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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01. 2023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쓰기

요즘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읽은 책 속에서 작가님들이 추천한 책을 골라서 읽는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이것을 ‘책 속의 책‘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책이 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부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대로 베끼거나 복사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생명체로 태어난다는 점이다. 마치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사자성어처럼 책에서 나왔지만 그 책을 능가하는 새로운 책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것이다. 책의 무한한 변신은 단순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연결성을 알고부터는 책을 읽다가 연결점이 보이는 책을 찾고 그 책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는 책은 지혜 작가님의 <읽고 쓰고 내가 됩니다>를 읽다가 찾게 된 책 속의 책이다. 일부 인용된 문장에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표출되는 이유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책에 대한 욕망을 이끌어 내는 강한 끌림 때문이다. 물론 내가 장석주 시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분의 책을 읽고 싶기도 했지만, 슬픔과 자두의 연결성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찾아 도서관을 헤매었다. 평소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은 소장하고 있지 않아서 다른 도서관까지 찾아가서 이 책을 빌리는 이유는 장석주 시인에 대한 동경 그 이상 때문이다. 나는 꼭 슬픔과 자두의 연결성을 알아야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묻어나는 집착에 가까운 행동으로 봐야 한다.


 작가들이 선택한 책에는 특별함이 있다. 작가의 글쓰기에 영감이 되어주고, 지금의 작가를 있게 만들어준 에너지로서의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특별함과 에너지를 닮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순수하지  않은 의도의 책 읽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불순한 의도라도 나는 그들을 닮고 싶다. 닮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복사하고 싶을 정도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아직 보잘것없는 내가 작가들의 단어와 문장을 모방함으로써 내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꿈틀거림을 느낀다. 이 작은 움직임이 아직은 미약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글쓰기 훈련을 통해서 작가들의 단어와 문장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경지에 이르는 날을 상상해 본다.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면 마음이 해이해질 수도 있을 텐데 장석주 시인은 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한다. 나도 그를 본받아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매일의 작은 변화 속에서 새로운 내가 만들어짐을 느낀다. 작가로서의 삶을 살면서 늘 변함없는 그의 삶을 보면서 아직 그를 따라 하기에는 작은 보폭일 수 있으나 나도 그처럼 작가의 삶을 꿈꾸기에 매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장석주 시인이 읽었던 책을 나도 읽으면서 그와 같이 느끼고, 때로는 나만의 감정과 시상으로 책을 바라보면서 대추 한 알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을 가질 것이다.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이 나의 위시 리스트 0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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