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를 고르며 떠오른 생각
나는 몇 가지 편견에 사로잡힌 체 살아왔었다. 이런 편견의 소용돌이는 ‘모 아니면 도’라는 삶의 가치관을 가지게 했고, 이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 양분하여 절대 섞이지 않도록 노력했기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극명했다. 두 가지가 섞이는 것도 싫어서 같이 두려고 하지도 않았고, 서로 오염되지 않게 곁에 두지 않으려고 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몰랐던 시절부터 이런 성향에 길들여진 나는 꽤 오랜 시간 좋고 싫음의 기준에 따라 세상을 보았고 보이지 않는 기준이 삶의 잣대가 되어 나의 하루를 지배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나의 성향을 말하며 좋고 나쁨의 차이를 설파했고, 초면에 차마 말할 수 없었겠지만 세상에 저런 사람도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한 번 아니면 죽을 때까지 아니라고 믿었던 또 다른 편협한 시선도 관계를 맺는데 장애물로 작용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 장애물은 쉽게 넘을 수 없는 한계였다. 어쩌면 나의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원인도 이런 편견과 편협한 시선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보다 관대하고 너그러웠다면 내 옆에 더 많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까지 포용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
철부지 어린 시절이 아니며 나름 세상의 이치와 법도를 아는 성인이 된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예전에 비해 지금도 그릇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기만성의 꿈을 가지고 넓고 큰 그릇일 빚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처럼 생각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다 되었다면 세상에는 모두 대인배로 넘쳐 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든 말과 생각대로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증명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증명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에 증명의 과정을 일일이 말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증명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는 몇 개의 선택지만이 있을 뿐이다. “삶으로 증명하라”라는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나에게 증명이라는 것은 가볍게 지나칠 단어나 인식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것을 포기해서라도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인생의 과업이자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할 과제이다.
삶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따로 노는 사람치고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나는 운 좋게 인생이 바뀌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예전의 삶에서 나를 바꾼 두 가지 흐름은 과일단식과 달리기인데 과일단식과 달리기로 새 삶을 얻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정말 인생 자체가 바뀌었다고 느낀다. 과일단신을 통해 외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닌 건강에 대한 신념과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으로 넘쳐나며 내가 싫어했던 것들에 대해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선택하였다.
그토록 싫어했던 달리기를 하면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심적 여유와 넓은 시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오늘 한 스포츠 매장에서 쇼핑하는 가운데 대학교 1학년 이후 단 한 번도 신지 않았던 ‘퓨마’라는 브랜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퓨마 하면 축구화 정도 신을만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구매한 적도 없었지만 퓨마에서 출시한 ‘니트로’라는 러닝화를 한 번 착용해 보고 내 안에 의미 없는 나만의 기준이 허물어졌다.
러닝화의 변방으로 평가받던 브랜드에서 출시한 ‘니트로’라는 러닝화를 구매할 생각자체를 한 적도 없지만 단 한 번도 착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공짜로 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사고 싶지 않았기에 ‘니트로’ 러닝화 출시에 대한 소식을 들었지만 한 번도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하며 방문한 스포츠 매장에서 퓨마 니트로라는 러닝화를 착용한 순간 나의 편견은 산산이 부서졌다.
착용감이 너무 좋아 가격만 아니면 바로 구매했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퓨마 러닝화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 충동구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착용하고 퓨마 러닝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20만 원 대 초반의 금액이 아닌 10만 원 중후반 대의 가격이라면 구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가격은 나뿐만 아니라 웬만한 러너들에게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주류 브랜드가 아닌 퓨마의 러닝화를 보며 ‘wag the dog’의 파란을 꿈꾼다. 편견에 사로잡혀 진가를 보지 못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 나를 속박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편견과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자. 이것이 진정 나를 위하는 길이며 성장의 자극을 갈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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