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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01. 2023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극한의 오너십

MBTI나 다른 심리 검사를 해보면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나온다. 실제로도 그러한데 나는 무책임한 행동을 경멸하며, 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작했으면 끝까지 마무리를 해서 책임지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에게는 책임감이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사명이자 과제이다.


 내가 이런 책임감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직업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군인가족으로 살면서 마주한 군대라는 조직 사회에 대한 경험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군 입대를 했을 때 주변에서는 나를 보고 신기하게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다. 낯선 환경에 있게 되면 다들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심지어 상명하복의 조직인 군대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여유로워 보이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가 있다. 나는 군대 관사에서 자랐기 때문에 군부대는 나의 놀이터요 내가 살아왔던 집이었다. 물론 군인 아저씨들이 사용하는 내무반은 가보지도 못했지만 아버지 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다시피 했으며 나의 요구로 아버지와 같이 근무하시는 군인 아저씨가 다람쥐에게 물리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부대 안에서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흙먼지 날리며 기동하는 전차와 차량을 보면서 뭐가 좋은지 그 먼지 속을 뛰어다녔던 나는 아버지 전투모의 빛나는 계급장을 달고 싶은 마음에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2년간의 군사훈련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임관을 하였다. 부모님 슬하를 떠나 처음 자대로 가는 길은 참 멀기도 했고 낯설었지만 위병소를 지나 마주한 낡은 건물은 어릴 적 내가 보았던 그 건물과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낯선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이제 나는 어릴 적 철없던 군인 가족이 아닌 내가 책임져야 할 병사들이 있는 장교로 군사훈련과 체력단련, 정신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면서 그들과 함께 땀 흘리며 훈련을 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많은 에피소드가 넘치는 나의 군 생활은 아쉽게 의무복무 기간으로 끝났지만 나는 어릴 적 꿈을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던 시간이었고 내가 차마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의 기회였다.


 만약 내가 군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오함마와 도끼를 사용하는 법을 절대 몰랐을 것이다. 난 단 한 번도 내가 군대에 끌려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군 복무 중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기회이자 기쁨이었다. 운 좋게 몇 번의 파견으로 4성 장군님께서 지휘하는 부대와 미군 부대에 가보면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특이한 시간을 누리는 기쁨도 있었다.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나는 어렸고 성숙하지 못했었다. 병사들보다 많은 나이, 높은 계급 이 두 가지만 믿고 욕설과 고함으로 그들을 지휘하려고 했던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던 시절을 지금도 후회한다. 그리고 나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을 책임져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될 뿐이다.


  나의 군 생활은 전쟁은커녕 전투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안전한 시간이었지만 요즘 강철 부대에 나오는 특수부대 출신들은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실전 전투 경험이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주위에서 폭발물이 터지고 적들에게 포위되기 직전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고요하게 냉정한 판단을 하고 옆의 전우들과 함께 서로를 지키며 미션을 완수한다.


 그들이 동요하지 않고 어떠한 변수도 다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훈련을 할 때부터 모든 것을 고려하여 사전에 준비하고 연습했기 때문이다. 평시의 땀 한 방울이 전시의 피 한 방울을 대신하는 것처럼 실전처럼 훈련한 그들의 몸과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비결이 숨어 있다. 그리고 작전의 결과가 어떻든 그들의 지휘관이자 리더는 모든 것을 책임졌다.


 심지어 전우가 죽었다는 적진 한가운데 속에서도 그 시체를 찾아왔고, 포로로 갇혔다면 깊고 어두운 감옥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구출 작전을 수행하여 가족의 품으로 데리고 왔다. 네이비씰이 지배하는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속 어디서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최고이며 지배자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곳이 그들의 고향이며 그들이 여유로워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하는 능력을 통해 원하는 미션을 완수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졌다. 책임의 방법은 어러 가지였겠지만 그들은 한 번도 회피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을 최고의 치욕으로 여겼다.


 이런 ‘극한의 오너십’이 네이비씰을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로 만든 원동력이자 군대를 넘어 사회에서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덕목이다. 군 전역 후 나는 더 이상 군인의 신분은 아니지만, 네이비씰의 ‘극한의 오너십’을 훈련하면서 내 인생의 리더이자 책임자요, 지배자로 내가 있는 어느 곳에서도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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