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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7. 2023

말의 공식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나를 경청하는 것이다.

말을 잘하는 것과 협상을 잘하는 것은 서로 연관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연봉협상이나 공급 계약, 임대차 계약 등 협상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협상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원만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서로 이야기하는 대화 기저에 깔린 서로가 원하는 카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감정적인 충돌 없는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협상에서는 유리한 협상의 고지를 선점하고자 상대의 멘탈을 흔들리게 하는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것을 모른다면 협상은 진부한 시간 끌기 싸움에 불가할 것이기에 협상의 준비 과정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 협상의 모든 준비과정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을 모르고 협상을 준비한다면 협상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다시 담을 수 없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정부기관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작은 말실수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남 앞에 서는 일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가 없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말실수를 하지 않고 상대방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말의 공식을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 연산의 원리를 적용한 대화법, 말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덧셈, 목소리를 찾고 중심을 더하고 뺄셈, 실수는 줄이고 오해는 빼고 곱셈, 승리감은 넘겨주고 이득은 곱빼기로 나눗셈, 주고 나눠도 부족하지 않다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말의 공식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단한 노력과 협상에서 사용을 하며 얻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익숙함을 더해질 수 있으며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식을 사용하는 것은 부단한 훈련을 통해 가능해지겠지만 나의 목소리와 요구를 하는 것은 경청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원만한 대화나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경청의 자세는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낼 때에도 내 생각과 마음도 경청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원하는 것만을 위한 협상은 없기에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의 절충 지대를 찾는 것이 협상의 과정이자 나에게 유리한 것을 얻는 것이 협상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을 얻는 것이 최고의 협상은 아니다. 일회성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면 먼 미래의 협상까지 감안하여 양보를 하며 상대방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대화나 협상은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와 상대가 서로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밀당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밀당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방의 존중하며 진심을 전하는 대화가 바탕이 된 협상은 단순히 협상 결과만을 논하는 결과론적 협상과는 달리 과정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인생은 없듯이 완벽한 협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하여 수 십 번, 수 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 흐르듯이 연습하는 협상의 열정을 통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의 과정이 힘들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오직 협상의 묘미는 협상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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