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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8. 2023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행동하게 만드는 비주얼의 힘

나는 맥시멀 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한 번 사면 잘 잃어버리지 않고, 오랜 기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농구화 중에 13년 된 제품도 있으며 접착부위가 떨어지면 본드를 붙여 스스로 수리해서 사용할 정도로 내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크다.


 신발덕후인 나는 아내의 핀잔을 들을 정도로 많은 신발을 소유하고 있지만 오래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신발이 낡거나 해어지지 않도록 보관한다. 나만의 보관 비결의 핵심은 “한 신발을 절대 이틀 연속해서 신지 않는다”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운동화가 있지만 매일 다른 모델로 번갈아가며 신고 신지 않는 신발에는 신문지를 넣어 습기와 냄새를 제거한다.


 요즘은 복장 자율화가 되어 구두를 신지 않아도 되기에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을 수 있어 너무 좋다. 내가 꿈꿔왔던 출근 복장이 반바지에 운동화이기에 매일 다른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출근길의 기분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신발 로테이션‘을 통해 나는 신발을 오래가도록 만든다. 물론 최신 유행에는 뒤떨어질 수 있겠지만 용도와 기능에 맞는 역할을 하는 신발이 있다면 유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단종된 제품은 착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처럼 레트로 열풍으로 오래전 출시되었지만 지금은 단종되어 버린 제품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희소성’에 있다. 혹여 제조사가 문을 닫아서 다시는 생산할 수 없는 제품이라면 엄청난 고가의 웃돈을 주더라고 구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버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 준다. 오래되었지만 정상적으로 기능을 다하고,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과 이 제품만 가지고 있는 특징인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세월의 흐름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 힘은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래가는 곳들을 보면, 그들은 이미 긴 시간 계속해오면서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어떤 놀라운 일관성이 있다. 그런 일관성이 촘촘하게 지켜지는 곳들은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자신의 결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받는다.


 인간에게는 오감이라는 감각이 있지만 가장 자극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시각, 즉 보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연인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어 새벽부터 화장과 옷을 고르는데 노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연인의 관심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기에 비주얼에 신경 쓰는 것이다.


 이렇듯 비주얼은 인간의 관심을 유도한다. 하지만 비주얼이 가지는 더 중요한 역할은 관심을 유도하고, 자신이 의도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데 있다. 즉, 비주얼은 ‘행동 유발자’인 것이다. 또한 비주얼은 그것을 체험하고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데, 이 모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주얼의 중요성은 비주얼이 눈에 보이는 기억이자,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래 사랑받는 공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촘촘히 스며들어 추억이 되고 자부심이 된다. 그 기억의 비주얼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오늘 나는 비주얼의 힘을 알고 이것을 훈련하기 위해 나에게 질문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촘촘하게 스며들게 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는 비주얼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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