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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09. 2023

프랑스 아이는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다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우리 부부의 아이는 그림에 엄청 진심이다. 일주일에 스케치북 한 권을 다 쓸 정도로 매일 그림을 그려 항상 손에 형형색색의 자국이 있으며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직접 그림을 그려 오리고 붙여서 만드는 수준이다.


 그리고 기준이 좋지 않거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스케치북이나 메모장에 그림을 그려 나에게 전달하고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것은 그림으로 표현해서 나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내면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그림을 통한 감정 표현과 의사소통은 선사시대부터 동굴벽화나 토기 문양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다. 언어와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에 그림보다 더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은 없었을 것이다.


 선사시대에 그려진 그림에서는 예술적인 의미보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사시대의 예술 작품에는 단순하게 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


 하지만 요즘의 예술 작품은 미학적인 부분을 강조한 나머지 미적 표현 기법을 강조하고, 순수미술이 아닌 입시미술계에서는 수학의 공식처럼 정해진 대로만 표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져 있는 결과물은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하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 교육은 결과물보다 교육의 시작과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정해진 시간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답정너’가 아닌 테마에 대해 생각하고 탐색한 후 무엇인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비로로 작업을 시작한다.


 나도 미술 학원을 처음 다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선 긋기’ 연습이어서 한 달 동안 선만 긋다가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연필이든 볼펜으로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노트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내 감정과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 즉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방법이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는 나는 요즘 내 감정과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글을 쓰기 위해서 유명 작가의 글을 모방하고 수많은 생각 끝에 글을 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그림이나 글이나 표현하는 도구로써 같은 의미를 가졌지만 글은 보다 많은 사유와 맞춤법과 같은 절차를 거친 후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림은 이상하게 그려도 나만의 것이자 내 표현 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감정이 그림이란 방법으로 표현되어 눈에 보이게 될 때,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것을 자신의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정한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개인의 목소리와 개인의 방식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마법을 통해 자신의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창의성이 드러나고 나의 마음과 감정이 묻어 있는 진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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