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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8. 2023

단단한 영어공부

더 많은 것과 연결해 주는 소통의 힘

나는 이과생이었지만 특이하게 문과적 성향을 많이 가졌다. 역사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영어도 많이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민병철 회화학원을 다니면서 생활 속의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서툴기는 하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 간단한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다. 영어회화가 너무 좋아서 고삼 때도 주말반으로 옮겨서 영어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이처럼 영어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서, 부산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등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출전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배운 경쟁자들의 유창한 영어 발음에 기가 눌려 입상을 하지는 못했다. 만약 참신한 영작문과 영어 표현 능력이 더 좋아 수상을 했더라면 외대에 수시입학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한 동생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가면서 나도 훗날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틈만 나면 영어 공부를 했고, 특히 <카지노>의 최무식처럼 당시 유행하는 팝송을 통째로 외워 노래를 부르며 영어 공부를 했다. 지금도 마이클 런스 투 락의 노래가 나오면 막히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오랜 시간 팝송을 듣지 않았던 내가 과거 팝송을 통째로 외웠던 곡을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비결은 그 팝송을 외우기 위해 적어도 300번 이상의 가사를 따라 적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지만 몇 번 노래를 들으면 과거 속 추억과 함께 노래 가사가 금세 떠오른다.


 어찌 보면 무식해 보이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했던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교내 모의토익에서 800점 후반 대의 점수를 받으며 8학기 동안 어떤 영어 과목도 어려움 없이 들을 수 있었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것이 훗날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딱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매일 영어 공부를 했다. 그때 당시까지만 해도 외국인 교수님과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교만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영어를 잘했어도 영어는 나에게 외국어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만약 내가 대학교 1학년 이후로도 매일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회화 학원을 계속 다녔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고 더 높은 토익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친한 후배 중에 매년 정기적으로 토익시험을 치면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평생 영어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지 본질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결국 나는 제자리만 맴도는 것이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연습을 하면서 점점 내 삶 속에서 글루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 본능적 게으름이 언제 나를 처음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을지 모르기에 불안하여 더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글쓰기는 내 일상생활이 되었으며 일상의 일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기에 일상 속의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언어는 사회적 행위 중에서도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매운 높은 영역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지만,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영역에서는 직접 소통을 통해 배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에 언어학습에 있어서 실제적인 소통과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소통의 상대를 찾아보는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군정 시대와 한국전쟁을 통해 미국의 우월성을 경험했던 우리의 과거 속에서 영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우대받고 미국과 연결되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던 사례를 통해 영어에 대한 고질적인 울렁증이 유전자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어는 소통이며, 영어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소통의 수단이자 도구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영어공부의 목적을 재정의해야만 한다.


 영어를 사용하므로 영미권의 문화와 가치관, 관습과 연결되어 영어 사용자와의 소통을 할 때 편을 가르고 줄 세우는 영어가 아닌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통해 일상 속에서 영어의 가치를 더욱 드높게 만들 수 있다. 미처 알지 못한 영어 표현의 유래와 참뜻을 알게 되면서 내 영어 세계관은 점점 넓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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