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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트립의 묘미

달리기 명소, 원주천을 달리다

by 조아

어제 사촌 동생 결혼식 참석차 원주에 왔다. 누나와 매형이 계시기도 해서 군인 회관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호텔에 투숙했다. 원주에서 나름 유명한 호텔이라 아이도 내부 시설에 만족하며 아이와의 단둘이 떠난 여행의 첫날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실제로 아이를 처음 보는 매형이 나름 고모부의 역할을 해주신다고 숙박료를 모두 결제해 주셔서 더 편안하게 묵을 수 있었고 깨끗하고 조용한 숙소라 아이도 너무 좋아하며 엄마한테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만족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아이와 단둘이 하는 여행의 첫날밤, 원주의 호텔에서 보내는데 내 머릿속에는 “내일의 달리기는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민하다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아버지가 새벽에 숙소로 오시기로 해서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몇 개의 알람을 설정해 놓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달릴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버지가 오셨다. 아버지께 아이를 잠시 부탁하고 원주 여행을 오기 전부터 눈여겨본 달리기 훈련을 할 장소, 원주천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달리기 훈련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원주천을 검색하며 사진으로 보기에는 잘 정비된 곳이라 기대감이 컸기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가볍게 몸을 웜업 한 후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을 했다. 오늘은 계획대로 ‘페이스런’ 15km의 거리를 달리는 훈련이다. 챗GPT가 만들어준 달리기 훈련 계획 토요일 전용 훈련 프로그램이다.


페이스런은 대회에서 목표로 하는 출전하고자 하는 대회 레이스 페이스(Race Pace)에 맞추어 달리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하프 마라톤에서 2시간 완주(평균 페이스 약 5분 40초/km)를 목표로 한다면, 훈련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이 페이스런이라고 한다.



부상 이후로 빠른 페이스의 훈련을 하지 않았기에 5분 40초의 페이스로 달린 적이 없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끓어 올린다는 생각으로 현재 나의 페이스인 6분 후반대로 달렸다. 목표 페이스로 하려면 무려 1분 이상을 단축해야 하기에 처음부터 무리하면 부상이 찾아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몸이 통증과의 동거를 허락한 상태이기에 과욕을 부리면 감당하지 못할 부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해서 항상 부상 주의 경계보가 발령된 상태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훈련하며 몸이 이상신호를 보낼 때는 즉시 멈추기로 다짐했다.



처음 달리기 훈련을 하는 원주천은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잘 정비해서 지금까지 달리기 훈련을 한 그 어떤 곳보다 달리기 좋았다. 특히 길게 뻗은 도로는 원주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고, 새벽이라 운동을 하시는 분이 거의 없어 나의 전용 훈련장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초행길에다 새벽이라 지금 달리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달리기에만 집중했고 서둘러 나오느라 이어폰도 들고 오지 않아 주위의 소리와 발자국 소리에만 집중하며 오랜만에 밀도 깊은 훈련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인터벌 훈련을 하고 회복이 덜 되었는지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훈련 계획대로 오늘의 달리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쿨 다운을 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막 잠에서 깬 아이의 전화가 와서 서둘러 뛰어갔고 아버지와 교대하며 나를 기다린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빠의 달리기 훈련을 위해 참고 기다려준 아이의 행동에 대한 보상이다. 오늘 고모의 결혼식을 위해 2주 동안 준비한 아이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는 날에 하루의 시작을 채워준 오늘의 달리기가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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