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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03. 2023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일부러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원하지 않으며, 피할 수 있다면 가급적 피하고 싶은 것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없는 곳을 낙원으로 생각하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는 곳을 지옥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인생의 고통에 대한 가치를 변질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에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성장할 수 없다.


 40여 년 인생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나에게도 고통의 순간이 있었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길까 자책하며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책한다고 해서 그 시간이 사라지거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만의 방식대로 수용하고 견뎌내는 비결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을 부정하거나 저주하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늘 이렇게 고통의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했다. 내가 거부한다고 오지 말라고 한다고 오지 않는 고통이 아니기에 어떻게 고통과 동거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생각했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을 주장하며 늘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만약 태어났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차선이다”라고 말하며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베를린에 콜레라가 만연했을 때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살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것을 보면 자신의 인생을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생을 행복하기 위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철학을 전하며 삶의 고통을 승화해야 함을 주장한다. 인생은 고통이며,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고, 따라서 집착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고통의 소멸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에 관한 비관’을 제시했다.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평소 자신이 말한 염세주의 철학과는 반대로 살기 위해 베를린을 떠난 쇼펜하우어는 사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절망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특히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표현했다.


 모든 생명은 살아남기를 소망하는데, 쇼펜하우어는 이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우리 안에 깃든 욕망의 본질이라고 여겼고, 이는 삶에서 표상을 남긴다고 하였다. 그가 가장 추구했던 욕망은 순수한 의지였으며, 인간은 욕망의 표상이자 인간의 모든 활동을 욕망을 성취하고 싶은 의지의 출현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행복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의 활동이 행복을 느끼게 하지는 않지만, 어떤 행동을 통해 행복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것조차도 결국에는 행복으로 안내하는 활동이 되기 때문에 행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행복이 인간의 목표라고 한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순간은 이미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하고, 인생을 잘 살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참된 인간성이며, 인간성은 인간다운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기능은 생식, 감각, 사유로 나뉘는데 이 중 오직 사유만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인간이 다른 존재들과 구별되게 하는 힘을 제공해 준다. 따라서 행복은 사유이며, 생각하며 사는 것이 선한 삶이자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혼자 행복할 수 없다. 다른 존재와 상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려고 한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안에서 발생하는 고통보다, 다른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이 더 많기에 장미의 가시와도 같은 관계 속에서는 행복을 느끼지도 관계가 주는 성장의 기쁨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확고한 자의식을 가지고 내가 추구하려는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관계 속에서 지혜로운 행동과 배움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왜 살고, 왜 존재하는지 아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기회요, 배움의 순간이 된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 가치로운 삶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국에는 행복으로 가는 길로 안내할 것이며, 행복하려고 하는 모든 행동과 시도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높여줄 것이다. 철학은 이러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되며 왜 그러해야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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