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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09. 2023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거대한 책 세계 속에 서 있는 작은 인간

 나는 책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1년 전까지는 책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은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지식과 지혜를 추출해서 나에게 접목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1년밖에 하지 않은 상태라 딱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하루하루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서 읽게 되고, 가족들도 같이 책을 보며 책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을 볼 때 너무나 감사한 일이 되었다.


 특히 내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도 덩달아 책을 보고, 자신이 본 책 내용을 이야기해 준다. 물론 성인용 책과 어린이용 책을 구분하기는 하지만 책을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도 아이가 보는 동화를 보고,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하니 어른이라서 동화를 보면 안 된다는 법도 없거니와 동화를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어른이라서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보는 것을 지양한다는 말은 진정한 그림책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어른이 보는 그림책이 나오기도 해서 책을 나이에 맞춰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책은 그저 책일 뿐이며 양서와 악서도 있기 때문에 구별하는 힘과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4년 전 아내가 책장을 생일 선물로 주었는데 나는 그 책장을 가득 채울 생각에 신간이 나오는 대로 책을 사서 책장에 채우는 기쁨에 심취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가득 찼고 책이 너무 많아서 책을 세워서 진열하기 어려워, 책을 눕혀서 진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름대로 여행서, 심리학, 자기개발 등 분류체계를 만들어 정리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책 덕분에 쌓아서라도 진열해야만 했다.


 아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눈치여서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애썼지만 마구잡이로 구매한 책은 내가 생각한 서재의 모습이 아닌 보수도 책방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쌓여있는 책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더 이상의 진열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소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상태가 되어가자 나도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책장을 방치하다 이사를 하면서 정리하기 시작했고,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나의 과거 때문에 아내는 책을 사는 것에 대해 극도의 경계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설령 구매한다 할지라도 일 년에 5권 미만이다. 대신 정말 소장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책은 전자책으로 구매한다. 종이책은 다 좋지만 소장할 때의 부담이 가장 문제가 되기에 소장용은 거의 대부분 전자책으로 구매하여서 장소의 제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서재에 대한 나의 로망은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언젠가는 반듯하게 정리된 서재를 가지고 싶은 꿈이 있다. 이런 꿈이 실현된 곳이 있는데 바로 일본에 있는 고양이 빌딩이다. 고양이 빌딩은 처음부터 방대한 양의 장서를 보관할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 자체가 거대한 서재와 같다. 빌딩을 전도를 보면 건축의 목적이 책을 보관하기 위함임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오직 책을 위해서 존재하는 건물이다.


 단지 건물만이 책을 위하는 것은 아니다. 각 층 별로 통일된 주제로 분류된 책장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세계 여행을 하지 않아도 이곳에 있는 책을 읽고 세계를 알 수 있으며, 대학에서 전공 강의를 듣지 않아도 이곳에 있는 전문 서적을 읽으면 대학에서보다 더 심도 있는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과 같은 건물까지는 못하더라도 책의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공간을 채울 책을 소장하겠다는 말은 아닌 이유는 공간을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밤낮 상관없이 책에 푹 빠질 수 있는 공간, 자유롭게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 공간 ‘책조아’를 통해 더욱 책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읽으며 내 삶에 적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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