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Aug 02. 2023

읽었다는 착각

읽는 행위 너머의 것

 책을 읽으면 좋다는 말은 너무 들어서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책은 읽는 것에만 그치면 안 되고 읽은 이후의 과정이 읽는 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책을 읽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책 속에 있는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읽는 방법에 대한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영상 중심의 미디어 시대에서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기성세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것에는 점점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도 지하철을 타면 책을 보는 사람보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 찾기가 더 쉽고, 일부는 전자책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영상 미디어가 무조건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통해 감명을 받기도 하고, 분쟁 지역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잠시 동안의 휴전을 가져온 적도 있을 정도로 영상 미디어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문해력이 형성되기도 전에 영상 미디어를 먼저 접합으로서 문해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놓쳐 버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만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지속적으로 문해력을 키워야 하는데 문해력은 학생들만 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다른 세상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학생들은 책 속에서 문해력을 키워야 하지만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회의자료, 이메일 작성, 계약서 등의 분야에서 문해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책 속의 방대한 글자 속에서도 ‘문맥’을 파악해서 그 속에 감춰진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 알프스 고산 지대에 세워진 위스키 제조 시설에 대한 문장을 읽고 모든 위스키 제조 시설이 고산 지대에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문자를 자신의 구미 대로 해석하지 않는 능력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문학이나 소설을 읽을 때 배경지식이 있다면 보다 이해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처럼 문해력이 있다면 글이 주는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해력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글을 읽는 것 자체가 곤욕이자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호불호를 떠나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읽는 것이다. 혼자 읽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읽는 방법도 좋고 인지능력을 관장하는 인간의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도록 읽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런 기초적인 단계를 훈련했다면 ‘문맥’을 찾는 연습을 통해 글의 문맥을 파악하는 읽기 과정으로 레벨 업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읽는 것이 아닌 문맥을 파악하고 저자의 의도를 알아내어서 그 의도에 따른 행동을 할 때 문맥에 대한 가장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부터 글은 기록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부각되었지만 글의 가장 핵심 기능은 글을 읽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책 읽기의 핵심은 읽는 행위를 넘어 책 속의 내용을 따라 하는 행위에 있다. 책을 읽었다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책 읽기의 기능이자 묘미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AI와 로봇에게 지배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풍조 속에서 그들이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는 능력은 ‘문해력’이라 생각한다. 이 문해력이 인간의 사고 작용을 더욱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되어, 인간의 전전두엽을 더욱더 활성화시킬 것이다.  이 활성화된 힘은 어떤 기술도 인간을 위협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