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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10. 2023

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

휘게(Hygge)의 의미

 지금까지 맥시멀 리스트로 살아오면서 내가 사용하는 공간은 나의 활동을 위한 공간이 아닌 내 물건을 진열하는 것도 아닌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심지어 나는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서 이미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물건을 중복 구매한 적도 있다. 이런 상태로 내 삶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나의 모든 공간은 물건들이 차지하여 내가 숨 쉴 공간마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약 3년 정도 주택에 살면서 왠지 모를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앞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며 몇 평 남짓한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는 삶에 대한 로망이다. 당시 아버지 회사 관사에 살면서 개를 5마리까지 키우고, 텃밭에서 옥수수, 배추, 당근 등을 직접 키우면서 필요할 때마다 바로 수확해서 먹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특히 내 방 창문 앞에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여름철이 되면 늘 열리는 포도 열매를 한 송이씩 먹으며 무더운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 포도나무 장식을 보고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겨울에는 앙상한 줄기만 남아 있던 포도나무는 겨우내 주었던 영양분을 먹고 탐스러운 포도 알갱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은 실로 위대하다.


 '자작나무'로 유명한 핀란드는 자연환경적으로 보면 풍요로운 곳은 아니다. 왜냐하면 긴 겨울 동안 눈 덮인 장관을 연출하지만 사람들이 활동하고 생활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만들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삶을 영위해 오고 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척박한 땅마저도 자연의 축복이라 생각하며 그 축복 위에 자신들만의 삶을 꽃피운다.


 어떤 이에게는 장미가 가장 아름다운 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일 수도 있다. 이는 미의 기준이 되는 아름다움마저도 상대적인 것이며 사람에 따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 한국 사람의 눈에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이 척박해 보일 수 있지만, 핀란드 사람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풍요로운 삶으로 느낄 수 있다.


 인간에게는 절대적인 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기에 절대적인 빈곤과 박탈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그 근거가 비약하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천국처럼 느낄 것이며, 지옥이라고 생각하면 지옥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핀란드 사람의 휘게(Hygge)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개인마다 다른 각자의 기준에 따른 편안함과 안락함이다. 자갈밖에 없는 바닥에 누워있어도 내가 편안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곧 휘게임이 틀림없다. 즉 휘게는 사회적 가치와 기준에 따라 정해진 것이 아닌 내가 느끼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 되고, 내가 만족하면 만족함이 되는 핀란드 사람들의 지혜이다.


 그들은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망가질 때까지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서 물건이 가지고 있는 사용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대 조상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물려받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그것을 소중히 사용하며 때로는 시대적 변화와 편리를 더하여 재탄생시키는 시도를 통해 진정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과 존재 목적에 집중하는 그들의 물건에 대한 태도는 그들의 삶 또한 단순하며 실용적인 순간으로 만들어 준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는 그들은 언제나 자연 속에 있으며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안락함, 그리고 자연의 위대한 법칙을 존중하며 순응하려는 삶의 자세를 통해 진정한 자연 속의 인간이자 구성원으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


 이제 나도 핀란드 사람처럼 물건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여 단순한 삶을 살 것이다. 물건이 자치해 버린 내 공간을 비우고, 그곳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채울 것이다. 편안함이 주는 자유로움 속에서 창의적인 생각과 발생이 나타나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삶의 변화를 기대하며 나의 공간을 비울 것이다. 이 비우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자연스럽게 채워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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