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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06. 2023

끈기보다 끊기

촘촘한 밀도의 성숙

요즘 나는 성장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매일 한 뼘씩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실제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 나는 성장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달라져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지만 성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 365권을 위한 도전의 일환으로 책 읽기를 하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무엇을 위해 하는가 “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없다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궁색한 변명을 한다면 알고 있었는데 점점 잊어버리고 이제는 완벽하게 망각했다.


 요즘 책 읽기를 하면서 책 표지를 사진 찍고 포스팅할 준비를 먼저 하는 것이 지식과 지혜를 탐구하기 위한 책 읽기인지, 포스팅을 위한 책 읽기인지 나 스스로도 분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나를 보며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는 습관은 분명 좋은 것이고, 이런 습관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시도하지만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책 읽는 습관이다. 책 읽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책 내용을 기억하려고 분투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기억하기 위해 읽는 것인지, 배우기 위해 읽는 것인지 책 읽는 행위에 대한 정체성의 혼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은 양의 책 읽기와 양의 글쓰기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전략이 최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이 전략을 추구하며 행동하는 이유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요즘 책 읽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책 읽기는 오직 책 읽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독서법 중 어떤 독서법이 효율적인지 결정하는 것은 책 읽는 독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최고의 독서법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책 읽기 시도를 하면서 실수와 실패를 통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물론 첫 장부터 제일 마지막 장까지 읽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미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도한다는 것이 발전을 이끌어내는 디딤돌이 된다.


 책 속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고, 이것은 오직 책을 읽고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책의 선물이다. 책 속의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며, 지혜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겸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참 진리를 나누려고 했던 예수님처럼, 세상의 지식과 지혜도 가장 낮은 자리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행복은 속도가 아닌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이 밀도는 지극히 작고 단순한 것을 얼마나 반복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극도의 지겨움을 극복하고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단순함의 극치이자, 작은 행복(small happiness)의 단편이다. 이런 단편들이 모여 큰 행복을 만들고, 작은 행복을 경험한 사람만이 큰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는 나에게 매일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의 단편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하다. 이런 소소함 속에서 나는 이제 성장보다는 성숙을 위해 노력하고, 집중할 것이다. 멀리 함께 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반문할 것이다. 왜냐하면 반문은 반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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