는 미국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가 시작할 겁니다. 미국의 장년층과 은퇴세대는 의료비 부담으로 소비 성향이 매우 높습니다. 쌓아놓은 금융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소비가 더 많아질 개연성이 큽니다. 금융 자산을 생활비와 의료비로 조금씩 충당해야 한다면 금융 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이는 곧 금융 자산의 강력한 수요처가 조금씩 약화됨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40 대 이상의 X 세대의 금융 자산이 커지지 않는 한 미국 금리는 30 년간 이어져 온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빈부의 양극화가 극심한 미국 사회에서 40 대의 전 계층이 부를 쌓기 만만해 보이지 않습니다. 만일 미국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잠재 성장률이 증시의 명운을 가를 촉매가 될 것입니다. 금리보다 높은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으면 인플레이션된 금리로 실질 부채 부담이 줄어들어 경제는 선순환을 이어나갈 거고요. 만일 금리보다 성장률이 낮은 사태가 불가피하다면 막대한 국가 부채 이슈가 자산시장을 잠시라도 일순간 혼란에 빠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7 - 미국 연령별 금융자산 보유 비중, 출처 : BCA 리서치>


  언제나 그렇듯 금리와 성장률. 여기에 모든 위험자산의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증시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증시를 예측하는 불확실성 못지 않게 금리와 매크로 또한 불확실성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투자 가능한 기업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미국 스테이지는? (하)' 편에서는 더욱 어려운 주제이지만 미국 증시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점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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