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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나의 러닝화

900km를 함께한 러닝화의 퇴역식

by 조아

"달리기는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맘에 드는 러닝화를 신어보면 깜짝 놀랄만한 가격대임을 보고 그대로 내려놓은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좋아 보인다 싶으면 사이즈가 없고, 마음에 들면 가격이 부담되는 것이 러닝화이라서 품절되기 전 사이즈가 있을 때 사는 것도 현명한 일이지도 모른다.

사실 달리기는 돈이 들지 않은 운동이기보다는 정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더 경제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충분히 절약하며 달리기를 즐길 수 있지만 효율적인 측면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달리기 용품도 더욱 효율적으로 변하며 그 기능에 대한 투자의 가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능을 강조하는 러너인 나는 '맥스 쿠셔닝'을 중점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러닝화를 구매할 때도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체격도 크고 체중이 나가는 체형이라 이런 신체적 단점을 러닝화의 기능으로 상쇄하려고 하기에, 충격을 흡수하거나 분산시켜 주는 쿠셔닝은 나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다.




'맥스 쿠셔닝'의 기능성 러닝화를 몇 개 착용해 보았고 실제 달리기 할 때도 그 성능을 느껴보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러닝화는 <뉴발란스 프레시폼 모어>이다. 한창 거리를 늘려가는 연습을 할 때 무릎 통증으로 체중을 더욱 줄일 생각 대신, 더 좋은 러닝화를 구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충동구매를 한 제품이지만 정말 좋아해서 자주 신고 달렸다.



이 러닝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구매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산술적인 러닝화의 수명이 900km에 다다랐다. 비 오는 날 달릴 때 바닥이 조금 미끄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바닥을 보니 접지가 힘들 정도로 평탄화되어 있었다. 물론 이 러닝화 말고 몇 개의 러닝화를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러닝화여서 자주 착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신기하게 바닥을 제외하고는 손상된 곳이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 검은 색상이라 때도 잘 안 타서 애착 러닝화였는데, 900km 이상을 달렸기에 보내줘야 한다. 러닝화로써의 수명을 다했다기보다는 부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접지 기능이 좋은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바닥이 거의 평탄화되기는 했지만 300km 정도는 더 달려도 되겠으나 종종 통증이 올라오는 상태라 부상에 조심해야 하기에 '퇴역'을 결정했다. 900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나의 무거운 체중을 버티느라 고생한 러닝화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덕분에 900km의 거리를 큰 부상 없이 잘 달릴 수 있어 고마운 마음뿐이다.


'맥스 쿠셔닝' 기능이 있는 다른 브랜드의 러닝화를 신고 달려보기도 했지만 이 러닝화보다 더 좋은 모델은 없다고 생각해서 최근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한 V6 모델을 구입했다. 아직 신어보지는 못했지만 900km의 거리 동안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러닝화였기에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러닝화보다는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달리면서 서로 땀을 나눈 존재이자 전우이기에 러닝화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지는 것만 같다. 다른 러닝화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주며 더 넓은 달리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주리라 굳게 믿는다. 이제 어떤 러닝화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할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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